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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 멘트 :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으로 지난 20일 출범한 배드뱅크가 오히려 신용 불량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채권자인 금융 기관들의 권익만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신용불량자 구제대책이 아니라 심지어 부실채권 회수를 위한제도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신용 불량자들이 배드뱅크를 통해 경제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 성재호 기자: 배드 뱅크 업무를 맡은 한마음 금융 본사 창구가 민원인들로 북적입니다. 지난 20일 출범 이후 영업 나흘째 모습입니다. * 배드뱅크 신청자: “다달이 얼마씩 확정해 내는 걸로… (그건 균등형 상품이고요, 약정기간은 최장 8년간 분할 상환하실 수 있습니다.” * 성재호 기자: 창구에서 만난 신용불량자들의 기대와 각오는 남다릅니다. 이번이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반응입니다. * 배드뱅크 신청자 :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그렇지. 이거는 충분히 갚지… 이것도 못 갚으면 안되지 남의 돈 쓰고… 이거는 갚아야지. 밥을 굶어서라도… 배드 뱅크는 한마음 금융이 채권 회사들로부터 부실 채권을 넘겨받아 채무자들의 신용불량을 해제해 주고 낮은 이자로 장기 분할 상환토록 해주는 제돕니다.” * 성재호 기자: 연리 6%에 최장 8년간 성실히 나눠 갚으면 이자도 탕감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드 뱅크를 이용하려면 지난 3월 10일을 기준으로 배드 뱅크에 가입한 금융기관 2곳 이상에 한 달 이상 연체 채무를 갖고 있고 그 가운데 한 곳은 6달 이상 연체돼 신용불량으로 등록돼야 하며 채무 원금 합계도 5천만 원 미만이어야 합니다. * 이성규/국민은행 부행장: “통상적인 구제 프로그램이 갖는 도덕적 해이를 최대한 방지하고 한편으로는 잃어버리기 쉬운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최대한 제고하고자…” * 성재호 기자: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며 도입된 배드 뱅크는 그러나 출범 직후부터 신용불량자들의 끊임없는 항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는 연일 항의성 글이 올라오고 심지어는 안티 배드 뱅크 인터넷 모임까지 생겼습니다. ①제외 채무가 너무 많다. * 성재호 기자: 올해 32살인 김모 씨는 금융기관 3곳에 2천만 원 가량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있습니다. 연극 배우로 일하면서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김 씨는 연초부터 들려온 배드 뱅크를 신용불량 탈출의 마지막 기회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대는 곧 물거품으로 변해버렸습니다. * 김00/신용불량자 : (2천만원 가운데 배드뱅크가 얼마나 가능해요?) “100만원이요.” ( 2천만 원 가운데 100만원?) “네, 2천만원 중 백만원만 (배드뱅크)대부 가능 금액으로 딱 뜨는 거예요.” * 성재호 기자: 나머지 천 9백 만원은 보증인이 있는 채무라며 배드 뱅크로 전환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증을 서 준 어머니와 형 등도 모두 신용불량자여서 빚을 대신 갚아줄 리가 만무합니다. * 김00/신용불량자: “보증인 신용조회를 했을텐데 왜 이걸 배드뱅크로 넘기지 않을까, 그게 의문이고. 내가 갚겠다는데 왜 금융사는 그걸 배드뱅크로 넘기지 않을까 그게 아쉽죠.” * 성재호 기자: 이처럼 보증인 있는 채무이거나 담보가 있는 채무,또 가압류 등 법적 조치가 진행중인 채무는 이번 배드 뱅크 이용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②이해 못할 정상채무 * 성재호 기자: 동두천에서 목수 일을 하는 김 씨 부부는 둘 다 신용불량자입니다. 전세금마저 다 빼내 써버리고 월세로 사는 김 씨의 집안엔 이른바 가압류 딱지가 곳곳에 붙어있습니다. * 김00/신용불량자: “5월 3일에 카드에서 와 가지고 압류딱지 붙인 겁니다. 집달관하고 같이 와서요.” * 성재호 기자: 김 씨 부부도 배드 뱅크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실망만 하고 말았습니다. 부인의 채무 가운데 지난해 8월, 대환대출로 전환시킨 카드 빚 천 5백만 원이 배드 뱅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입니다. * 김00/신용불량자 “한 건만 안 되는 거죠. 천4,5백 가까이 되는데..” (그게 가장 큰 것인가요?) “네. 저희는 그것만” (배드 뱅크로) “해결해주면 어떻게 해서든 죽는 한이 있어도 갚아 나갈 것입니다.” * 성재호 기자: 천오백만 원의 빚이 배드 뱅크로 전환될 때와 그렇지 못할 경우 매달 갚아야 할 금액이 무려 55만원이나 차이 나기 때문입니다. * 김00/신용불량자: “1년 차에 백60만원 정도 나가고 2년 차부터는 120만 원씩 8년 동안 나가는 거예요. 한 달에 120만원씩 내고, 이것만 나갑니까? 방세 나가죠. 전기세, 일하려면 핸드폰도 써야 하는데…” * 성재호 기자: 천오백만 원짜리 채무는 현재 두 달째 원리금이 연체된 상태. 그런데도 배드 뱅크에서 제외된 것은 지난 3월10일 현재 정상채무, 즉 연체가 안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배드 뱅크 측의 논리대로라면 가재도구까지 가압류당하며 신용불량까지 이른 악성 채무와 제대로 갚을 수 있는 정상채무를 한 사람이 동시에 갖는 모순을 갖게 됩니다. * 오명근/ 변호사 / 희망 법률 사무소: 말하자면 6달 이상 연체된 채무만 조정해주고 정상채무는 조정을 해주지 않음으로써 예컨대 3천만 원이 연체된 채무자가 천만 원은 연체채무로 조정이 되고 2천만 원은 채무조정이 안 된다면 이 채무자가 경제적 재기를 할 수 있겠느냐는 거죠.” * 성재호 기자: 한마음금융은 이번 배드 뱅크의 실시로 390만 명의 신용불량자 가운데 180만 명이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그 채무원금은 21조원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증이나 담보, 법적 조치중인 채무를 제외하면 배드 뱅크를 통해 모든 채무를 해결할 수 있는 신용불량자는 111만 명으로 줄고, 여기에다 이렇게 정상 채무까지 함께 지고 있는 채무자들을 빼면 그 수는 85만 명 대로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신용불량자 대책으로서 실효성이 의심될만한 수준입니다. ③채권회사 마음대로? * 성재호 기자: 배드 뱅크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의 횡포도 신용불량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인천에 사는 37살 김모 씨는 총 연체 채무 2천만 원 가운데 2백만 원만 배드 뱅크 이용이 가능합니다. 천 8백만 원짜리 채무가 지난 3월말쯤 법적 조치에 착수됐기 때문입니다. * 김00/신용불량자 : “공무원이 와서 가압류 하겠다 이런 내용의 공문이 왔어요.” (언제쯤 받았어요?) “그게, 올 5월 초에 받았어요.” * 성재호 기자: 한마음금융에서 내세운 3월 10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김 씨의 천 8백만원짜리 채무는 배드 뱅크 이용이 가능한 채무지만 그 이후에 법적 조치를 착수해놓고 채권회사에서 맘대로 제외시킨 것입니다. 배드 뱅크 참여기관들은 당초 이처럼 뒤늦은 법적 조치를 제하기로 협약했지만 협약을 어겼다고 해서 채권회사를 제재할 방법도 마땅히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금융기관은 해명을 거부했습니다. ④소득 없어도 된다? * 성재호 기자: 배드 뱅크는 별다른 소득이 없어도 선납금 3%만 내면 채무조정과 함께 신용불량 해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 오명근 /변호사/희망 법률사무소: “무리하게 소득도 없으면서 배드뱅크에 신청을 하게 되면 나중에 연체됐을 때 신용불량이 되고 고금리를 물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는 거죠.” * 성재호 기자: 배드 뱅크마저 석 달 동안 연체할 경우 유예된 기존 채권회사의 연체이자에다 17%라는 배드뱅크 연체 이자까지 더해지고 신용불량으로도 다시 등록됩니다. 채권회사 입장에서 볼 때 사실 배드 뱅크는 별다른 손해 없이 6개월 이상 연체된 악성 부실 채권을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배드뱅크로 넘겨진 채권은 즉시 원금의 11% 정도를 한마음금융으로부터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반완호/한마음금융 이사: “고객으로부터 받은 선납금 3%와 공사가 지급하는 정확치는 않지만 8% 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11%가 지급되겠죠.” * 성재호 기자: 나머지 금액은 채무자가 배드뱅크를 통해 갚아 나가는 만큼 한마음 금융 주식으로 챙길 수 있습니다. 사실 부실 채권은 지금 당장 시장에 갖다 팔아도 10% 안팎 밖에 받지 못합니다. * <전화 녹취>카드회사 관계자 : “작년 초까지는 좀 많이 받아 한 (원금의)18%까지 받았는데 하반기가 되면서 불량채권이 넘치면서 (지난)연말에는 한 7%밖에 못 받고 팔았습니다.” * 성재호 기자: 정부와 언론은 지난 6달 동안 배드뱅크가 마치 신용 불량자들을 위한 최선이자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부풀려왔습니다. * 임동현 /민주노동당 민생보호단 부장: “통상 과거에 자산관리 공사나 외국계 회사들이 시가의 10%, 5%에 인수한 걸 갖고 사실상 변제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 한계계층에 몰린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원금까지 다 받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배드뱅크는 장삿속이라는 게 저희 생각입니다.” * 성재호 기자: 더구나 지난 총선을 앞두고 무리하게 배드 뱅크 도입을 서두르다보니 배드 뱅크에서 제외되는 채무도 출범을 며칠 앞둔 지난 5월 17일에야 공고됐습니다. 배드뱅크를 통해 모든 채무를 조정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신용불량자들, 85만 명을 뺀 나머지 300만 명 신용불량자들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 김00/신용불량자: “제 입장에서는 사기나 다름없죠. 왜냐하면 (인터넷) 사이트에 절대 공지하지 않았거든요.” (수많은 채무가) 제외된다는 걸? “귀에 좋은 소리만 했지 중요한 것은 보증인이 있으면 이건 제외 대상이다라고 한군데도 귀띔해 준 언론사가 없다는 거죠.” * 클로징 멘트: 배드 뱅크는 지금까지 나온 금융권의 신용회복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좋은 조건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금융 기관들이 채권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차라리 이런 식이라면 오는 9월부터 도입될 법원의 개인회생제도나 기존의 파산제도가 신용 불량자들이 재기의 기회를 갖는데 훨씬 낫다는 평가입니다. 미리 짜놓은 침대에 잠 잘 사람의 키를 맞추는 식으로 배드 뱅크를 추진하려다가 결국 신용 불량자들을 두 번 울린 것은 아닌 지 배드 뱅크 도입을 사실상 주도해온 정부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