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만화도 역사왜곡 _살바도르의 브라질 포커 챔피언_krvip
⊙앵커: 일본 왜곡 역사교과서 파문이 계속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왜곡 내용을 그대로 담은 일본 만화들이 요즘 우리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 지금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일본 만화 속에 숨겨진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과 역사왜곡의 실태를 윤성도 프로듀서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동대문의 만화상가, 매니아들이 찾는 것은 대부분 일본만화입니다.
제한이 없는 다양한 소재에 초밥에 대한 만화를 요리사들이 교제로 사용할 정도로 내용 또한 전문적입니다.
⊙인터뷰: 작가가 항상 공부를 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작가가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인터뷰: 그 오랫동안 어떻게 해서 이렇게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수집을 해 가지고 이것을 어떻게 이런 정밀한 필체로 그려낼 수 있는지...
⊙기자: 국내에서 최고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정치 9단', '시마과장'으로 유명한 히로가네 겐시의 작품입니다.
이 만화는 대기업의 엘리트 사원인 주인공 카지가 정치계에 입문해 파벌중심의 일본 정치를 개혁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강영훈(대학생): 매력적이라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정말 이런 정치가가 필요하다, 정말 이런 정치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기자: 그런데 이 만화가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이 과거의 죄책감에서 벗어나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우익정치가들은 90년대 이후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금지하고 있는 평화헌법을 고쳐 군사 강대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주인공은 한국에서 전쟁이 났을 때 현행 헌법으로는 일본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가 출동할 수 없다는 식의 과장된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유사시도 아닌데 자위대를 해외로 내보내는 것은 헌법 위반입니다.
⊙인터뷰: 헌법을 지키는 데만 연연한 나머지 외국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다는 건가요?
⊙기자: 국내에서 30만 권 이상 팔린 '침묵의 함대'에서는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해 국제사회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장권(교수/서울대 국제지역원): 자위대가 해외 파병을 할 수가 있고 또 그것을 통해서 일종의 군사대국화, 혹은 정치대국화를 하려고 하는, 그런 어떤 시각을 지금 거기에서는 대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이런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정치 9단'에서는 북한을 악역으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본의 어선을 납치해 선원들을 몰살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잔혹한 테러국가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함정이 남한의 여객선에 총격을 가하자 여객선을 구출하기 위해 북한 군함을 침몰시킨 자위대를 영웅으로 미화하고 있습니다.
⊙김병곤(대학생): 무장을 해야 한다, 그런 얘기가 있지만 일본은 무장을 하려면 일단 교과서나 제대로 만들든지, 청산할 것은 다 청산한 다음에 그런 얘기를 하든지...
⊙기자: 군사 강대국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 만화들은 과거의 역사를 왜곡하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인 '전쟁론'과 '대만론'에서는 일본군에 의한 각종 학살행위가 조작된 것이고 종군위안부들이 직업 매춘 여성이라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일본군에게 연행돼 성노예가 된 사람은 없다, 자발적인 창녀가 장사를 했을 뿐이다...
⊙기자: 또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남북 지도자들을 형편없는 인간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일본 때문에 한국이 분단됐다고 말하는 김대중은 거짓말쟁이다...
⊙기자: 이런 터무니없는 내용의 만화와는 달리 정치를 소재로 하지 않는 만화에서도 군국주의적인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야쿠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빛과 그림자'에서는 일본 정치가 가장 보수적이었던 50년대가 제일 좋았던 시기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래소년 코난으로 유명한 다카하다 감독의 '반딧불의 묘'는 일본인 남매가 2차대전 중에 부모를 잃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시사만화가로 활동했던 고경일 씨는 이 만화 역시 일본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려는 일본 만화의 최근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고경일(시사만화가/상명대 만화학과 교수): 참혹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그 당시의 식민지 국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는 거죠.
전쟁이 잘못된 것이지 일본이 잘못된 게 아니다라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기자: '반딧불의 묘'는 일본과 외국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 만화들의 군국주의적인 성향이 극도의 세련됨으로 위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박재동(만화가): 주인공이 만약에 극우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거나 군국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경우에 그것이 자기도 모르게 동화돼 버리고 또한 동화되지 않더라도 거부감이 없어지는 효과를 갖게 되죠.
⊙기자: 이런 만화를 심의로 규제할 수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만화가나 평론가 또는 독자들 스스로 일본 만화의 존귀함 속에 감춰진 위험성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냉철함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KBS뉴스 윤성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