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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혈이 낭자한 살인사건 현장. 피해자는 몸 곳곳이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고 현장에 출동한 베테랑 강력반 형사도 참혹하게 당한 시신 앞에서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젊은 여성 검시관(檢屍官)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시신 이곳저곳을 살피며 보고서를 작성해 나간다. '시체는 온 몸으로 말한다'는 법의학 명제를 떠올리는 듯 상처 깊이, 손상 형태 등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것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기록한다. 이런 상황은 더 이상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인천경찰청 과학수사계 소속 검시관으로 채용된 이자영(32.여)씨. 이씨는 지난해 11월 경찰청이 과학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7, 9급 보건직공무원 15명을 선발할 때 합격한 뒤 6개월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최근 인천경찰청에 발령받고 본격적인 검시관 업무를 시작했다. 검시관은 과학수사요원과 함께 현장에 도착해 시체에 대한 감식작업을 벌이고 검안의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며 부검시에는 부검의에게 변사자에 대한 현장자료와 의견을 제출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이씨는 검시관이 되기 전에는 5년간 인천 길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하루에도 몇번씩 시체들을 살펴봐야 하는 검시관이 된 이유는 뭘까.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이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간호사 일도 매우 보람있었지만 범죄 현장에서 사건 해결의 단초를 제공하는 검시관 업무도 보람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죠." 그러나 간호사 시절 환자들의 죽음을 많이 봐 왔던 이씨에게도 범죄현장이나 사고현장의 참혹함은 참기 어려운 것이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교육 초기 1주일간은 시신들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아 식사도 제대로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마음가짐을 바꾸자 시신들은 그저 숨진 채 말이 없는 시체가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다보니 처음에는 좀 힘들었죠. 그러나 '사건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라고 생각하니 시신을 접할 때 느꼈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됐습니다." 추락사, 화재사, 익사, 피살사건 등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이씨가 교육기간 6 개월간 살펴본 시신만 600여구. 시신 상태를 살피며 보고서를 작성해 나가는 손놀림은 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망자에 대한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아직도 그대로다. 이씨는 "초동수사 현장에서 만난 형사님들의 열정에 많이 놀라고 있다"며 "나도 그런 열정을 갖고 꼼꼼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