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든 도로 위의 흉기 ‘낙하물’…도대체 보상은 누가?_돈 벌기 위한 자동차 게임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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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낮 갑작스레 날아든 정체불명 물체...정체는 '판스프링'

지난달(11월) 7일, 강원도 평창의 한 고속도로에선 아찔한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앞서 가던 화물차에서 기다란 물체가 튀어 오르더니, 뒤따르던 차에 날아들었습니다. 조수석 쪽으로 날아온 정체불명의 낙하물은 차량 앞쪽을 때리고 사라졌습니다. 운전자는 이 사고가 발생한 지 2시간 정도가 지난 뒤, 당황한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고속도로순찰대에 신고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주변을 수색한 끝에 이 낙하물을 찾아냈습니다.

고속도로에 떨어진 화물차용 ‘판스프링’
앞 화물차에서 떨어져 나온 건, 차량 뒷바퀴의 충격을 줄여주는 장치인 일명 '판스프링'이었습니다. 화물차에선 흔하게 쓰이는 장치입니다. 경찰은 피해자의 블랙박스와 사고 지점 인근 CCTV 등을 분석해 앞서가던 차량의 운전자를 추적해 붙잡았습니다. 화물차 운전자와 피해자는 서로 보험 처리를 하기로 합의해 이 사건은 종결됐습니다.


■도로 위 갑자기 나타난 쇳덩이…배상은?

이달 6일 홍천을 지나는 한 국도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습니다. 어둠이 깔려 있어 도로에 이미 떨어져 있던 낙하물을 보지 못한 운전자들은 그대로 낙하물을 밟고 지나갔습니다. 낙하물을 밟고 지나간 차 7대대는 타이어가 찢어지는 아찔한 피해를 당하였고, 차량 외장 부품이 파손되는 피해도 발생했습니다.

당시 차주 중엔 출고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차를 몰다 피해를 당한 이모 씨도 있었습니다. 이 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너무 놀라서 갓길에 세웠다. 조수석 쪽 오른쪽 바퀴 두 개랑. 휠 두 개, 차량 측면이 다 망가져서 수리비만 260만 원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처리가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이번에도 사고 원인은 앞차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낙하물이었습니다. 사고가 난 국도 44호선을 관리하는 홍천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당시 신고를 받은 뒤 도로보수원이 출동해 낙하물을 치웠고, 이후 낙하물에 관해 물어봤을 때 '고철 덩어리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사고 차량에 대한 배상 처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묻자, "국가배상심의위원회에 배상 신청서를 접수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가해 차량을 특정하기 어려운 낙하물 사고의 경우, 장기간 방치돼 있던 낙하물로 인해 차량들이 피해를 보았다면 도로관리 책임이 있는 국토관리청이나 국토관리사무소에서 배상을 해 준다는 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고속도로에서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을 땐 원인 제공을 한 운전자를 찾지 못하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제도를 통해 배상받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홍천 44번국도에서 차량들이 밟고 지나간 고철 덩어리.
■ 연평균 고속도로 수거 낙하물은 25,000개…배상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도 안 돼

결론부터 얘기하면, 배상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 도로 관리 주체로부터 배상을 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국도로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접수된 낙하물 관련 소송은 612건, 청구 금액은 23억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도로공사에게 배상 명령이 내려진 것은 단 7건뿐이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도로공사의 승소율은 99%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국도의 경우 통합해 정리하는 통계도 없어 정확한 배상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수치로 알기도 힘듭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5만 개가 넘는 고속도로 낙하물을 수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엔 22만 7,341개, 2016년엔 27만 6,523개, 2017년엔 25만 4,352개, 2018년엔 25만 6,716개, 2019년엔 25만 1,548개가 전국 곳곳의 고속도로에서 수거됐습니다. 이로 인한 사고는 매년 평균 40건 넘게 꾸준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도까지 범위를 넓히면 낙하물 수거 건수와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에선 단속을 하고 있긴 합니다.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이런 사고는 대부분 앞서가는 화물차에서 문제가 발생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화물차를 주로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경찰청에서 집계한 화물차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례는 연평균 18,000건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는 연평균 수거되는 낙하물 수거 건수에 비하면 7% 정도로 수거 건수와 비교하면 단속 실적은 초라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떨어지는 장면이 녹화되지 않는 이상 가해자 찾기 쉽지 않아…떨어져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취재를 위해 찾은 고속도로순찰대에선 "낙하물이 떨어지는 그 시점이 촬영된 게 아니면, 부품을 떨어뜨리고 갔을 때 어떤 차에서 떨어졌는지 상당히 추적하기가 곤란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수사를 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피해자가 한국도로공사나 국토관리사무소에 연락하도록 조치하는 게 최선이라는 겁니다.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할 경우, 판례라는 벽에 다시 한번 부딪히게 됩니다. 2015년 1월 20일 대법원 판례에선 "도로의 안정상 결함이 객관적으로 보아 시간적, 장소적으로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에는 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 없음"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낙하물이 떨어져 있어도 신고가 장기간 되지 않았거나 발견되기 어려운 장소에 있었다면 전적으로 도로관리청이 배상해야 할 책임은 없다고 본 겁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촬영 중인 상태에서 바로 앞차에서 낙하물이 떨어지고, 그 낙하물을 밟아 피해를 본 경우에만 그나마 낙하물로 인한 배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 누구에게든,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결국 점검·처벌 강화가 해법"

낙하물 관련 사고를 취재하면서 만난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답답해했습니다. 사고 피해자, 도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고속도로와 국도를 순찰하는 경찰들 모두 한목소리였습니다.

결국, 점검과 처벌 강화가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속도로순찰대 7지구대 심기원 부대장은 "자동차 의무 검사 시 현재 화물차의 판스프링 노후 정도나 개조 여부에 대해 점검할 수 있는 더 세부적인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낙하물 수거나 불량 화물차 단속에 앞서 점검을 강화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현재 최고 30만 원에 불과한 화물차 낙하 방지조치 위반 관련 처벌 조항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전에 막지 못하면, 매년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