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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1시 10분 경북 예천경찰서 권오식 형사팀장(경위)은 예천군 계포면의 한 농로를 지나는 흰색 SM7 차량이 시야에 들어오자 속으로 외쳤다.

기약없는 밤샘 잠복근무 끝에 드디어 꼬리를 잡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늙은 도둑고양이처럼 평소 익숙하고 인적 드문 농로로만 다닌다는 습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차는 잠시 후면 다시 이곳을 지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0여분 뒤 아까의 흰색 차량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다시 나타났다. 차가 서더니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차 뒤편 번호판 앞에 쭈그려 앉는다.

'또 한탕 하려는 거구나.'

권 팀장은 근처에 숨겨 놓은 자신의 차에 올라타 헤드라이트를 끈 채 슬며시 다가갔다. 그러고는 라이트를 확 켰다.

동네 미장원에서 쓰는 파마 캡을 번호판에 씌우려던 '그놈'은 갑작스러운 불빛에 놀라더니 이내 차에 올라타고는 줄행랑쳤다.

곧이어 시골길에서 시속 140㎞를 넘나드는 숨 가쁜 추격전이 벌어졌다.

10분도 되지 않아 한 보건소 앞에 도주 차량은 멈췄고, 권 팀장은 무전을 받고 달려온 동료 형사들과 함께 악질 농작물 절도범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웠다.

보름 이상 거의 매일 밤을 찬이슬 맞으며 풀숲과 밭두렁 길에서 보낸 힘겨운 잠복 작전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절도범은 예천뿐 아니라 안동·영주·문경·상주 등지를 돌며 힘겹게 수확한 고추, 참깨, 콩, 쌀 등 농산물을 2년 넘게 싹쓸이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예천의 피해가 가장 심각해 예천서가 지난 4월 본격 수사에 착수한 터였다.

'그놈'은 용의주도했다. 보통 절도범이 탄 차량이 국도 등에 설치된 CCTV에 찍히기 마련인데, 범행 장소 주변 CCTV엔 그림자도 잡히지 않았다.

경찰은 피해농가 두 곳에 CCTV를 달도록 했고, 흰색 SM7이 농가 CCTV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지난달 9일이다. 하지만 번호판이 가려져 있어 주인을 알 수 없었다.

수사팀은 용의자가 야간에 번호판을 가린 흰색 SM7를 몰고 CCTV가 없는 시골 농로로만 다닌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해 농가의 위치를 분석해 이 차량이 다닐 만한 농로 두세 군데를 압축했다.

그렇게 해서 잠복을 시작한 게 지난달 11일이다.

권 팀장 포함 5명이 전부인 시골 경찰서 형사팀 전원이 잠복에 투입됐다.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농로 곳곳에 몸을 숨겨 기다렸다.

주변 지역 경찰서 형사들도 농산물 절도범을 잡으려 가끔 잠복하는데 서로 절도범으로 오인해 몰래 추적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권 팀장은 "고단했지만 농로에서 마주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절도범이 워낙 신중하게 몸을 숨기고 범행해 검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천 출신인 농작물 절도범 신모(40)씨는 재작년 7월부터 이 일대 농가 창고를 뒤져 동네 어른들이 힘겹게 수확한 농산물을 훔쳐 판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인 생계형과 달리 돈을 벌려고 작정한 '기업형' 절도범이었다.

내연녀와 함께 상주에 창고를 얻어 훔친 농작물을 쌓아놓고 재포장했다. 이를 함양에 연 곡물점에서 팔았는데 곡물점엔 종업원도 한 명 뒀다.

이렇게 그가 번 수입은 확인된 것만 1억5천만원. 피해 농가는 53가구에 달했다.

전과 7범인 그는 안동 출신 농사꾼 행세를 하며 훔친 농작물을 헐값에 팔아 주변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신씨는 주로 담배를 훔쳐 판 단순 절도범이었지만 교도소에서 "농작물 절도가 세상에서 제일 쉽다"는 말을 듣고 출소 5개월 만에 범행에 나섰다. 피해자가 대부분 시골 할머니들이니 들키거나 신고될 염려가 별로 없다는 이유였다.

사건 보고를 접한 경찰청은 예천서 형사과 형사 1명을 이례적으로 특진시켰다.

경찰청 관계자는 22일 "보통 특진 추천은 사건 피해자가 30명 이상이어야 하지만 3급지 경찰서의 5명밖에 없는 형사들이 악질 농산물 절도범을 검거하기 위해 치밀하게 사건을 분석하고 발로 뛰며 끈질기게 추적한 공로를 인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