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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 농협법 개정안 두고 지난해 말 공방

지난해 12월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소위원회 위원장과 일부 위원들이 강하게 부딪혔습니다.

법률안을 의결할지 논의하는 자리였는데, '나쁜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날 가결된 건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었습니다. 이 법안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현직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까지 소급 적용하자는 것도 포함됐습니다.

당시 윤준병 의원은 표결 강행에 반발하면서 농협 측이 '입법 로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본인이 경험한 일이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홍문표 위원(국민의힘)이 "출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이런 엄청난 이야기를 근거 없이 공석에서 할 수 있냐"고 윤 의원에게 따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말 이런 '소동'이 있었지만, 결국 농협법 개정안은 올해 5월 농해수위 전체 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윤재갑, 김승남 의원과 김선교 전 의원 등이 각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뒤 길게는 1년 반 만에 국회 첫 문턱을 넘은 겁니다.

■"잇따른 회장 비리에 2009년 '연임 제한' 법 개정"

원래부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제한됐던 건 아닙니다.

농협중앙회장을 조합장들이 투표로 선출하기 시작한 건 1988년. 이후 농협중앙회 회장들은 모두 두 차례 이상 연임하며 임기를 마쳤습니다.

문제는 농협중앙회 회장들의 잇따른 '횡령 비리'가 터지고 나서 부터입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농협중앙회장을 맡았던 원철희 전 회장은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농협중앙회장이었던 정대근 전 회장도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자 2009년 농협법을 개정해 중앙회장의 연임을 제한한 겁니다.

그런데 다시 이걸 풀자는 이유는 뭘까요?


■농협중앙회 "연임 제한은 과도한 선택권 침해"

농협중앙회 측은 2009년 단임제가 도입될 당시부터 '연임 제한'은 과도한 자율권 침해였다는 입장입니다.

스스로 운영하는 자조(自助) 조직인 만큼 조합원 선택권 보장 차원에서, 회장 연임이 가능해 지는 게 자연스럽다는 겁니다.

농협 측은 그동안 여러 개혁 조치를 통해, 자정 노력을 해 왔다는 점도 법 개정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윤준병 위원이 제기한 '입법 로비' 의혹은 출처가 없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도 취재진에게 전해왔습니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도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법안 소위를 5차례나 거쳤는데, 농협개혁 관련해 여러 조치가 반영돼 충분히 완성된 법이라 판단해 정부에서도 적극 찬성"이라며 "농해수위에서 많은 논의를 거쳐 법사위에 갔기 때문에 빨리 통과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국회 법사위에서도 논란..."현직 회장 연임은 안 돼" vs "형평성 안 맞아, 연임 가능해야"

그러나 농협법 개정안은 법사위로 넘어온 뒤에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법사위에서의 쟁점은 개정안 통과 자체보다는 '현직 회장에게도 연임을 허용하느냐' 여부입니다.

지금까지 8월과 9월 법사위 전체회의가 두 차례 열렸는데요.

이탄희 법사위 위원(더불어민주당)은 8월 회의 때 ①단임을 연임으로 바꾼 사례가 있는지, ②임기 제한을 완화하면서 현 회장한테 적용한 사례들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보고 심의해 보자고 했습니다.

박용진 위원(더불어민주당)은 '연임 허용' 개정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현직 회장은 제외하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조정훈 위원(시대전환)의 경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마늘생산자협회, 사과 생산자협회 등 농업인들로 이뤄진 20개 단체가 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현직 농협중앙회장이 개정안 혜택으로 연임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20개 단체가 왜 반대했겠냐는 겁니다.

최강욱 전 위원은 "무지하게 전화 오고, 무지하게 찾아 오고, 30년, 40년 만에 몰랐던 친구들이 많이 찾아왔다"라며 과거 농해수위에서 윤준병 위원이 제기했던 입법 로비 의혹 문제를 다시 한번 언급했습니다. 왜 현직 회장의 연임 허용에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김의겸 위원(더불어민주당)도 지난 9월 회의에서 '법 통과에 협조해 주면 총선 나갈 때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어마어마한 로비를 피부로 느낄수록 이건(법 개정안) 해 줘서는 안 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박형수 위원(국민의힘)은 8월 회의 때 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무이자 자금 지원 등 기존 회장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상당수 해소됐다며, 현직 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자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산림조합이나 수협 등은 모두 연임이나 중임을 허용하는데, 농협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 위원은 연임을 단임으로 제한할 때는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부터 적용해야 하지만, 단임을 연임으로 푸는 것은 권리를 더 인정해주는 거여서 법리상으로도 문제 없다고 했습니다.

전주혜 위원(국민의힘)은 같은 회의 자리에서, 해당 법 개정안에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허용 외에도 농산물 판매 활성화 방안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역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전 위원은 2009년 중앙회장의 연임이 제한된 뒤 준법감시인과 내부통제 등 많은 부분에서 개혁이 이뤄졌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국회 법사위는 8월과 9월 두 차례 회의에서 위원들의 찬반 의견이 엇갈렸던 만큼, 법 개정안을 좀 더 심사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농협중앙회장 되면 30억 보장'...법 개정안의 향방은?

그럼 왜 이렇게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걸까요?

농협중앙회장이라는 자리가 그만큼 영향력이 막강하고, 처우도 좋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김의겸 위원도 언급했지만,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연봉은 4억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이성희 회장이 함께 맡고 있는 농민신문사 회장의 연봉도 4억 원 수준입니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되면 한 해 봉급만 8억 원입니다. 임기가 4년이니 총 30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성희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 30일 끝납니다.

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개정안은 공포 즉시 시행됩니다. 이 회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개정안이 법사위를 넘어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공포되면 연임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공포되기까지의 기간과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올해 안에는 개정안이 통과돼야 실질적으로 이 회장의 연임 도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이번 달에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자는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요? 아니, 통과시키는 게 맞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