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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땋아내린 댕기 머리, 한복을 차려입은 단아한 자태. 경기도 부천시 안중근 공원에 3일(어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의 뒷모습이다. 소녀상의 앞모습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앳된 얼굴이 있어야 할 공간에 거울이 자리하고 있다. 거울에는 바라보는 이의 얼굴이 오롯이 담긴다. 그 시대에 살았다면 내가 바로 그 소녀가 될 수 있었음을 명징하게 깨닫게 해준다.



부천시 여성연합회 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비, 일명 '부천 소녀상' 건립에 나선 것은 2014년 3월이었다. 시민 모금을 통해 제작비 2,450만 원이 마련됐고, 지난해 7월에 소녀상 제작을 끝냈다.

그런데, 왜 이제서야 소녀상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조경비 등 설치에 필요한 돈 1,500만 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건립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시민 성금에만 의존하기로 했는데, 메르스 사태 등으로 모금이 지지부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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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사무실 한 켠에 6개월 넘도록 보관돼온 소녀상에 대한 관심이 되살아난 건 지난해 말이었다. 전격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로 소녀상 이전 등이 논란에 휩싸이자, 설치비를 마련하자는 모금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불과 17일 만에 1,500만 원이 걷혔다. 모금 실무를 맡은 부천희망재단 관계자는 일본의 소녀상 이전 요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모금 참여 열기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부천 소녀상은 국내에 세워진 33번째 소녀상(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집계 기준)이다. 올해는 목포와 부산 등에서도 추가로 세워질 예정이다. 최초의 소녀상은 1998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설치됐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순덕 할머니의 작품 '못다 핀 꽃' 그림을 형상화해 만들었다. 김순덕 할머니가 그림으로 고발하고자 했던 일제의 만행이 더 굳건한 동상을 통해 국내외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국내 평화의 소녀상 설치 현황


자칫 잊힐 뻔 했던 부천 소녀상을 일으켜 세운 동력은 부끄러운 역사를 어떻게든 지워버리려 한 일본의 태도였다. 그런 일본이 일제강점기 당시 여성을 강제 동원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문서를 최근 유엔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졸속 협상' 논란을 불러온 지난해 말 합의 내용마저 사실상 부정하는 도발을 한 셈이다. 일본이 앞으로 몇 개의 소녀상을 더 세워나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