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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65살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1명에게 나타나는 질환, 바로 치매입니다.

환자 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부담이 큰 질환인데요.

완치는 어렵다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빠르게 대처한다면 치매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기억은 흐려지지만 서로를 돌보며 치매를 치료하는 노부부의 사연을, 오대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소영이 엄마, 바람 쐬고 오자."]

꽉 잡은 손.

남편은 아내 걱정뿐입니다.

["안 추워?"]

매일 하는 산책이지만 함께하니 기분이 더 좋습니다.

아내의 노래, 끊기질 않습니다.

["돌아오라~ 사랑이여~ 내 사랑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 비밀번호는 아내가 누르게 합니다.

올해 82살의 남편 백경택 씨 그리고 74살의 아내 김경순 씨.

[아내 : "도마 어디있지?"]

[남편 : "도마?"]

[아내 : "헷갈리네, 여기 있다 여기, 아."]

[남편 : "하하, 귀여워. 귀여워."]

50년 전, 경택 씨는 노량진 옷가게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습니다.

[백경택/남편 : "보는 순간 눈에 번쩍하면서 번갯불이 치는 거예요. 환히 보이는데. 야,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남편은 페인트 도장 일을, 아내는 파출부를 하며 자녀 셋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한숨 돌리려나 싶던 때 아내에게 치매가 찾아왔습니다.

[백경택/남편 : "흔한 한강 유람선도 타보질 못하고, 남산에 케이블카도 한 번 못 타보고, 돈이 얼마나 든다고."]

제 잘못이 아닌데도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습니다.

치매에 걸린 후 치매센터 치료며, 집안에서며 7년간 늘 함께해준 남편을 위해 아내가 취재진과 함께 깜짝선물을 준비했습니다.

[김경순/아내 : "소영이 아버지 안녕하세요. 저는 센터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앞으로도 잘 지내고 행복해요, 알겠죠? 즐겁고 행복하게 우리 잘살아요. (치매가) 심해져 가지고 횡설수설할 때, 그러면 어떻게 되나 이런 생각도 해 보고."]

[백경택/남편 : "미안해..."]

[백경택/남편 : "원하는 것은 우리 집사람보다 3 일만 더 살았으면 쓰겠어요. 왜냐면 끝까지 내가 수발을 하면서 그 뒤에 장사도 지내야 하고 그러니까..."]

그리고 신혼여행으로 왔던 곳, 눈 감기 전 와보고 싶던 곳을 50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백경택/남편 : "세월이 금방 가버려, 세월이 이렇게 빠를 줄 어떻게 알았는가..."]

가끔 이름을 잊고, 했던 말을 또 하고, 언젠간 기억할 수 없다해도 남은 시간 눈이 부시게 살아가고 사랑합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