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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춥지만/따뜻한 곳이 있다`(`세상은 춥지만` 전문). 광화문 네거리 은행나무 아래서 액자나 부채 따위를 파는 노점상을 하는 정재완 씨가 첫 시집 `광화문 연가`를 냈습니다. 정씨는 어릴 때 무언가에 놀라 온몸이 마비된 이후 사십 년 가까이 뇌성마비 지체장애 1급이라는 불편한 몸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뒷골목과 달동네를 쏘다니던 정씨는 10여년 전 다큐멘터리를 찍는 동갑내기 김우현 감독을 만나면서 시를 쓰게 됐습니다. 김 감독은 남과 다르게 세상을 보는 눈이 있는 정씨에게 시 쓰기를 권유했던 것입니다. 정씨의 일상은 5부작 다큐멘터리 `광화문 연가`로 제작돼 지난해 9월 KBS 다큐미니시리즈 `인간극장`을 통해 방영된 바 있습니다. "왜 그렇게 쏘다니냐구?/그래야 세월이 빨리 가지"(`떠돌이' 전문)라거나 "너의꿈을/아무도 모르는구나"(`보도블록 틈새에 핀 꽃' 전문)라거나 "한밤 가로등 불 아래/여자 외로이 앉아 있다/내가 물었다/그 여인은 조금 있다가/간다고 한다"(`가로등 아래서' 전문) 등 시집에 수록된 짧은 시편들은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긴 사연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들은 광화문 뒷골목에 쭈그리고 앉아 버려진 신문지나 휴지에 쓴 것들이입니. 종이가 구해지지 않으면 보도블록이나 담벼락, 전봇대나 땅바닥에도 썼습니다. 김 감독이 "누구 보라고 그런 데다 쓰냐"고 물으면 정씨는 "지나가는 개들이나 새들, 벌레들 보라고 쓴다"고 했다고 말합니다. 뒤틀린 손으로 겨우 펜을 붙잡고 삐뚤삐뚤 `지렁이체'로 쓴 정씨의 시들은 글자한 자에 들인 물리적 공력만 따지더라도 결코 `짧은 시'일 수 없습니다. 어렵게 썼다고는 하나 거기에 화려한 수사법이 동원될 여유는 없습니다. 때문에 그의 시어는 비틀거나 꼬지 않습니다. 그는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나 의미의 핵심을 곧고, 바르고,쉬운 언어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주/오래된 이 길/가고 가도/먼 길이네"(`먼 길' 전문)라는 시편은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을 노래했던 한하운의 슬픈 남도가락을 도심의 삭막한 회색도로 위에 되살려 냅니다. 부자유스런 몸으로 땅에 부착해 살아가는 정씨는 "구름이/내 옆에 와서/친구 하잖다"(`구름이' 전문)는 천진한 어법을 통해 하늘을 훨훨 날고 싶은 갈망을 눈물겹게 드러냅니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에서 만난 여인에게/난 사탕을 무심코 줬는데/그 여인의 눈에서/눈물이 흐른다"(`지하철 2호선' 전문)며 자신의 사무친 외로움이 낯선 여인에게 슬픔의 파동을 격렬하게 일으켰던 장면을 담담하게 재생시킵니다. "꽃들이/비를 맞으며 이야기한다//어디 가고 싶어도/뿌리가 박혀 못 간다고 한다//비 그친 뒤/날아오는 벌이 말한다//너도 언젠가/씨앗이 되어 날아간다고"(`날아간다고' 전문)라거나 "지난 세월/우린/살아왔다/또 살아가자"(`또 살아가자' 전문)는 시편에는 고통스런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희망의 씨앗'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시인의 숭고한 정신이 살아 있습니다. 그의 시 `날아간다고' 등은 시인과촌장의 하덕규 씨 등이 노래로 만들어 음반으로 나왔습니다. 시집에는 사진작가 이요셉 씨가 몇 년에 걸쳐 촬영한 정씨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