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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두 영화 '블라인드'와 '도가니'

배우 김하늘이 주연을 맡은 '블라인드'(2011년 개봉)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촉망받던 경찰대생이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뒤 여대생 실종사건의 목격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추리물입니다.

영화에선 절망에 빠진 수아(김하늘)가 힘겹게 외출을 시도하다 횡단보도, 지하철역 등지에서 갈피를 못 잡는 당혹스런 상황이 묘사됩니다. 장애인 편의시설도 미흡했지만, 주변 시민들의 차가운 시선들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같은 해 영화 '도가니'가 개봉했습니다. 광주의 한 청각 장애인학교에서 학생들이 집단으로 고통받았던 성폭력을 고발한 내용인데요. 정작 청각 장애인들은 이 영화를 볼 수 없다며, 당시 집회까지 벌였습니다.

장애인 친화 영화(배리어 프리 영화)는 어떤 모습?

영화 ‘아이캔스피크’ 배리어 프리 버전
영화계에선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배리어 프리'가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보자면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입니다. 영화나 공연에선 장애인 친화, 그중에서도 요즘은 콘텐츠를 주로 의미합니다.

영화에서는 초 단위의 자막이나 더빙으로 상황 설명을 자세히 합니다. 한국영화 '아이캔스피크'의 한 장면입니다. "그 순간 민재의 뒤로 정장 차림의 사람들이 물밀듯이 구청 건물 앞으로 걸어온다" 옛날 라디오 드라마를 연상하며, 눈을 감고 들어보세요.

즐길 수 있는 영화는 1.5%뿐

영화 ‘도가니’ 상영 당시 장애인 집회 모습
그러나 지난해 개봉 영화 가운데 이 같은 화면 해설 영화는 29편 뿐(영화진흥위원회 기준), 비율로 따지면 1.5%에 불과합니다. 더빙 등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의무 제작이 아닌 데다
비용도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마저도 한국영화에 국한되고, 매월 특정일에 특정 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추가로 들어가는 제작비는 한국영화의 경우 1,600만 원, 외화의 경우 2,600만 원 정도입니다. 때문에 제작사 자체 제작은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실시간 무대에 오르는 공연의 경우는 비용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문화의 날을 맞아 최신 음향 기술을 사용해 시각 장애인용 소리극을 올린 한 지역 극장의 사례입니다.

좋은 취지 덕에 대형 스피커 66대는 무료로 임대할 수 있었지만, 단 하루 공연을 위해 장비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데만 2,000만 원 가량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동등한 문화생활 즐길 권리


사실,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청각 장애인들이 영화나 공연 관람에 사용할 개인 휴대용 기기들은 다양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와 같은 여건 때문에 정작 즐길 콘텐츠가 없다는 거죠.
이처럼 전용 콘텐츠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보니, 장애인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비율은 비장애인의 3분의 1도 안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에 한 장애인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공연 및 영화를 1회 이상 관람했는가?"라는 질문에 장애인은 24%, 비장애인은 78%가량이 "그렇다"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장의 목소리...해법은 무엇인가?

이런 실태에 대해서 고재오 장애인예술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장애인들에게) 이런 것을 해 줬으니까 됐잖아.'라는 정도가 아닌가 싶어요."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직도 일종의 '시혜'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장애인에게 시각 장애인에게 경복궁을 보여주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그가 추가로 물었습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경복궁 축소 모형을 만들어 손으로 만질 수 있게 해야 한다"였습니다. 그 방법이 꼭 맞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본다는 신선함이 보였습니다.

한 대형 영화관에 영화를 보러 온 시각장애인 곽남희 씨는 영화 보는 것도 어렵지만, 표 사기도 매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살펴보니 키오스크(무인판매기)에는 점자 표시도 없습니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선 스크린을 어루만지다 좌절할 뿐이겠더라고요. 타당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국 사례를 적용할 수 있는가?


외국은 어떨까요? 영국에서는 2010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매주 1,000회 이상 자막 해설영화가 상영됩니다. 2013년부터 극장별로 장애인 관람 기기를 제공해온 미국도 2016년부터는 주별로 관련 법을 강화해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화관 측은 어떤 반응일까요? 영화관 측에서는 현재로선 장애인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으면서 비장애인 고객들이 방해받지 않을만한 물리적 시스템의 표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또 비용 부담에 대해서도 정부를 비롯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