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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녹취> "광주" "와!!"

광주광역시가 2019 세계 수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확정된 순간,

<녹취> 강운태(광주광역시장/유치위원장) : "우리 국민의 영광이고 광주 시민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축하 대신 고발장을 보냈습니다.

광주시가 정부 보증서류에 대구 세계 육상대회 수준으로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끼워넣은 뒤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서명까지 위조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녹취> 노태강(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 "상당히 엄중한 행위로 보고요. 이런 사례는 정부 수립 이후에 처음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녹취> 강운태(광주광역시장) :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행태(고발)를 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후 검찰의 압수수색, 관련자 줄소환이 이뤄지는 등 잔치집이어야 할 광주시는 졸지에 초상집이 됐습니다.

<앵커 멘트>

공문서 위조 파문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의 묻지마식 국제대회 유치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도 일단 대회부터 유치한 뒤에 돈은 나중에 생각하자는 분위기.

단체장들의 치적쌓기로 빛을 내려다 거꾸로 빚만 떠안게 되는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백여 개 국가, 2만여 명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2019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의 유치 신청 마감일.

<녹취> 강운태(광주광역시장/지난 4월) : "광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2개 도시가 공식적으로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만 달러만 내면 공식 마감일이 지나고도 후보지 등록이 가능해 유치 희망 국가수는 더 늘어납니다.

<인터뷰> 코넬 마르쿨레스쿠(국제수영연맹 사무총장/지난 5월) : "7월19일, 집행위원들은 4개 도시로부터 프리젠테이션을 받게 됩니다."

마치 유치 경쟁이 과열된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은 달랐습니다.

<녹취> UAE 수영연맹 사무국 : "(2019년 혹은 2021년 세계수영대회 유치하겠다고 신청한 적 있습니까?) 우리 부서에서는 모르는 일입니다."

<녹취> 아제르바이잔 청년체육부 관계자 : "저희는 수영 대회가 아니라 2019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하려고 합니다."

<녹취> 헝가리 스포츠연맹 관계자 : "저희는 2021년 대회만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9년은 원하지 않습니다."

결국 2019 대회 주최지는 집행위원들의 투표도 거치지 않고 광주로 확정됐습니다.

신청 도시가 사실상 광주, 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국제수영연맹이 후보지간 경쟁을 부추겨 좀 더 파격적인 조건을 이끌어내려 했다는 추론이 가능합니다.

<인터뷰> 광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국제 연맹에서 계속 문을 열어놓고 이렇게 한 경우가 거의 없어요. (수영)연맹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이상 저희도 추측할 수 밖에 없고..."

대회 개최 비용은 대략 천 2백억 원.

국제수영연맹과 광주시는 공문서 위조와는 별개로 정부가 당초의 재정지원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코넬 마르쿨레스쿠(국제수영연맹 사무총장/지난달 21일) : "(지난 5월) 광주 실사 당시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 세계 수영선수권대회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

광주시가 작성한 세계 수영대회 실사단과 국무총리의 면담 내용입니다.

20여분 동안 정홍원 국무총리는 "멋진 대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할 뿐 재정 지원 등을 약속한 내용은 없습니다.

<인터뷰> 광주시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가 기록한 바에는 없지만 종합적인 정황에 입각해서 말한 거지, 총리실에서 총리가 'fully support'(전폭 지원)하겠다', 그 말 하나만 가지고 정부 지원 약속을 지켜라, 그 말씀은 아닐거다."

국제 대회 유치 과정에서 빚어진 조작 논란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7년 이뤄진 2014 아시안게임 최종 프리젠테이션.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인천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영상입니다.

<녹취> 인천 아시안게임 유치 당시(2007년 4월) : "국민 또한 한마음으로 유치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의지 또한 확고합니다."

하지만 조작이었습니다.

안상수 당시 인천시장이 대통령의 평창 올림픽 지지 영상에서 평창이라는 단어만 빼내 짜깁기하라고 지시한 겁니다.

<녹취>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지 영상 : "평창 올림픽은 우리 국민 모두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인터뷰> 안상수(전 인천시장) : "인천 시민 위해서 사기 좀 치면 어때요. 대통령이 그걸 안 해주는 게 잘못이지.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올림픽도 유치해야 돼요. 인천은..."

지자체들이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는 단체장들의 치적쌓기와 무관치 않습니다.

<인터뷰> 권형일(교수/중앙대 체육교육과) : "정치적으로 치적을 쌓기에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많이 하겠죠. 일단 국제대회 유치를 했다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이 있고 국제대회를 유치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지어야 되는 시설물들이 생기니까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도 자기의 치적이라고 말하기 쉬우니까."

여기에 일단 대회를 유치하고 나면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2015 세계 군인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경북 문경시.

<인터뷰> 엄원용(문경시 점촌동) : "큰 대회를 하니까 많이 오니까 시민들 기분에는 들떠있는 거지.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이것도 구경할 수 있고 저것도 구경할 수 있다."

<인터뷰> 이정옥(문경시 점촌동) : "문경이 많이 홍보가 되면 귀농하는 도시로 많이 정착이 안 되겠나."

하지만 시민들의 바람과 현실은 전혀 딴판입니다.

지난 2010년, 문경시의 용역 조사 보고서입니다.

대회 비용 대비 수익을 따진 편익 비율이 0.96으로 타당성 기준인 1.0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경제성이 없다'고 돼 있습니다.

대회에 참여하는 군인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였는데 그럼에도 대회 유치는 강행됐습니다.

<녹취> 문경시 대회 담당자(음성변조) : "일반 선수같이 시내도 나오고 관광도 하고 그런 부분을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모든 걸 선수촌에서 생활하게 하고 밖에 안 나오는 쪽으로 얘기하니까 경제적인 파급 효과가 적을 수 있겠죠."

도시 홍보 효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도와 브라질에서 열린 이전 대회와는 달리 2015 대회에서는 상징물인 앰블럼 등에서 개최 도시 '문경'이란 이름이 아예 빠졌습니다.

<녹취> 문경시 대회 담당자(음성변조) : "문경이 세계적으로 이름이 안 났다, 그건 말이 안 맞죠. 이걸 우리가 문경을 넣어서 알리려고 (대회를) 유치 제안을 한 건데 그쪽(국방부)에선 반대로 얘기하고 있죠."

막대한 대회 개최비용은 더 큰 문제입니다.

세계 군인체육대회는 국방부가 국비로 50%, 경북과 문경시가 30%, 나머지 20%는 수익료로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승인 당시 대회 운영비는 538억 원이었지만 최근 국방부 산하 대회 조직위원회가 추산한 액수는 천 7백억여 원, 무려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녹취> 국방부 조직위 관계자 : "유니버시아드 대회나 인천 아시안게임도 국제 대회이기 때문에 거기에 일단 맞춰서 538억 원은 실무자 입장에서는 봤을 때는 적다, 이걸 어느 정도 증액을 해야 되겠다, 그런 차원에서 계속 올리는 거지, 아직까지 결정된 것은 아니고..."

인구 8만, 문경시의 재정자립도는 불과 20%.

이런 사정에 문경시는 예상보다 늘어나는 대회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정창명(세계군인체육대회 지원단장) : "최대한 국비를 따오고 중앙 예산을 따오는 방향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거든요, 저희들도. 저희들 자체 예산은 안 들이려고. 시에서 빚지고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비용 부담은 엄청난데 기대 효과는 적은 국제 대회를 준비 중인 문경시 측은 어떤 심정일까.

<녹취> 문경시 대회 담당자(음성변조) : "(심하게 표현하면 완전 들러리네요?) 지금 봐서 좀 그런 편이죠. 객관적으로 보면 되게 답답한 부분이 있죠? 저희들은 더 답답합니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7조8574억원, 2014 인천아시안게임 15조414억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29조2519억원.

국제대회 개최로 기대된다는 이런 천문학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 계산은 타당한 걸까.

<인터뷰> 조광현(대구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총장) : "경제적 파급 효과는 어떤 의미에서 보면 사실 말장난에 불과한 거고 대구 지역에서 세계 U대회와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같은 큰 행사를 한번 했다는 의미 외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신기루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신기루."

실제 지난해 대구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9만 8천여 명으로 2011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이전보다 그 숫자가 오히려 줄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묻지마식 대회 유치가 결국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경주장 건설 등에 7천 4백억 원이 투입된 포뮬라 1 대회.

<녹취> : "F1의 도시 대한민국 영암, 짜릿한 스피드의 전율과 감동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는 10월, 네번째 대회가 열립니다.

하지만 대회 첫해인 2010년 725억 원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누적 적자는 2천억 원까지 늘 것으로 전망됩니다.

적자의 주범은 매년 4370만 달러, 우리 돈 480억 원에 달하는 대회 개최권료.

조직위 측은 오는 2016년까지 남은 대회를 포기할 수도 있다며, 불리한 조건으로 맺은 개최권료를 낮춰보겠다고 뒤늦게 재협상에 나섰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습니다.

<인터뷰> 최종선(F1대회조직위 운영본부장) : "마케팅으로 인한 적자폭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국내 마케팅 시장의 경계가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최권료 인하가 수지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권형일(교수/중앙대 체육교육과) : "지자체가 한정된 중앙정부의 재정적 투입과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재정 상황을 잘 생각해서 이 재정을 잘 사용했을 때 대회를 유치함으로써 도움되는 뭔가가 있다라는 게 확실하게 밝혀진 후에 국제대회를 유치하려고 해야겠죠."

<녹취> "평창, 인천, 문경, 대구, 광주" 등

도시의 경사, 나라의 쾌거라며 만세삼창도 부족하다던 많은 국제대회 유치.

하지만 내실없이 장밋빛 청사진만 내세운 국제대회가 과연 누구를 위한 잔치인지 이제라도 따져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