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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검게 말라 죽이는 과수화상병.
지난해, 과수화상병으로 사과 재배 농가 95%가 초토화된 충북 충주시 산척면.

화상병은 치료제가 없어 한 번 발병하면 나무를 통째로 묻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척면은 '사과 무덤'으로 변했습니다.

■ 과수화상병 보상 갈등… "전액 국비" vs "지방 분담"

올해도 잠복균에 의한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큰 가운데 방제만큼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막대한 손실 보상금 처리입니다.

지금까지는 손실 보상금을 모두 국비로 지급했는데, 지방비로 일부 분담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주요 피해 지역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화상병 발생 지역의 자치단체가 보상 비용의 20%를 부담하는 내용의 식물방역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중순부터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거센 반발에, 시행 시기를 두고 1년이 지나도록 협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물방역법 시행령 개정 추진 내용>
"손실 보상의 100분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은 국가가 지급하고, 그 나머지 금액 시·도지사가 지급한다."



■ "국가관리검역병… 지방 재정 감당 못 해"

자치단체들은 과수화상병이 국가 관리 검역병인데다, 치료제나 예방약이 없는 만큼 모두 국비로 보상해야한다고 요구합니다. 분담하더라도, 화상병균에 강한 과수 묘목의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는 2025년까지 유예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이유에 섭니다.

무엇보다 주요 발병 지역은 손실 보상뿐 아니라 예방과 대책 사업에 드는 예산까지, 재정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크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개정안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과수화상병이 처음 확인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 농가의 65%가량이 집중된 충북 지역은 한해 농정 예산의 10%가량을 화상병 손실 보상으로만 써야 할 처지입니다.


■ "자치단체 방제 명령… 보상 등 책임 나눠야"

반면 정부는 국가와 광역시·도지사가 방제명령을 하는 만큼 손실 보상 부담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식물방역법'에도 방제 명령권자가 손실 보상도 하도록 규정돼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이행하지 못했던 만큼, 분담 비율을 정해 적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식물방역법>
제38조(손실보상) ① 국가와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는 제36조에 따른 명령으로 인하여 손실을 받은 자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손실을 보상하여야 한다. (중략)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가축전염병도 2012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비와 지방비로 나눠 손실 보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도 듭니다.

치료제나 예방약이 없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이고, 감염병 확산 방지에 손 놓는 것도 아닌 만큼,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모두 국가가 책임지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맞섭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과수화상병 피해가 발생한 충북 충주시.
과수화상병 손실 보상금 부담을 둘러싼 갈등은 막대한 비용을 '어느 호주머니에서 감당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곧 '방역의 책임'을 가르는 문제여서 더 첨예합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뒤, 이를 재연하지 않기 위한 당국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방제 성과를 판단하는 분수령이 될 한 해.

과수화상병 방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손실 보상금 처리가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