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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사소한 것으로 인해서 아기 아빠 목숨을 뺏어 갔잖아요. 그 식구 밑에는 아기들이 아직까지 한창 자라고 있는 애들이 있는데...늘 있던 아빠가 안 계시니까. 왜 안 와? 아빠 왜 안오냐고…."

<녹취> 피해자 딸 : "우리 아빠 살려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니? 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고?"

<인터뷰> 권일용(프로파일러) : "전형적인 어떤 자극에 대해서 일어나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거죠. 충동, 범죄 의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범죄라고 봐야겠습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저지르는 이른바 분노범죄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음악 소리가 거슬려서', '서비스가 맘에 들지 않아서' 등의 사소한 이유가 극단적인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조절하지 못한 분노가 엉뚱하게 타인에게 분출되고 있는 건데요.

화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회, 분노 범죄의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지난 8일 밧줄에 매달려 15층 아파트의 도색 작업을 하던 김 모 씨가 바닥으로 추락했습니다.

의지하고 있던 밧줄이 갑자기 끊기면서 김씨는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일곱 가족 가장의 생명줄을 무참히 자른 사람은 이 아파트 주민 서 모 씨였습니다.

발단은 김 씨가 작업중 켜놓은 휴대전화 음악소리였습니다.

사건 당일, 술을 마시고 인력사무실에 갔다가 일감을 얻지 못한 서 씨.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던 중 그 음악소리가 거슬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인터뷰> 손명섭(경남 양산경찰서 형사과장) : "시끄러우니까 음악을 끄라고 하니까 그 작업자는 음악을 껐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피의자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쪽에서 작업하던 작업자가, 사망한 사람이죠 그 작업자가 음악을 계속 틀어놓고 있으니까... 자기가 먼저 시비를 건 그쪽 라인에 계신 분 줄을 먼저 반쯤 끊다가 보니까 소리가 다른 쪽에서 들리는 거예요. 음악 소리가. 다른 쪽. 들리는 쪽으로 가서 그쪽에는 완전 절단을 해버려서 그분이 돌아가셨고, 이쪽은 미수에 그친 거죠."

가장의 갑작스런 죽음에 다복했던 한 가정의 일상은 무너졌습니다.

5남매의 아빠였던 김 씨, 홀로 남은 아내는 27개월 된 막내 딸아이 등 다섯 남매를 돌보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자고 일어났어? 응? 엄마가 없어서?"

<인터뷰>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저는 꿈인 줄 알았어요. 그게 장난치는 줄 알고 거짓말하지 말고, 울지 말고 얘기하라고. 어떻게 됐다고요? 오빠가 어떻게 됐느냐고 다시 얘기해보라고 그러니까 '제수씨 미안하다'고. 먼저 가버렸다고. 먼저 보내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리고는 병원에 도착하니까.. 안치실에 계신 거예요."

중국집 배달원부터 외벽을 타는 일까지, 늘 고된 일을 해온 남편.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가정은 늘 화목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조금 못 벌어다 주면 아기 아빠가 또 미안해하거든요. 그래도 저는 안 벌릴 때는 안 벌리는 대로 또 많이 벌어다 주면 거기에 충당해서 살면 되니까. 그래서 저희 애들도 다 밝은 애들이에요."

고인을 그리는 편지가 놓인 추모 공원.

든든했던 그를 떠올리며 술 한 잔과 장난감 자동차가 놓여있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친구분들이 이제 같이, 이제는.. 마지막 갈 때 술 한잔 못 해서 이렇게 올려놓고 싶다 해서 그렇게 올려놓은 거예요. 작은딸이랑 이제 막둥이 둘이서 아빠 이제 그 차 타고 집에 오라고…."

한 순간에 가장을 잃은 아내는 피의자가 왜 남편을 살해했는지 아직도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주위의 시선들이 애들을 그늘지게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사소한 것으로 인해서 아기 아빠 목숨을 뺏어 갔잖아요. 그 식구 밑에는 아기들이 아직까지 한창 자라고 있는 애들이 있는데.. 애기 아빠. 아빠를 찾는 아기들도 아직까지 많은데."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는 사소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왜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을까?

지난 2012년 '충동성 분노조절 장애'를 진단받았던 서 씨,

경찰 수사 결과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했고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잔인한 범행을 재연하는 순간.

서씨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서 씨의 범죄를 전형적인 '충동 범죄'라고 분석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묻지마 범죄' 피의자와는 달리 뒤늦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권일용(프로파일러) : "묻지마는 아니죠. 이거는 전형적인 어떤 자극에 대해서 일어나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거죠. 충동, 범죄 의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범죄라고 봐야겠습니다.무책임하다는 특징이 있고요. 그 결과에 대해서. 유사한 환경이 되면 또 참지 못하고 계속되는데 문제는 무엇이냐 하면 그런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상당히 후회하고 자기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습니다.

충주의 한 원룸.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는 신고를 받고 서비스에 나선 수리기사 이 모 씨가 살해당했습니다.

<인터뷰> 우문용(목격자) : "흉기 들고 좀 싸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좀 큰일 났구나 싶었죠. 부축받으시면서 이렇게 오셔서 구급차에 타셔서 가셨죠. 여기서 붕대 같은 걸로 이렇게 지혈하신 다음에 타고 가셨어요."

이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이는 원룸에 살던 55살 권 모 씨,

<녹취> 피해자 딸 : "우리 아빠 살려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니? 어?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고!"

80대 노모와 아내, 두 자녀까지. 가족들은 가장을 잃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피해자 유족(음성변조) : "일하다가 진짜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다친 거니까 저희도 진짜 할 말이 없어요. 대책도 하나도 없고. 누가 아프면 대책이라도 세워놓고 마지막 인사라도 하지 이건 아니죠."

가정집 등 낯선 곳을 다니며 일을 해야하는 직장 동료들은 두려움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피해자 동료 지인 : "저도 그냥 '어휴, 무서워서 못하겠다. 그거 뭐' 그러니까. 회사 사람이, 직접 같이 일하던 분이 돌아가셨으니까 충격이 크죠. 더군다나 살인사건인데. 무섭다고. 일하기가 무서워졌다고."

피의자 권 씨는 오랜 기간 가족이나 지인들과 교류 없이 원룸에서 혼자 지내왔습니다.

주식 거래를 하며 인터넷 연결 문제로 손해를 봤다는 피해망상을 가지게 됐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터놓고 얘기할 만한 상대는 없었습니다.

결국 쌓인 분노가 폭발하면서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노성근(충주경찰서 강력 3팀장) : "따로 흉기나 이런 걸 준비한 거는 아니고, 이전부터 가지고 있던 걸로 사용하자, 이렇게 마음먹었던 걸로 본인은 진술하고 있습니다."

한 해 발생한 폭력 범죄 가운데 이런 우발적인 충동범죄는 40% 이상을 차지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우발적 폭행 건수는 다섯 배 이상 늘었습니다.

분노나 흥분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충동 범죄는 우리 사회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더 위협적입니다.

<인터뷰> 권일용(프로파일러) : "내가 공격을 하고 싶은 사람 이외에도 어떤 결과가 빚어져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한 것까지 고려하지 않는 특징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방화범죄로 이어졌을 경우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는 거죠."

지난 8일, 오피스텔에 주차된 차에서 화염이 치솟았습니다.

<녹취> "빨리 나와요!"

차 안엔 LP 가스통이 2대 실려있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상황.

술에 취해있던 피의자 56살 박 모 씨가 부인과 다투고 홧김에 자신의 차에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부인이 열쇠를 뺏어가지고 문을 안 열어주니까 (차 문을) 때려 부수고 (불을 냈다던데….)"

주민 15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차량 11대가 탔습니다.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분노조절 장애는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됩니다.

유전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바쁘고 각박한 사회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뷰> 김의정(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우리 한국 사회가 너무 결과와 또 경쟁을 중시하는 사회로 흘러가고 있는데 사실 개기인의 한 명, 한 명의 감정들은 무시당하고 아무도 그 감정을 헤아리지 않는 그런 사회로 점점 되어가고 있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것도 정신질환으로 인식해 제때 치료를 받아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하지만 정신과 치료를 꺼려서, 혹은 화가 치밀어도 질병으로 여기지 않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합니다.

밧줄이 끊겨 가장을 떠나보낸 가족들에게 이웃들이 온정을 전달합니다.

분노 범죄에 경악한 네티즌들이 온라인 카페에서 모금활동을 시작했고 전국에서 4천여 명이 후원금을 보냈습니다.

[이펙트5] 박선희(온라인 카페 운영진) : "힘내세요. 그 한 마디로 다 전해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만큼 힘을 내셔서 앞으로 아이들과 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황망한 죽음으로 좌절했던 가족은 감사를 전합니다.

<녹취> 피해자 아내(음성변조) : "애기 아빠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주셔서 그것만으로도 저는 되게 감사하거든요. 뭐라 이렇게 말씀을 드려야될지를 모르겠어요. 그저 애기들 잘 키운다는 것밖에는.."

홧김에, 욱하는 마음에 저지르는 충동범죄.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할 숙제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