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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사용 후 핵연료

원자력발전의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 핵연료.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사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나면 ‘사용 후 핵연료’라 불리는 핵폐기물이 남는다. 사용 후 핵연료는 흔히 연탄과 비교된다. 연탄을 난방용으로 태우고 난 뒤에 남는 연탄재는 쓰레기 매립장에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손으로 만져도 될 만큼 안전한 사용 전 핵연료와 달리, 일단 원자로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엄청난 열과 방사능을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로 변한다. 세슘, 방사성 요오드, 스트론튬 등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공 방사성 물질이 탄생하는 것이다. 암과 백혈병 등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연탄재처럼 함부로 버렸다간 감당할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지도 모른다.

사용 후 핵연료 포화 임박

우리나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현재 23기. 각 원전에서 배출되는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안에 있는 수조(습식 저장소)와 지상시설(건식 저장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문제는 사용 후 핵연료가 쌓일 대로 쌓여 2016년 부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국내 모든 원전에 있는 저장시설이 단계적으로 포화 상태를 맞게 된다는 점이다. 원전 안에 저장 공간을 최대한 늘려서 더 촘촘하게 쌓는다고 해도 2026년이면 포화 상태를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원자력 발전 덕분에 그동안 전기를 싸게 써온 대가로 우리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됐다. 그동안 원전 가동에만 치중하면서 정작 원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소홀했던 결과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법은?

사용 후 핵연료가 내뿜는 방사성 물질의 독성을 없애는 방법은 한 가지뿐. 10만 년 동안 생태계로부터 격리된 지하 깊은 곳에 보관하며 방사능이 서서히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이런 방식으로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한 나라는 아직까지 없다. 또 다른 방법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한정된 우라늄을 재활용해 연료로 다시 쓰면서 폐기물의 부피도 줄이는 방식이다. 재활용을 하기 위해선 ‘고속증식로’라 불리는 별도의 원자로가 필요한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데다 안전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게다가 재활용을 해도 많든 적든 폐기물은 배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류가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처분 방식이나 재처리 방식을 찾을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해돌 수 있는 중간저장시설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19년 걸린 방폐장, 사용 후 핵연료는?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짓기까지 19년이란 긴 세월이 걸렸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능 오염도가 사용 후 핵연료보다 훨씬 더 낮은데도 안면도, 굴업도를 거쳐 부안 사태를 거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심각한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주 방폐장이 오는 6월 완공되지만,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저준위 폐기물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민감하고 까다로운 사용 후 핵연료 처리가 얼마나 쉽지 않은 문제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 핵폐기장이 들어오는 것을 선뜻 찬성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이대로 그냥 방치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해법을 찾지 않으면 사용 후 핵연료 포화를 막을 길이 없게 된다.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의 과제는?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해 11월,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원전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원전 지역 주민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공론화’를 진행하게 된다. 거시적인 처리 방식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이번 공론화의 1차적인 목표다. 공론화위원회의 출범 목표대로 올해 안에 우리 사회가 의미 있는 합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미 공론화를 통해 해법을 찾은 선진국들의 경험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진정한 공론화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시사기획 창>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에 즈음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그 해법을 찾기 위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지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