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적합하지 않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40년 절친_연방 부의원은 얼마나 벌어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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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적합하지 않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오늘(10일) 국회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노회찬 전 의원은 청문위원들이 “황 후보자가 부정부패 및 적패 해소에 적합한 총리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흔히 인사청문회에서 증인들이 청문 대상자에게 반대 의견 등을 피력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노 전 의원의 발언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바로 황 후보자와 경기고 동기동창이라는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경기고 72회(1976년 졸업)인 이들은 동창 정도가 아니라 같은 문과 출신이라 3년 내내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둘은 고교 졸업 후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오다가 2005년 한 차례 ‘악연’을 맺고 드디어 오늘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맞닥뜨렸다.

■ 상반된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

동창이지만 두 사람은 학창시절부터 다른 길을 달렸다.

황 후보자는 고교 시절 학도호국단 연대장에 임명됐고, 노 전 의원은 ‘귀 있는자 들으라’는 제목의 유신반대 유인물을 작성해 배포했다.

졸업 후 두 사람은 더욱더 상이한 삶을 살아왔다.

황 후보자는 공안검사를 거쳐 법무장관으로 승승장구했고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국무총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노 전 의원은 오랫동안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운동에 투신하며 2004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하는 등 진보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 정치권 인사는 “ 두 사람이 걸어온 삶은 진보와 보수가 걸어온 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며 “두 사람의 삶은 누가 옳다고 얘기하기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사람 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 운명을 가른 ‘삼성X파일사건’

2005년 노 전 의원은 삼성 측이 정치권과 검찰 고위직에 명절 '떡값'을 제공하기로 논의하는 내용의 파일을 입수했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파일에 언급된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했다.

이에 당시 명단에 이름이 있었던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은 노 전 의원을 즉각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리고 ‘운명의 장난’처럼 이 사건을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인 황 후보자가 맡았다.

수사 끝에 황 후보자는 친구인 노 전 의원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노 전 의원은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결국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지금도 정치권에서는 노 전 의원이 고교 동창 검사의 ‘칼’에 맞아 정치적 날개가 꺾였다고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당시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사 당시 황 후보자는 노 전 의원에게 정치 후원금 1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해 비록 노선은 달라도 친한 친구인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했다.

이를 대변하듯 노 전 의원도 청문회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후보자와 고교동창이어서 증인은 대단히 피하고 싶었다"고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의원은 오늘 청문회에서 사적인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친구를 매섭게 몰아쳤다.

노 전 의원은 ‘삼성 X 파일 사건’과 관련해 오늘 청문회에서 “공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불법 도청한 사람과 수사를 촉구하고 보도한 사람만 처벌하고, 문제 제기된 사람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사건을) 덮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수사하기도 전에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한 것은 대단히 편파적 수사방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불법 도청 결과물이라 수사를 못 하고, 증거나 단서가 되지 못한 것도 매우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 친구인 황 후보자를 겨냥하기도 했다.

한편 황 후보자는 오늘 증인·참고인 대상 질의에는 출석하지 않도록 특위 차원에서 사전에 조정돼 두 사람이 오늘 청문회장에서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