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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 KBS AI 앵커

"오늘은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고 자주국가로서 독립을 이룬 날, 바로 8·15 광복절입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7년이 지났지만, 전국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요.

특히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일제강점기 일본군 시설들을 어떻게 처리할 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승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한 마을입니다.

밭 한 쪽에서 발견된 비석 같은 돌을 우물에서 퍼온 물로 씻어봅니다.

흙먼지가 걷히고 서서히 드러나는 글씨, 비석에는 어떤 글귀가 새겨져 있었을까요.

'진(鎭), 해(海), 만(灣), 요(要), 새(塞)'

일본군이 가덕도에 군부대를 짓고 비석에 한자로 이를 새긴 것입니다. 1904년 러일전쟁 발발 직후 일본군은 가덕도를 전초기지로 삼아 포병대를 주둔시키고 사령부를 설치했습니다.

실제 가덕도 남단 국수봉 서쪽 외양포 등지에는 지금도 당시 흔적이 여전합니다. 280㎜ 유탄포 진지는 물론 당시 막사 시설로 보이는 건물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포 진지 입구에는 1936년 세워진 '사령부발상지지(司令部發祥之地)'라는 비석도 그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연합군 공습에 대비, 가덕도 해안 절벽 등에 인공 동굴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대항 새바지마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T자 형태의 인공 동굴은 길이가 50m에 이릅니다.

미군의 한반도 상륙을 대비하기 위해 관측소 등으로 사용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덕도 국수봉 일대에는 포 진지와 인공 동굴 외에도 일제가 사용한 우물, 탄약고, 무기고, 지하 감옥, 장교 사저, 헌병대 막사 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황평우 / 前 문화재청 전문위원, 現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즉 가덕도라는 곳은 대한제국 초기부터 우리 근현대사에서 일제 시기 초기부터 일제 말기까지 전부 다 전쟁 준비를 했던, 그리고 그 군부대가 주둔했던 관사부터 포대부터 모든 영향들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유적들이 2030~35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개발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국토부가 공개한 신공항 조감도를 보면, 국수봉과 항구들이 들어선 가덕도 남단에 3,500m 길이의 해상 활주로를 연결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또한 바다를 매립하는 데 필요한 토사(土沙)를 마련하기 위해 산지인 국수봉은 대부분 절취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국토부와 부산시는 신공항 개발에 따른 해당 유적들의 보존 문제와 관련해 어떤 대안을 마련해 놓았을까? 직접 물어봤습니다.

국토부 가덕도 신공항 건립 추진단 관계자

"지금 단계로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 발주를 통해서, 이제 관련된 내용은 8월 이후에나 착수가 되기 때문에, 문헌 조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내용을 다 확인을 할 거고요. 그 부분은 이제 전반적으로 고려가 될 거다."

부산시 신공항 추진 본부 관계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이 과정에서 기본 계획도 같이 수립을 하면 공항의 배치나 공사 계획, 이런 것들이 나올 거니까 그 계획에 따라서 문화재에 대한 기초 조사는 해야 되겠지만, 문화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돼야 되겠죠."

당국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서는 어떻게 처리한다는 방침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추후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함께 가덕도 내 문화재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는 것인데요.

역사 문화 전문가들은 가덕도 내 일제 군 시설들을 이른바 '다크 헤리티지(Dark Heritage) 유적'으로서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역설합니다.

황평우 / 前 문화재청 전문위원, 現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가덕도 신공항까지 만들어버리면 역사적인 흔적까지도 다 지워버릴 수 있는 이런 아쉬운 장소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고대 때부터 우리의 분단까지, 근현대사까지 어떤 역사적인 유적이 남아 있는 이 가덕도를, 정말로 '에코뮤지엄', 살아있는 야외 박물관으로 보존을 잘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이른바 다크 헤리티지 즉, 부정적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적인 비극을 기억하고 그 교훈을 되새기는 유적인 만큼 보존 가치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문길 / 現 한일문화연구소장, 부산외대 일본어과 명예교수

"지금 가덕도에 포병 부대가 있는 그 산 너머에, 국수봉 산을 넘어서 바다 가까운 곳에 화장장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는 뎁니다. 어떤 사람이냐면, 강제 징용으로 간 분들, 강제 징병으로 간 우리 노동자들이 그곳에서 근무하고 타살되어 죽었다든가, 사고로 죽으면 전부 화장했던 곳입니다.

조선의, 한국의 슬픈 역사. 이런 역사도 이 장소에 있었다 (하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서 그 장소(군 시설 등)를 헐고 없애버려야 한다면, 반드시 그 장소에 이러한 유적이 있었다는 표시판을 세워놓고, 후세대나 국제 사회에 우리나라의 과거 역사를 명확하게 알리는 게 좋습니다."

물론 가덕도 내 일제 군 시설은 당시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과 만행을 보여주는 잔재들이기 때문에, 이를 철거하자는 의견도 적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비극적 문화유산인 '다크 헤리티지'를 보존하자는 역사 문화 학계의 의견이 맞서고 있어, 당국이 향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취재: 신승민, 신강문 / 편집: 이의선 / 자료조사: 최민주 / 대문사진: 원소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