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26년 만에 女총리 선출?…‘보리스는 안돼’ 확산!_전문가들은 얼마나 벌나요_krvip

英 26년 만에 女총리 선출?…‘보리스는 안돼’ 확산!_슬롯 위성의 물리적 부분_krvip

영국 국민 투표 결과 'EU 탈퇴'로 결론이 난 직후 사임을 발표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본격화됐다. 영국 보수당의 원로 그룹인 ‘1922년 위원회’가 늦어도 9월 2일까지 보수당 대표를 선출하라고 권고했다. 보수당이 하원 의원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보수당 대표가 의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선거 일정이 공식화되면서 후보군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운동을 주도하면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부상한 보리스 전 런던 시장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보수 당내 EU 잔류파를 중심으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총리 선출을 저지하기 위한 '스톱 보리스(Stop Boris)’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리스 총리 선출을 저지할 통합후보로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테레사 메이가 총리로 선출되면 마거릿 대처 이후 영국에서 26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영국의 새 총리 선출 과정에서 유력한 경쟁 후보인 보리스 존슨과 테레사 메이

테레사 메이, 국민 투표 이후 첫 여론조사에서 보리스 존슨 앞서

국민 투표 이후의 여론의 흐름에서는 보리스 존슨은 주춤하고 있고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가 국민 투표가 끝난 뒤인 지난 26일과 27일, 영국 국민 2천여 명을 상대로 가장 적합한 차기 총리를 조사한 결과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이 가장 높은 19%의 지지를 받았다, 보리스 존슨 후보는 테레사 메이보다 1% 포인트(P) 낮은 18%의 지지를 확보했고,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함께 EU 탈퇴 운동을 주도한 마이클 고브 법무부 장관이 5%의 지지를 확보했다. 브렉시트 선거 운동 기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함께 영국의 EU 잔류 운동을 벌였던 조지 오스번 재무부 장관 등 현 내각에 있는 나머지 후보들은 유의미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4월에는 보리스 존슨이 테레사 메이를 10% 이상 앞선 바 있어 여론의 흐름이 크게 바뀐 셈이다.



하지만 전체 국민들의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게 총리 선출권이 있는 보수당원들의 생각이다. 당별로 분류해 보면 보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테레사 메이가 31%로, 24%의 지지를 확보한 보리스 존슨을 비교적 여유롭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리스 존슨은 노동당, 자유민주장, 영국 독립당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U 잔류를 지지하는 유권자와 EU 탈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선호도가 크게 갈렸다. EU 잔류를 지지한 유권자의 26%가 차기 총리감으로 테레사 메이를 꼽았지만 보리스 존슨은 4%에 불과했다. 반대로 보리스 존슨은 EU 탈퇴를 지지한 유권자의 32%의 지지를 받았고 테레사 메이는 18%에 머물렀다.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내각 회의에 참석한 뒤 나오고 있다. (사진=EPA)

이처럼 테레사 메이 내무부 장관이 차기 총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건 그녀가 EU 잔류파였지만 투표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탈퇴 진영과 잔류 진영을 중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영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테레사 메이는 EU 잔류파였지만 EU 탈퇴파들이 주장하는 이민 유입 통제도 찬성하고 있다.

또한 브렉시트를 찬성한 보수당 의원 129명 가운데 보리스 존슨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갈라질 대로 갈라진 보수당을 통합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디언은 테레사 메이 장관이 이번 주에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게 되면 보수 당내 '反보리스' 진영의 상당수가 그녀를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수당의 앨런 던컨 의원은 BBC에 출연해 "새로운 지도자가 꼭 '브렉시터(탈퇴론자)'일 필요는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통합과 안정성, 신뢰성, 그리고 유능함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리스 존슨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영국의 총리를 지낸 마거릿 대처. 영국병을 극복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비슷한 이미지

1956년 영국 남부 리스본에서 성공회 성직자의 딸로 태어난 테레사 메이는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영국 중앙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97년 런던 서부 버크셔에서 하원 의원으로 당선 되면서 중앙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010년 보수당이 집권한 이후 지금까지 영국 내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영국 역사상 최장수 내무부 장관 재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테레사 메이는 지난해 8월 EU 주요국 내무ㆍ교통 장관 회의에서 국경 통제를 부활하고 영국으로 이주하는 EU 시민권자를 영국에 이미 일자리를 확보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이민과 치안 등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총리에 앞서 내무장관을 거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비슷한 이미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가 총리에 오르면 대처 이후 26년 만에 여성 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15만 명 당원들의 표심은 어디로?

보수당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당 대표 경선에 돌입한다. 소속 의원들의 투표로 두 명의 후보를 결정하고 통상 2개월 정도의 선거 운동기간을 거친다. 그 후 전당대회에서 15만 명의 당원들이 대표를 뽑는다. 현재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테레사 메이가 '통합후보'로서 세를 얻어가고 있지만, 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벽이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이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보리스 존슨은 국민 투표 이후 'EU 탈퇴 효과'에 대해서 말을 바꿔 흠집이 나긴 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총리 후보이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약간 밀리지만 대중적인 지지도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 탈퇴 결정 이후 영국 사회의 분열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번 새 총리는 완전히 쪼개진 영국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고 유럽과의 탈퇴협정,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맺는 협정 등 지금까지 어느 총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하는 막중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국민투표의 연장선에 있다는 이번 총리 선출 과정에서 영국 보수당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