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자체, 강제 동원 피해자 초청 첫 예산 지원_슬롯항공 그게 뭐야_krvip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강제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들이 현지 자치단체의 후원으로 '그때 그곳'을 다시 찾는다.
일본 지자체가 강제동원 피해자 초청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5일 일본 시민단체 '징용 조선인의 노고에 감사하는 모임(이하 모임)'에 따르면 강제동원 피해자인 박시영(91ㆍ부산 거주)ㆍ박인식(90ㆍ울산 거주)씨는 모임의 초청으로 다음 달 27~30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히가시카와정(東川町)을 방문한다.
히가시카와정은 1939~1945년 에오로시 수력발전소와 유수지 건설 등 토목공사에 조선인 1천여명이 강제동원된 것으로 조사된 지역이다. 두 피해자는 당시 유수지 건설현장에서 하루 13~15시간에 이르는 고된 노역에 투입됐다.
히가시카와정 주민들로 이뤄진 모임은 '조선인의 피와 땀으로 우리 지역에 아름다운 풍경이 조성된 만큼 주민이 직접 감사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올해 초부터 강제동원 피해자 초청 행사를 준비해 왔다.
특히 이번에는 홋카이도 당국이 전체 행사 비용의 50%를, 히가시카와정이 25%를 국제 교류활동 보조금 형식으로 각각 지원한다. 그간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강제동원 피해자를 일본에 초청한 적은 있지만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한 전례는 없었다.
히가시카와정은 2009년 지자체 관계자가 직접 방한해 강제동원 피해자를 면담했다가 일본 극우세력으로부터 맹비난을 사기도 하는 등 이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온 지역이다.
민간 차원에서도 모임 실행위원장인 곤도 노부오(近藤伸生) 변호사를 중심으로 주민들이 2008년 `에오로시 발전소ㆍ추베쓰(忠別)천 유수지 조선인 강제연행ㆍ동원의 역사를 캐는 모임'을 꾸려 한국을 방문, 피해자 진술을 수집하는 등 민ㆍ관 모두 강제동원 실태 조사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곤도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 초청을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아닌 지역 차원의 행사로 만든 것은 양국 교류에 큰 의미가 있다. 예산 문제가 있었으나 지자체 예산에 국제교류 활동을 보조하는 항목이 있어 이를 신청해 지원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초청 대상자 선정에는 2006~2010년 히가시카와정 일대의 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를 하면서 모임과 연을 맺은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도움을 줬다.
두 사람은 27일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 홋카이도 신치토세(新千歲) 공항으로 입국한 뒤 이튿날 히가시카와정에서 현지 주민과 만나는 행사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는 히가시카와 정장(町長ㆍ군수급 단체장)이 동석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현지 언론과 주민들이 피해자와 질의응답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밖에 자신들을 비롯한 조선인이 강제노역한 에오로시 발전소와 유수지 등 현장을 둘러보고 인근 사찰에 안치된 조선인 유골에 명복을 비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이번 방문에는 두 피해자의 가족 6명과 위원회 관계자 2명도 함께 초청받았다.
애초 이번 행사는 지난 6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태가 일어나면서 8월로 연기됐다.
곤도 변호사는 "지역의 아름다움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이 큰 만큼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역사회가 감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번 행사가 시민사회 차원의 한일 교류를 강화할 뿐 아니라 지자체가 관련 사적 등 기반 정비에 나서도록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