농촌버스 멈춰서나? _틱톡 초대 코드로 돈 벌기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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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화물연대 파업이 일단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다단계 알선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기름값이 더 치솟는다면 또다시 파동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농어촌 주민들의 발이나 마찬가지인 버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갈수록 승객이 주는 데다 지원책마저 충분하지 않아서 이제는 만성 적자 수준을 넘어 존폐의 갈림길에 서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골버스도 화물차처럼 결국 멈춰 서게 되는 건지, 또 화물연대 파업이 남긴 숙제는 무엇인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저녁 7시, 버스 터미널에서 산골 마을 이인리로 들어가는 마지막 버스가 출발합니다. 손님은 단 3명. 읍내를 벗어나자마자 논밭이 나오는 곳이라 손님을 더 태울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이재영(버스기사) : "마을이 7, 8부락 정도인데 학생은 서너 명 정도에요. 일반인은 아침 시간대에 병원에 가시는 분들이나 평상시에는 그 이후 시간에는 안 계세요." 일요일 마지막 차라지만 아직 초저녁인데 나올 때는 아예 빈 차. 월급 받기도 미안하다는 기사는 좀처럼 에어컨을 켜지 않습니다. <녹취> 이재영(버스기사) : "저희가 기사 입장에서 회사에다 해줄 것은 절약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될 수 있으면 에어컨에서 절약하고 내리막길 같은 데에서도 기어 안 넣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일요일 하루 동안 이 차 한 대에서만 10만 원 넘게 적자가 났습니다. 수지타산이 맞을 리 없는, 차라리 봉사에 가까운 일상입니다. 월요일인 오늘은 돈통이 가득 찰 수 있을까요? 학교 가는 학생에 장 보러 가는 사람들까지. 읍내로 나오는 버스 안은 금방 왁자해집니다. 군 인구를 다 합해봐야 3만이 안 되는 데다 그나마 65살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전국 최고 수준인 임실. 지역 경제에 별다른 활기도 없다 보니 시골장의 풍요는 길게 가지 못하고 버스가 누린 특수도 오후 일찍 끝입니다. <인터뷰> 이재영(버스기사) : "(막차 운행 끝나고 차고에 들어갈 때 느낌이) 미안해요. 저희가 할 도리를 못합니다. 여건상 지금 보다시피 손님들이 안 계세요. 저희는 손님들이 많아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기분 좋고 일할 맛 있고 그런데..." 이날 승객들이 이 차에 낸 차비는 12만 5천 원. 하지만 연료비는 13만 5천 원이었습니다. 손님이 가장 많다는 월요일, 게다가 5일장까지 선 날도 결국 적자입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회사 사정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녹취> 염상열(임순여객 상무) : "적자 생존이라는 면에서 볼 때 현재 우리 회사가 처한 여건은 당장이라도 50% 이상 차를 세워 놓고 있는 것이 오히려 적자를 메꾸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농어촌 버스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인터뷰> 서인순(임순여객 부사장) : (오늘이 월급날이라던데 지급이 가능하시겠어요?) 오늘 못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안에는 될까요?) 조금 어렵게 생겼어요. (이번 달만의 문제도 아니겠죠?) 네 지금 저희 운송 원가의 40% 이상을 기름값으로만 지급이 되다 보니까 다른 운영 상태는 완전히 스톱이 되어 있는..." 기름값이 올라서도 문제지만 농촌버스는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사업’으로는 가능성을 잃어버렸습니다. 정부의 교통 정책조차 어쩔 수 없이 대도시 중심이니 농어촌 버스들은 도시보다 훨씬 안 좋은 조건에서 적자를 감내해 왔다고 하소연합니다. 화물차와는 달리 운행 주기나 요금까지 일일이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버스는 차를 세울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하지만 빈 차에 바람만 싣고서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녹취> 곽인섭(국토해양부 물류정책관) : "제5차 운송료 협의회에서 양측은 19% 인상에 극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지난 19일, 정부와 화물연대, 컨테이너 운송사업 조합은 모든 쟁점을 한꺼번에 타결하며 운송 거부 사태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화물연대는 노동자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접었고 정부는 표준요율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하는 등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며 파국을 피한 것입니다. <녹취> 김달식(화물연대 본부장) : "화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부족하지만 파업 투쟁은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일괄 타결 발표 이틀 뒤, 평택항 입구 농성 천막에는 여전히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남아 있습니다. 상당수 조합원들은 이미 복귀해서 평택항도 컨테이너 차량으로 부산해졌습니다. 하지만 천막 안에서는 서둘러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이나 설렘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기름값을 반영해 운임이 올랐다 해도 수수료를 떼이는 현실은 그대로인 탓입니다. <인터뷰> 화물연대 조합원 : "저희가 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저희도 14만 원 받았고 물가가 올라가면서... 그 차들 물 붓고 다니는가 몰라. 저희도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차들은 11만 원. 2, 3만 원 낮아가지고... 이해가 안 가요." 운송사가 일감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운임을 깎으면서도 수수료는 그대로 챙기기 때문에 운전자가 받는 운임은 더 준다는 얘기입니다. 화물차가 멈춰선 건 지난 2003년에 이어 꼭 5년만의 일입니다. 물류 대란은 왜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걸까요. 물론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경유값이 일 차적인 원인이기는 했지만 밑바닥에는 생계를 위협하는 다단계 구조가 있었습니다. 화주가 알선업체를 통해 운송을 의뢰하면 운송업체가 맡으면 되지만 차량이 부족해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 다시 다른 알선업체를 통해 운송업체를 찾게 됩니다. 화물 하나를 운반하는 데도 두세 단계는 기본. 많게는 네다섯 단계까지 거칩니다. 한 단계를 통과할 때 수수료율이 7, 8%라고 해도 운전자가 받는 돈은 화주가 내놓은 돈의 70% 대에 그치는 구조입니다. 게다가 이 구조에서 가장 약자인 운전자들은 화주가 운임으로 얼마를 내놨고 중간에 누가 얼마를 가져갔는지조차 알 수가 없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다단계 구조에 운전자들이 속수무책인 이유는 외환 위기 이후부터 화물차 대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화물차 할부금이라도 마련하자면 손해를 감수 하더라도 운행에 나설 수밖에 없고 운송 회사와 관계를 잘 쌓아둬야 그나마 나중이라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과당 경쟁이 빚어지는 가운데 운임은 10년째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인터뷰> 화물연대 조합원 : "자기네들 물량만 확보하기 위해서 가격을 떨어뜨려가지고 그 떨어지는 가격을 올릴 수가 없었죠. 그래서 가격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컨테이너 요율이 똑 같은 겁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올해부터 천억 원을 들여 화물차를 줄이겠다고 나섰지만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반응은 싸늘합니다. <인터뷰> 함광식(화물연대 조합원) : "우리는 5천만 원이나 드는데 정부에서는 4천만 원 혹은 3천5백만 원 밖에 안 줘요 돈을. 그럼 우리는 천만 원에서 천오백만 원을 손해를 보는데, 당장에. 그게 우리한테 좋은 말로 들립니까? 웃기는 소리죠." 결국 이번 운송 거부와 사회적 합의로 당장 고유가로 빚어진 운송료 인상분은 어느 정도 메웠지만 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은 여전히 깔려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운송업체가 운전자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운전자들이 조합 형태로 운송업체를 만들어서 화주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로 단계를 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정승주(한국교통연구원 센터장) : "조합형 공동 운수회사 같은. 시장의 중간 부분들이 그룹화가 되지 않습니까. 기존의 운송업체, 기존의 주선업체, 그 다음에 차주랑 매치가 되는 일부 공동 운수회사들, 이런 것들이 덩어리가 진다고 하면 다단계 가능성은 많이 낮출 수 있죠." 물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물차들은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는 불씨를 그대로 안고 불안한 새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크게 오른 기름값은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면서 그 자체로 서민 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화물 운송 거부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구조적 모순이 폭발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화물연대 파업은 사회적 합의 속에 봉합됐지만 농어촌 버스는 아직까지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100달러 선 아래에 있던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서 13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업체들은 적절한 지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음달부터는 30% 정도 운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