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기후변화로 ‘작물지도’가 바뀐다_체중을 늘리기 위해 섭취해야 할 유청_krvip

농촌, 기후변화로 ‘작물지도’가 바뀐다_빙고 영화 평론_krvip

대구 사과 강원까지 북상..기후따라 '품질' 변화 '4월말 한파' 봄작물 강타.."장기대책 절실" 경북 안동시 임하면에서 사과를 키우는 김모(55)씨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만생종인 부사와 함께 조생종인 쓰가루(아오리)도 재배했지만 지금은 부사만 재배하고 있다. 김씨는 "봄 여름 일손을 놀리기도 뭣해 조생종을 일부 재배했지만 기후가 변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조생종 사과보다 품질이 떨어져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앞으로 10여년 뒤엔 만생종 사과 품질도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이다. '사과의 고장' 대구는 이미 20여년 전 그 명성을 경북 북부에 내주고 지금은 100가구 남짓한 농가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도가 높은 팔공산 기슭에서 사과나무 몇 그루를 겨우 구경할 수 있을 뿐이다. 청송 영주 문경 의성 안동 등 경북 북부는 여전히 전국 사과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구와 경북 북부의 사과재배면적은 지난 20년간 2만9천16㏊에서 1만9천301㏊로 33.5%나 줄었고 해가 갈수록 생산량과 품질은 예전 같지 않다. 반면 포천, 파주 등 경기북부는 냉해(冷害)를 우려해 재배를 거의 하지 않던 사과와 복숭아 재배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다. '고품질 사과 생산기반 조성 프로젝트'로 농가를 지원하고 있는 포천시는 2000년만 해도 사과재배면적이 30㏊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93㏊에서 2천700t을 생산한데 이어 올해는 재배면적이 102㏊로 늘어나는 등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포천시보다 위도가 조금 낮은 파주시 역시 사과 재배면적이 매년 늘고 있고, 특히 사과보다 추위에 약해 재배가 거의 불가능했던 복숭아 재배면적도 몇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파주에서는 23개 농가 30여㏊에서 '파주평화복숭아'란 브랜드로 복숭아를 생산, 다른 지역보다 30% 가량 비싸게 팔고 있지만 인기를 끌고 있다. 더 나아가 가장 추운 강원도에서도 최근 사과가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창군에서는 2006년 평창읍 종부리의 농가 7곳 4.8ha에 왜성사과단지를 시범조성한 것을 비롯해 최근 4년간 사과를 집중재배했다. 의외로 맛과 당도가 뛰어난데다 과육도 치밀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자 올해 8억8천만원을 들여 22개 농가에 11ha의 재배단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다 사과재배작목반인 '평창사과연구회'를 구성해 지원하고, 2012년까지 100ha 이상으로 재배면적을 늘려 새로운 사과 주산지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평창군 관계자는 "평창의 연평균온도가 9도에서 11도 이상으로 올라 사과 생육에 최적상황이 된데다 심한 일교차로 품질도 뛰어나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품질'을 바꾼다 = 이처럼 농작물의 재배지역이 달라지는 외부적인 요인은 기후 변화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 보면 기후가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농민들의 선택과 대응에 의해 '작물 지도'가 바뀌는 것이다. 특히 원예작물 중 과수는 벼 등 일년생 식량작물과 달리 영년생(다년생)이기 때문에 온난화 등 기후변화 영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이 농작물 재배에 주는 변화로는 먼저 월동작물이 겨울에 얼어죽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최저기온대인 '안전재배지대' 확대가 꼽힌다. 겨울기온이 올라가면 월동작물의 휴면기 동사율을 낮춰 안전재배지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과일 가운데 내한성(耐寒性)이 가장 약한 복숭아 재배면적이 강원도 등 북부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농작물의 '생물계절'을 변화시켜 동해(凍害)가 증가하기도 한다. 제주의 참다래의 경우 겨울에 휴면하다가 일정한 저온이 계속되면 잠에서 깨어나는데 이상난동으로 지나치게 일찍 잠에서 깨어나 뿌리에서 줄기로 수액이 이동하던 중 봄철 이상한파가 닥치면 동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얼어 터진 상처를 통해 병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고, 따뜻한 겨울이 병충의 월동가능성을 높여 이듬해 새로운 병충해가 창궐할 위험성도 안고 있다. 올 봄에는 온난화의 또 다른 현상으로 이상저온에다 눈.비가 잦고 햇빛마저 구경하기 힘든 날이 계속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배와 복숭아를 비롯해 수박 등 봄에 꽃을 피우는 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면서 작물지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기상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해 이동하는 열에너지의 양이 커지면서 극단적 더위뿐 아니라 극단적 추위도 몰고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 대책 세워야" =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연구센터 서형호 연구관은 "기후변화로 작물지도가 바뀌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과 재배 지역이 사라지는 것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감귤 재배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온난화는 장기간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조심스럽게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 연구관은 또 "지금보다 기온이 2도 올라가는 2040년이 되면 감귤재배가능지가 36배 늘어나지만, 재배면적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사과 역시 고온에서 착색이 잘 이뤄지지 않는 '후지' 품질은 떨어지겠지만, 대신 고온에서도 좋은 색을 낼 수 있는 다른 품종이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난화로 농산물의 '재배적지'가 변하는 것인 만큼 품종은 물론 파종시기, 농사방법 등을 재설정해야 하며, 한 품종을 육종하는데 적어도 15∼20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이 아열대기후로 바뀐 제주도에서는 여기에 알맞은 다양한 작목을 도입,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온난화대응연구센터는 아티초크, 인디언시금치, 여주, 강황 등 아열대채소와 망고, 아보카도, 패션프루트(passion fruit) 등 아열대과일을 들여와 환경적응성을 평가하고 생산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특히 제주처럼 따뜻한 지역에서만 노지월동이 가능한 아티초크의 경우 무가온 재배 안정생산기술이 개발돼 미래의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고 있다. 감귤의 경우 품종에 따라 온난화로 인해 품질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무가온 재배가 가능해져 오히려 생산이 늘어날 수도 있는 등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돼 서귀포시 감귤시험장에서는 이에 대한 실험이 한창이다. 센터는 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여름철에 출하가능한 '카라만다린' 등 신품종을 개발, 연중 다양한 종류의 감귤을 소량 생산함으로써 농가가 안정적인 소득을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센터 김용호 연구관은 "현재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온주밀감은 여름기온이 올라가면 과육과 껍질 사이가 벌어져 노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해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이미 시작됐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