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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꽃반지 끼고' 등으로 197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가수 은희(56ㆍ본명 김은희) 씨가 무대로 돌아온다. 본격활동을 접은 지 35년여 만이다. 은희 씨는 성남아트센터 주최로 17일 오후 6시 30분 분당 중앙공원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한여름밤의 팝스 콘서트'에 나와 앳되고 감성어린 목소리를 들려준다. 부를 노래는 '사랑해' '꽃반지 끼고' '꿈길' '연가' '쇼팽의 이별의 곡'이다. 또 10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은 자신이 운영하는 전남 함평의 '민예학당' 야외무대에서 대규모 공연을 펼친다. 동료가수들도 초청한 가운데 정말 멋진 무대를 꾸며보고 싶다며 세심하게 준비해오고 있다. 한때 '국민가수'로 큰 인기를 누렸던 은희 씨가 무대를 떠난 건 1970년대 초반.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85년에 귀국해 사업가로 변신했다. 은희 씨가 가장 최근에 공식무대에 선 것은 1996년 KBS TV의 '빅쇼'였다. 즉, 은퇴 20여년 만에 방송을 통해 팬들 앞에 한 차례 섰던 것. 그러나 앞으론 해마다 대규모 정기무대를 마련할 계획이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사실상 가수로 복귀한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정말 편하게 노래할 나이가 됐다고 봐요. 인기를 떠나서요. '민예학당'에 4천 평 규모의 야외무대를 만드는 것도 노래를 하기 위해서랍니다. 역시 저는 노래할 때가 가장 행복해요." 17일 '한여름밤의 팝스 콘서트'는 은희 씨가 성남시향의 연주에 맞춰 다섯 곡을 차례로 불러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점에서 전에 없이 뜻깊은 자리다. 공연 마지막에 출연진과 관객이 모두 손에 손 잡고 '사랑해'를 부르고 싶다고 행사 주최측이 요청해와 선뜻 응했다. 모두 56명으로 구성된 성남시향이 가수와 협연하는 것도 흔치 않는 일. 은희 씨는 "제안을 받자마자 이제는 마음 먹고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쇼팽의 이별의 곡'으로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드리려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웃는다. 10월에 마련하는 '민예학당' 공연은 그야말로 회심의 무대다. 공연 타이틀은 현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중. 해마다 이맘때면 정기적으로 개최할 공연이어서 정말 멋지고 인상적인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무대는 죄다 황토로 만들 거예요. 트럭 30여 대 분량으로 부드러운 자연미를 최대한 살릴 겁니다. 관객들은 잔디밭에 앉아도 좋고, 멍석에 앉아도 좋고, 간이의자에 앉아도 좋구요. 깊어가는 가을날 밤, 푸른 하늘과 푸른 별빛 아래서 부르는 이나 듣는 이가 모두 자연과 하나가 되어 그냥 홀가분하게 풀어지자는 거지요." 가을 공연을 설명하는 동안 은희 씨는 설레는 마음을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5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티없이 맑은 소녀 시절의 순수가 그대로 느껴졌다. 공연자와 관객이 따로 없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어 새로운 문화 이정표를 세워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주옥같은 곡들로 멀리서 오신 손님들의 마음에 기쁨을 하나 가득 안겨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동료가수 이동원 씨는 참석하겠다고 이미 약속했고, 다른 몇몇 가수도 접촉 중이다. "공연뿐 아니에요. 정성들여 빚은 토속주, 무농약 김치에 풍부한 해산물로 맛있게 대접해드릴 겁니다. 입어서 좋은 옷들, 먹어서 좋은 음식들, 살아서 좋은 집들에 대해 얘기도 함께 나눌 거구요. 도자기 같은 우리 민예품의 전시회도 열릴 거예요. 정말정말 예쁜 프로그램들로 꾸미고 싶어요." 객석 마당에서는 밭에서 갓 캐온 고구마를 모닥불에 구워 마음대로 먹을 수 있게도 할 예정이다. 은희 씨는 "그때 먹을 고구마들이 지금 한창 밭에서 자라고 있다"며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 넘친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10월의 그날을 위해 정성껏, 그리고 꼼꼼히 준비해왔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은희 씨는 1960년대 말에 데뷔곡 '사랑해'로 혜성같이 나타나 가요계를 주름잡았다.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에 여성적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노래들로 인기 정상가도를 내달린 것. 약 3년 동안 활동하면서 독집음반만 무려 37개나 낼 정도였다. 5천 장만 팔려도 화제가 됐던 시절에 첫 독집음반 '꽃반지 끼고'가 50만 장이나 나가 당시의 인기를 짐작게 한다. 특히 '사랑해'는 1972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때 남과 북의 대표단장이 손을 맞잡고 합창해 은희 씨의 성가를 높였다. 이념과 사상을 뛰어 넘어 우리 민족이 모두 사랑으로 하나가 되자는 뜻이 담겨 회담장을 더욱 화기애애하게 했다. 남북회담장에서 양측 대표가 목소리를 합쳐 나란히 노래한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남북정상이 회담을 하신다더군요. 저는 사랑만 있으면 다 된다고 봐요. 사랑은 주는 것인데, 서로 주려다 보면 다른 것들은 저절로 다 이뤄져요. 그런 마음으로 정상회담을 하면 정상적이 된다는 것이죠. 이번에 정말 좋은 성과가 나오길 바라요. 원하신다면 저도 가서 '사랑해'를 불러 드릴 수 있구요(웃음)." 알려져 있다시피 은희 씨는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뉴욕 주립대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귀국 직후인 1985년엔 고향인 제주에 미용실 '백악관'을 개업하고, 1988년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국내 최초의 토털 코디네이션 업소인 '스톤 아일랜드'를 열었다. 다시 말해 사업가로 변신한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찾고 싶은 건 우리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담긴 토속의 색깔을 찾는 일.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뭘까 고민하던 끝에 제주도 고유의 노동복인 갈옷을 재발견했다. 갈옷은 떫은 땡감에서 천연염료를 추출해 베에 물들인 것으로, 땀이 나도 달라붙지 않고 색깔도 변치 않아 한국 대표상품의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색깔은 초가지붕에서도, 흙에서도, 된장에서도 찾을 수 있는 한국만의 것이었어요. 미국에 블루진이 있다면, 한국에는 브라운진이 있는 거지요. 이 색깔을 되찾아 패션에 연결시키면 되겠다고 보고 코뿔소처럼 열심히 일했어요.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한국의 대표 색깔이라고 자신한 거죠." 은희 씨는 KBS '빅쇼'에 이 갈옷을 입고 나가 "코리안 브라운진으로 미국의 블루진을 압도하겠다"고 기염을 토해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자신의 장담처럼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일본의 유명백화점에서 초대전을 가져 일본천연염색옷을 눌렀다. 이후 입점 제의가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 현재 이를 위한 구체 계획을 수립 중이다. 아직 액수는 그다지 많지 않지만 작품이 모두 수공예품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그 의미는 상당히 크다. 일본 백화점에서 3년 연속 초대전을 열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 수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노래 '사랑해'는 일본 초대전에서 흘러 나와 자신을 놀라게 했다고. 갈옷에 주목한 후 제주에서 주로 활동했던 은희 씨는 이석형 함평군수가 2003년에 지원의사를 밝혀와 지금의 공간에 터를 잡았다. 폐교를 활용한 천연염색 체험장 '민예학당'은 무려 7천여 평. 산 좋고, 물 좋고, 바람 좋고, 바다마저 지척인 이곳이 천연염색에 적지여서 그는 둥지를 마련해준 함평군에 감사하고 있다. "우리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감물로 물들인 노동복의 색깔은 무척 아름다워요. 말씀드린 대로 우리의 흙, 된장, 초가가 온통 브라운(갈색) 계통이잖아요? 너무 흔해서 귀한 줄 모르는데, 외국인의 눈에는 기가 막혀요. 그래서 관광상품의 가능성이 큰 거죠." 은희 씨는 '보셨어요?'라는 뜻의 제주 방언에서 따온 브랜드 '봅데강'을 개발해 국내외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함평 외에 서울 인사동과 경남 진주에도 매장을 열어놓은 상태. 하지만 좀더 체계적인 유통망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함평을 중심으로 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남편도 친환경 지킴이로서 아낌없이 내조해줘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고. 이렇게 바쁜 나날이지만 그는 일상생활에서 늘 노래와 더불어 산다. 젊은 시절부터 포크 기타를 끼고 살아온 터라 어디를 가도 기타만 있으면 마음이 넉넉하고 흐뭇해진다. 함평의 민예학당에도 두 대의 기타가 걸려 있고, 서울과 진주 매장에도 어김없이 한 자리를 차지한 채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허전한 시간의 여백이 있을 때 노래를 부르고, 들어요. 음악을 모르면 불행하다고 봐요. 시멘트 바닥처럼 마음이 굳어지지 않게 하려면 노래를 많이 부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벌써 중년을 넘어선 '할망구'지만 '예쁜 할망구'로 나이들어가는 게 제 소원이에요. 그리운 이들이 있고, 찾아와 함께해주는 친구가 있고, 푸근한 자연이 늘 감싸주고 있어 정말 행복해요. 저는 지금 낙원에서 살고 있답니다." 가수 은희씨는 누구? ▲1951년 제주도 모슬포에서 태어난 은희 씨는 1960년대 말 '사랑해'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지난해 타계한 한민 씨와 통기타 혼성듀오 '라나 에 로스포'(개구리와 두꺼비)를 결성해 활동했으며, '꽃반지 끼고' '등대지기' '꿈길' 등 주옥같은 노래로 빅히트했다. 1971년에 MBC 10대 가수상 신인상을 받기도 한 그는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이민가 1985년 귀국할 때까지 뉴욕 주립대를 다니며 패션과 특수미용술을 공부했다. 귀국 후엔 미용실 '백악관'과 토털 코디네이션센터 '스톤 아일랜드'를 제주와 서울에 각각 개업했고, 1989년부터는 제주 전통의 노동복인 갈옷에 주목해 패션화를 도모해왔다. 의류브랜드 '봅데강'을 탄생시킨 그는 2003년 이후 전남 함평에 정착해 우리 색깔 찾기와 상품화, 문화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족은 남편 김화성 씨와 1남 1녀. 단짝 친구는 남제주초등, 제주여중, 제주여고를 함께 다닌 탤런트 고두심 씨다. 연극배우 박정자 씨와도 20년지기로 절친한 사이. 이들 두 사람은 먼 길을 멀다 않고 찾아와 늘 염려해주고 위로해준다고. 그는 함평을 제2의 고향으로 아끼며 사랑한다. 함평나비축제 주제가를 작사하고, 자신의 10월 공연을 함평 용천사꽃무릇축제 개막일에 맞춘 것도 그때문. 상사화(꽃무릇)가 흐드러지는 꽃길에서 이뤄진 사랑도 돌아보고, 못다 이룬 사랑도 돌아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