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시장의 새벽 _휴대폰으로 돈을 벌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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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농번기를 맞아 전남 무안군에서는 반짝 인력시장이 서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버스터미널 인근에 생기기 시작한 이 인력시장은 매년 이때쯤이 되면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몰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인력시장의 현장 김덕재 프로듀서가 보도합니다. ⊙기자: 새벽 4시 목포 시외 버스터미널입니다. 4, 50대 아주머니들이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버스를 타려는 이들의 줄서기 경쟁으로 정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됩니다. ⊙인터뷰: 저기가 뒤란 말이오, 여긴 앞이고. ⊙기자: 줄 서기 포기한 일부 주부들은 아예 팀을 이뤄 택시를 잡습니다. 이들이 기다리는 버스는 무안행 200번 시외버스. 대도시의 출근전쟁 만큼이나 버스 안 승객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역력합니다. 이렇게 주부들이 이른 새벽부터 길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힘들어요. 죽겠어 죽겠어 그래도 어떡해 먹고 살아야지. ⊙기자: 20분을 달려 버스가 도착한 곳은 바로 무안군의 불무공원. 이른바 반짝 인력시장이 형성되는 곳입니다. 양파와 마늘집산지로 유명한 이곳 무안 인력시장은 본격적인 수확기인 6월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2000여 명의 인력들이 이곳에 몰립니다. 한 농민이 버스에서 내리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즉석에서 흥정을 시작합니다. ⊙농민: 점심 안 갖고 왔으면 3만 6천원 싫으면 내리시오. ⊙기자: 3만 6천원이라는 일당이 서운한 듯 한 주부가 차에서 내립니다. ⊙농민: 마늘값이 너무 싸서 돈을 많이 드릴 수가 없어요. ⊙기자: 장이 서기 시작하는 5시쯤에는 이렇게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주부들과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추려는 농민들의 눈치 작전이 쉴새없이 벌어집니다. 오늘 일당은 대략 3만 5000원선에서 4만원선. 인력에 적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일당은 5만원선까지 올라갑니다. 마음이 급한 농민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농민: 3만 7000원에 가잔 말이요, 빨리. ⊙농민: 가서 부지런히 하라니까. ⊙기자: 오늘 비 안 온다니까 버텨봐야 안돼. ⊙인터뷰: 일 못하지. ⊙기자: 비가 올 것 같다는 이유로 4만원을 달라는 아주머니들. 하지만 농민의 넉살 좋은 설득으로 결국 3만 7000원에 흥정이 끝납니다. 주부들의 성화에 못이긴 한 농민은 가격을 낮추는 조건으로 대신 점심식사를 약속합니다. ⊙농민: 시간이 지금 몇 시인데... ⊙농민: 여기 일하러 오시는 분들이 점심을 준비를 안 해 가지고 오는 모양이네. 어떻게 점심을 자네가 준비를 해야 쓰겄는데. ⊙기자: 일당을 후하게 쳐주려는 남편의 인심이 못마땅한 아내도 있습니다. ⊙부인: 21명도 싫고... ⊙부인: 가격이 많이 주라니까 일도 못해 먹겠어. 작물은 싸고, 누가 해 먹겠어요? ⊙기자: 생생한 삶의 현장인 이곳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가격흥정이 계속되는 틈을 타 농민과 노동자들을 연결해 주는 반짝 중개인도 등장합니다. ⊙기자: 인력 다 구하신 거예요? ⊙농민: 아직 덜 구했어요. ⊙기자: 몇 명 정도 필요하신데요? ⊙농민: 한 20명. ⊙기자: 트럭에 사람을 싣고 다니는 일은 불법이지만 인부들을 태우고 떠나려는 농민들의 간곡한 요청에는 경찰과 공무원들도 속수무책입니다. ⊙농민: 인건비가 비싸서 도저히 못하겠소. 농번기때는 화물차 승차를 봐주십시오. ⊙기자: 오전 7시가 넘어가면서 일자리를 잡지 못한 인력들은 연세가 많은 노인들과 인건비가 1, 2만원 높은 남자들 뿐입니다. ⊙기자: 일하고 싶으면 부탁해 보세요. ⊙구직자: 쑥스러워서요. ⊙구직자: 어제 왔다가 못하고 그냥 들어왔어요. ⊙기자: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나온 대학생들은 숙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늘도 허탕을 쳤습니다. 이렇게 공원에서 빠져 나간 인력들은 무안군 전역의 농가에서 하루 평균 10시간씩 일을 합니다. 마늘과 양파값에 비해 높은 인건비지만 수확이 급한 만큼 이들 인력을 보충할 수 있는 것을 농민들은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김영구 농민(무안읍 고절리): 3만원선이면 적당하다, 그러는데 받는 분들은 또 그것도 아니죠. 근데 어떤 때는 5만원을 줘도 고마울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어차피 수확을 해서 수확기때는 수확을 해야 되기 때문에... ⊙기자: 하루 일과를 마친 아주머니들이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무안 버스터미널로 돌아옵니다. 고된 하루였지만 저마다 품삯을 나눠받는 표정은 한결 밝습니다. ⊙기자: 힘은 안 드세요? ⊙인터뷰: 힘들어요. ⊙기자: 그래도 돈 버셔서 좋겠네요. ⊙인터뷰: 네. ⊙기자: 얼마 버신 거예요? ⊙인터뷰: 4개요. ⊙기자: 4만원요? 그럼 내일도 또 나오실 거예요? ⊙인터뷰: 예. ⊙기자: 일손이 부족한 농민에게는 요긴한 노동력을, 일자리가 필요한 인부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는 이곳 무안지역의 반짝 인력시장.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농번기 농촌 지역의 현실적인 인력 수급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김덕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