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장 뒤덮은 ‘꽹과리’ 소리, 의원님들은 불편하셨나요?_엄마는 내기 안 해_krvip

국감장 뒤덮은 ‘꽹과리’ 소리, 의원님들은 불편하셨나요?_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수상한 상_krvip

어제(10일) 서울대학교에서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됐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이슈로 이미 여야 격돌이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언론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집중됐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른 오전부터 국정감사장 밖에는 빨간 조끼를 입은 서울대 노동자 3백여 명이 모였습니다. 서울대에서 청소와 경비, 기계·전기·설비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입니다.

두 달 전 서울대에선 계단 밑 공간을 개조해 만든 열악학 환경의 휴게실에서 쉬던 60대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있었죠. 그 이후에도 학생식당과 카페에서 일하는 생협 노동자들이 식당에서 샤워커튼 하나에 의지해 씻어야하는 열악한 환경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년째 이어지는 노사 협상에도 학교 측이 별다른 처우 개선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최근에는 단식과 삭발 등 투쟁이 격화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노동자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여기에 온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국정감사가 열린 어제(10일), 서울대학교 노동자들이 대학본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서울대학교 안에 시위가 자주 있습니까?" 오후 질의가 계속되던 중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이 서울대학교 총장에게 물었습니다. 오세정 총장이 "자주 있는 편"이라고 말하자, 홍 의원은 "특정한 장소에서는 못하게 돼 있지 않냐"면서 "여기 도서관도 있고 한데 시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마이크 크게 쓴다는 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조금 더 지나자 이번엔 꽹과리 소리가 국감장에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나섰습니다.

이 의원은 오세정 서울대 총장에게 "저 꽹과리 소리 안 할 수 없나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자꾸 저러면 저쪽에 우리가 응원을 해주고 싶어도 못합니다. 확실히 전달해 주세요"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아침에 오면서 수고한다고 다 악수까지 하고 왔는데, 왜 저래요"라고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잠시 뒤 서울대 관계자가 현장에 도착했고, 꽹과리 소리는 줄어들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집회를 마무리 할 때까지 스피커 소리도 줄이고 구호도 크게 외치지 않았습니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의원
그런데 서울대의 주요 현안 가운데 하나인 서울대 청소·시설·경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의면한 의원들은 어제 국감에서 어떤 '이슈'에 초점을 맞췄을까요. 홍문종 의원의 질의 키워드는 '사노맹'이었습니다. 홍 의원은 오세정 총장에게 "교수 파면 절차는 어떻게 되냐"면서 "교수가 반국가단체 소속이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습니다. 오 총장은 "법원 판결이 나오면 징계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홍 의원은 "대법원판결에 의하면 사노맹은 반국가단체"라면서 "사노맹 활동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다는 사람(조국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서 자격이 없다. 파면 절차를 밟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홍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도 오 총장에게 "사면복권 돼서 괜찮다고 했는데 (조 장관이) 아직도 사노맹이라니까 그거는 현행범"이라면서 "꼭 챙겨보시기 바란다"고 당부했습니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자료사진)
다른 의원들의 관심사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2014년 조○ 환경대학원 장학금 관련해 관악회 쪽에서는 학생 15명에 대해서 연락처나 계좌번호는 어떻게 파악했는지 확인해서 알려주세요" -곽상도 의원-

"서울대 의대 윤 모 교수의 실험실에서 유력 정치인의 아들 김 모 군을 제외하고 고등학생이 인턴한 적 있는지, 논문이나 포스터 발표 한 적 있는지 확인해서 제출해주세요" -박경미 의원-

"서울대에서 고교생이 인턴하는 경우를 총장님은 본 적 있어요?" -전희경 의원-

"윤 모 교수가 유력 정치인의 친구라고 하는 것도 밝혔고, 저는 아쉬운 사람이 부탁할 수 잇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서울대 국립대학 교수가 그 중심을 지켰어야죠" -서영교 의원-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어떤 질문을 할 지는 그들 고유의 권리입니다. 소중한 질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국감장을 뒤덮은 최대 관심사는 조국 장관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 문제였습니다. 한해 4,371억 원(2018년도 기준)의 정부지원금을 받는 서울대학교 운영에 살펴봐야 할 이슈가 정녕 그 두가지 뿐일까요?

어떤 의원들에겐 국감장 밖에서 노동자들이 치는 꽹과리 소리와 구호가 '소음' 그 이상, 이하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감장 밖에 있는 노동자들은 꽹과리 소리가 시끄럽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소리의 세기만큼 절실하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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