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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의 선택은 다시 한번 '긴축 반대'였다.

올해 긴축 반대를 내세워 정권을 잡은 급진좌파연합(시리자)과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로 재신임을 받았다.

치프라스 총리의 어깨에 힘이 더 실리는 만큼 채권단과의 3차 구제금융 협상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일단 양대 채권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스와 채권단 모두 협상 결렬에 따른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파장을 잘 알기 때문에 협상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 재신임을 받은 치프라스 총리의 위상이 높아진만큼 협상은 진통을 겪겠지만 결국 타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국민투표 과정에서 치프라스 총리와 채권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협상 테이블이 제대로 꾸려질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협상이 가시밭길을 걷다 결국 협상 타결에 이르지 못하면 그리스가 전면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렉시트의 길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 "그렉시트 막자"…진통 속 협상 타결 가능성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고 협상이 물 건너 갔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그렉시트가 몰고 올 파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이기에 손실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유럽 대륙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재료다.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그리스 국민은 물론 유로존의 균열을 걱정하는 유럽 국가도 그렉시트를 원하지 않는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그렉시트로 가는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스 현 정권을 다시 협상장에서 마주해야 필요성도 나온다.

최대 채권국인 독일이 특히 그리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지만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이 상대적으로 그리스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본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올랑드 대통령은 7일 만나 그리스 국민투표 이후 상황을 협의한다.

양대 채권국의 수장이 만난 자리에서 재협상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협상 테이블은 다시 만들어진다.

재협상이 시작되더라도 5개월간 결실을 보지 못한 이전 협상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민투표를 통해 그리스 국민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더 이상의 긴축은 싫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줬다.

물론 협상이 쉽지는 않겠지만 양측이 '그렉시트는 막자'는 인식을 공유한다면 협상의 끈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협상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신속한 타결을 보고자 노동시장 개혁처럼 협상 과정에서 우선 순위가 밀렸던 안건들이 논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CB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까지 타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럴 경우 합의 전까지 그리스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브릿지 프로그램'이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스 경제가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숨통은 틔워주면서 결국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타결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한 일이다.

◇ 치프라스 정권 재신임…협상 난항, 그렉시트 우려 점증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가 끝나고 채권단과 48시간 이내에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반대표가 협상력을 높여 더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줄기차게 강조한 만큼 이전보다 강한 자세로 협상장에 나설 명분을 얻었다.

문제는 협상장 자체가 꾸려질 수 있느냐에 달렸다.

국민투표 전부터 채권단에는 치프라스 총리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기류가 형성됐다.

국민투표 과정에서도 그리스를 협박하고 있다며 채권단을 향해 격한 감정을 드러낸 치프라스 총리를 채권단이 곱게 볼 리 없다.

채권단이 협상은 이어가겠지만 치프라스 총리가 사퇴한 그리스 정부와 하겠다고 나서면 재협상은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타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만기연장 등을 통한 부채경감이 없으면 그리스가 부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가 나온 만큼 그리스는 채무 탕감(헤어컷)을 채권단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채무 조정은 최대 채권국인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대체로 반대하고 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그리스의 유동성 위기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채무 만기가 돌아오는 이달 20일에 큰 고비를 맞는다.

시장에서는 그리스가 35억 유로(약 4조 4천억원) 규모의 ECB 채무를 갚지 못하면 '실질적인 디폴트'에 빠질 것으로 관측한다. 규정에 따라 그리스에 대한 ECB의 ELA 프로그램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에 생명줄인 ELA 자금이 끊어지면 그리스에서는 은행과 기업이 연쇄 부도에 빠지는 실질적인 디폴트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면적인 국가 부도로 그리스 금융시스템이 마비되면 유로화 대신 새로운 화폐를 사용해야 하는 상태에 이른다. 결국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