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전입자들은 ‘초짜’?…소 키울 수사 베테랑을 찾습니다!_포커 칩 가격 오래된 마을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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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누가 키웁니까?"

어제(24일) 경찰청이 비리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특별인사관리구역 제1호로 지정한 강남경찰서에 대한 인사발령이 있었습니다. 164명이 전출했고, 130명이 전입했습니다.

강남경찰서는 일선 경찰들이 한 번쯤은 거쳐 가고 싶어하는 곳이었습니다.

"'오, 자네 강남에서 근무했었네?' 하는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으쓱 올라갈 때가 있었죠" 라는 이야기를 과거 경찰들은 많이 합니다.

그만큼 강남서에 근무한다는 것은 '인정'을 받는, '진급'에 도움이 되는, '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것 등으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러 내홍을 겪은 강남경찰서에 대한 근무 희망 지원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21명으로 이번에 나간 164명에 비하면 크게 부족했습니다. 지원자 중에서도 심사를 통해 적격자를 골라 실제로 근무를 할 수 있는 인원은 그보다 훨씬 더 적었습니다.

그런데 인적 쇄신 차원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낸 이번 인사발령에 대해 내부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기자, 어제(24일) 인사 난 것 들여다보셨어요? 소는 누가 키운답니까?"

전입자 118명 중 96명, 십중팔구는 순경·경장

서울경찰청은 인사발령 직후 자료를 냈습니다.

서울경찰청이 낸 ‘강남경찰서 전·출입 현황 표’
전체 수는 전출자보다 전입자가 조금 적습니다. 일선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은 비슷한 수였지만, 계장급인 경감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일선에서 사건을 처리하며 수사를 전담하는 경위 이하는 계급별로 분류가 돼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일이 찾아 세어 봤습니다.

경위 17명, 경사 5명, 경장 35명, 순경 61명???

원래 순경이 이렇게 많이 오는 건가 싶어서 나간 순경의 수를 파악해봤더니, 19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전입온 인원의 절반 이상이 순경이고, 바로 위의 경장까지 합하면 96명, 열에 여덟 아홉이 초급 계급인 겁니다.

경위 이하 전체 118명 중에 대부분이 순경·경장인 것을 두고, 앞서 말한 '소는 누가 키우냐'라는 얘기가 강남경찰서 내부에서 나왔던 겁니다.

강남경찰서 전경
"수사 모르는 숫자 채우기 급급" VS "똑똑하고 일 잘하는 젊은 피"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일선의 분위기와 지휘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먼저 강남서 일선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강남서 A 경위: "누가 마동석을 데리고 오랍니까?? 수사 누가 해요, 일반 경찰서에 비해 일이 세 배입니다, 세 배. 순경들 언제 가르치고 언제 사건처리를 합니까?"

강남서 B 경감: "지금 나간 수를 보십시오. 중간 허리, 그러니까 경사나 경위급이 있어야 하는데 수사 연속성 다 끊깁니다. 아무리 전입 희망자가 없어서 수를 급하게 채웠다지만, 그러면 생각을 하고 내보내야 할 거 아닙니까."

강남서 C 경사: "경제범죄수사과의 경우 30명이 비었습니다. 지능범죄수사과도 13명 정도 빕니다. 형사과도 사정은 비슷할 테고... 수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가야 하는 부서인데, 결국 순경들이 들어올 거 아닙니까. 그동안 강남서 내외에서 사고 친 건 젊은 경찰들인데 또 젊은 경찰들이 옵니까? 인사 발령 전에 강남경찰서 평균 나이가 37세였습니다. 더 어려지겠네요."


하지만 지휘부의 의견은 이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강남서 D 경정: "수사 경과(警科)는 따로 있어요. 굳이 순경이나 경장이 수사를 다 한다고 볼 수는 없죠. 우리 입장이야 당연히 경위급들이나 고참 경사급이 오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서울청에서) 그렇게 한 거겠죠."

서울경찰청 관계자: "새로 간 순경급들은 거의 파출소나 지구대로 가고, 기존에 파출소나 지구대에 있던 이들 중 수사 경과를 가진 이들이 충분히 있어서 그렇게 조정을 할 겁니다. 수사 경과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강남경찰서 내에 수사 파트 인원을 채우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겁니다. 요즘 순경도 일 잘하고 똑똑한 순경들 굉장히 많습니다."

박영대 강남경찰서장: "물론 순경과 경장급이 상당히 큰 비율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근무 희망자를 받은 겁니다. 희망 없는 사람을 강제로 발령할 수는 없는 애로사항이 있었고요. 젊은 피가 민생 치안 업무에 도움이 되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건·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젊은 피가 많다는 좋은 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판 뒤집혔다!"

관객 수 69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범죄도시, 1,3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베테랑에 무려 1,600만 명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을 동원한 영화 극한직업까지...

모두 경찰이 주인공이면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입니다.

영화 내용에는 다소 과장된 부분이 섞여 있지만, 이렇게 정의롭고 믿을 만한 경찰을 현실에서도 보고 싶은 국민의 바람이 투영된 결과는 아닐까요?

영화 ‘베테랑’ 중 서도철 형사
영화 '베테랑'에 나오는 서도철 역할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대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판 뒤집혔다!'

취임 꼭 한 달째를 맞은 박영대 강남경찰서장도 취임사에서 언급했습니다.

"부정한 금품과 정도에 맞지 않는 유혹쯤에는 콧방귀 뀌면서 '경찰이 돈이 없지, 자존(가오)이 없냐!'하면서 멋있게 거절해 봅시다!"

강남경찰서가 받은 표창장
서장실이 있는 강남경찰서 본관 5층에는 그동안 강남경찰서의 영광을 보여주는 상장과 상패가 즐비합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지난 2015년 말에 받은 표창입니다.

'치안고객 만족도 수사형사분야 1위, 강남경찰서'

강남경찰서 내부에 게시된 술 안마시기 실천 운동 홍보물
그리고 함께 게시된 것은 표창이나 상장이 아니라 '자정분위기 조성을 위한 술 안 마시기 실천 운동' 홍보물입니다. 이달 초부터 31일까지니 이제 6일 남았네요.

표창과 술 먹지 말자는 표식을 대비해 보면, 지금의 강남경찰서 현실이 명확하게 들어옵니다.

초급 경찰이 대거 전입한 것은 실무자들 사이에서 큰 우려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남경찰서장과 영화 베테랑에서 언급한 말처럼, 계급에 연연하지 말고 능력 있는 경찰로 거듭나는 것일 겁니다.

인사는 9월에도 이어지며, 이때 부족한 인원들에 대한 충원도 이뤄진다고 합니다.

한 달 남짓 후에도 '소는 누가 키우냐'라는 볼멘소리를 기다려 줄 국민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인사는 났고, 할 일은 산적합니다. 강남서에 남은 베테랑 선배들의 몫이 막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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