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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요즘 시끄럽습니다. 내놓는 발표마다 반발에 반발을 부르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일주일 간격으로 발표된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 환경영향평가와 <제주 제2공항 건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조건부 동의' 판단이 있습니다.

두 사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찬-반 논란 속에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41년을, 제주 제2공항은 8년을 끌어 온 ' 장기 미제 사업'이라는 것.

둘째 두 사업 모두 환경부가 그동안 ' 사업 보류 결정'을 내렸다는 것.

마지막으로 논란의 핵심에 '환경 파괴'가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 파괴를 이유로 환경부가 번번이 거절해온 사업이 환경부의 입장 변화로 연달아 탄력을 받게 된 건데, 환경단체들은 '환경파괴부'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환경부 해체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번 논란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뭔지, 환경부는 왜 입장을 바꿨는지, 문제는 없는 건지 따져보겠습니다.

■ 2년 만의 '반전'…환경부는 왜 입장을 바꿨나?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해달라며 환경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요청합니다. 2021년, 환경부의 결론은 '사업 반려'였습니다.

항공기와 조류 충돌 영향을 비롯해 서식지 보전법정보호종 보호, 환경 가치가 높은 숨골 보전 등 4가지를 반려 이유로 들었습니다. 이들 문제에 대해 국토부가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입니다.

퇴짜를 맞은 국토부는 지난 1월, 다시 환경부의 문을 두드립니다. 환경부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보완했다며 다시 협의를 요청한 건데, 환경부는 이번에 보완책을 잘 만들었다며 '조건부 동의'를 해준 겁니다.

환경부는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도 "국토부가 보완해 제출한 내용을 보면 이번에는 충분히 환경성 검토가 가능한 수준으로 자료가 작성됐다"고 총평했습니다.

국토부가 조류 전문가를 참여시켜 서식지 정밀 조사를 했고, 멸종위기종에 대해선 사업 대상지 전체를 대상으로 개체 수 재조사를 해 서식 현황을 검토한 뒤 서식지 조성 대책을 만들어 제시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문제가 됐던 '숨골'과 관련해선 "제주도에 최대 3만 개 정도가 있는 숨골 가운데, 공항 예정 부지에 있는 153개 중 보존 가치가 있는 건 21~25개 내외"라며 "숨골 때문에 입지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기에는 불합리하고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평가서에 대해 전문기관들로부터 검토 의견도 받았는데, "입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없었다"고 강조했는데요. 다만 "전문기관 모두 '환경 훼손에 대한 저감 방안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해 이 부분을 조건부로 반영했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환경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 그래서 봤습니다, '전문기관 검토의견'


환경부에 검토의견을 낸 기관은 국립생태원과 한국환경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물자원관, 해수부, 수산과학연구원 등 6곳입니다.

이 가운데 KBS가 입수한 국립생태원의 검토의견은 이렇습니다.

① 조류충돌…"활주로 방향 및 배치 검토해야"

"이착륙 방향으로 항구 등 대규모 조류집단의 서식이 가능한 방향으로 선정되는 경우 우발적 상황에 따라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고려한 대안선정 필요"

"활주로 방향 및 배치를 검토해 조류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음"

② 멸종위기종…"불가피한 환경영향 우려"

"(멸종위기종-맹꽁이) 사업대상지 전역에 맹꽁이 서식지가 산재해 있어 사업의 진행에 의해 불가피한 환경영향이 우려됨"

"(멸종위기조류) 이번 평가서에는 서식지 훼손에 대한 저감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실질적인 적용이 가능한 저감 방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함"

"멸종위기종의 서식 영향을 낮추기 위해서는 핵심서식처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게 현실적인 저감 방안"


③ 숨골 보전…"완충 구역 설정 등 검토해야"

"사업추진에 의한 (숨골) 훼손은 불가피"

"적정한 사업 규모를 검토하고 단계별 사업계획의 조건부 추진을 통해 급격한 환경변화를 줄이고 개발하지 않는 완충 구역 설정을 검토해 환경영향을 저감할 필요성 있음"

위에 정리해 놓은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국립생태원의 검토 결과는 2021년 환경부의 '반려 사유'였던 문제점들이 다시 지적돼 있습니다. 6개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이 대부분 '대동소이' 했다는 게 환경부 설명입니다.

■ '한가지' 결과에 대한 '두 개'의 해석

[환경부] "입지 타당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 아냐"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환경부가 무시한 채 조건부 동의를 했다"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일부 언론들도 "국립생태원 등이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보도 설명자료>를 냈습니다.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 설명자료의 핵심이었습니다.

"전문 검토기관 의견은 입지 타당성 등에 대한 부동의 또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게 아니라, (사업 시행에 따른) 환경영향에 대해 좀 더 세밀한 검토와 저감방안을 마련하라고 의견을 낸 것"

"이후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사업 시행으로 인한 구체적인 환경영향와 저감방안을 검토하고 협의할 예정"

- 2023년 3월 7일 <환경부 보도설명자료> 中

이번 사업, 환경부 말처럼 이제 '환경영향평가'만 남아있습니다. 기본 계획에 대해 평가받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달리, 땅을 어떻게 고르고 활주로를 어디에 놓을지 등 보다 세부적인 계획을 평가받는 단계인데요.

이 단계에서 환경부는 더는 협의 주체가 아닙니다. 통상 환경영향평가를 환경부가 주도하는 것과 달리,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가 협의 주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의견은 낼 수 있지만, 더는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환경단체] "번번이 환경 가치 무시…왜 지금 반복되나"

그런데 똑같은 전문기관 검토의견을 두고 환경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토부가 올해 1월 환경부에 다시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국립생태원은 △생물다양성·서식지 보전 △멸종위기조류 △조류충돌 △숨골 보전방안이 모두 미흡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종합해보면 국토부는 2년 전 환경부가 반려했던 사유를 제대로 보완하거나 충족하지도 않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조건부 협의로 통과시킨 것이다."

- 2023년 3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의원 보도자료> 中

환경운동연합 등은 "제주 제2공항 부지에 대한 자연과 환경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채 조건부 동의를 했다"며 "'흑산공항 건립 예정지 국립공원 해제 결정'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조건부 동의', 이번 '제2 제주공항 건설'까지 환경부가 번번이 환경의 가치를 무시하고 있다"고 날 선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그러면서, 환경부의 일련의 결정들이 모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며, 정권의 눈치를 본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논란을 대하는 '환경부의 자세'

환경부는 일련의 논란의 결정을 내린 뒤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순간에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일관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서는 브리핑 없이 보도자료를 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2 제주공항 건설 사업> 결정 이후에는 비공개 기자간담회, 그러니까 소위 백브리핑(카메라나 녹취를 할 수 없는 상태로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으로 갈음했습니다. '환경 훼손'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원론적' 답변만 반복했습니다.

환경부의 결정을 두고 분명, 찬성과 반대가 존재합니다. 환경부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과 반발, 충돌을 충분히 예상했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취재 과정에서 느낀 환경부는 여느 이슈와는 달리 조용히 넘어가려는 모습이었습니다. 논란이 되는 이슈라면, 국민에게 더 공개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의혹과 의심을 덜어내는 방법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환경부의 존립 근거는 명확합니다.

개발과 파괴로부터 환경을 지키는 일입니다. 한번 파괴된 환경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복구나 복원이 쉽지 않은 이유에서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환경부 누리집 인사말을 통해서도 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박수받을 수 있는 환경부를 만들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행보는 환경부 스스로 존립 근거에 물음표를 갖게 합니다. 국민을 바라보는 대신 눈치 보기에 바쁜 건 아닌지, 박수 대신 비판의 대상이 된 건 아닌지 스스로 묻고 답할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