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에너지 너무 비효율적”…그린피스 사무총장 방한_해방군에서 승리한 팀_krvip

“한국, 에너지 너무 비효율적”…그린피스 사무총장 방한_읽고 쓰는 능력을 위한 음절 빙고_krvip

부드럽지만 강하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사무총장의 첫인상입니다. 미소와 함께 차분하게 말하지만 메시지는 단호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보호단체의 수장답습니다. 11일 방한해 환경기자들과 간담회를 열였습니다.

"에너지 효율과 관련해 한국이 너무 비효율적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내 전력 다소비 상위 10대 기업이 모든 가계(2천만 가구)의 소비량을 합한 것 만큼 많은 전력을 사용합니다."

탈원전이 전기료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답변입니다. 에너지 효율화로 전력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에너지 수요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죠. 답변은 더 이어집니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평균적으로 2015년 대비 2016년 태양광에너지 단가가 17% 하락했습니다. 육상 풍력은 18%, 해상 풍력 28% 낮아졌습니다. 모로코에서는 풍력 에너지가 가장 저렴합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는 태양광이 그렇고요. 풍력은 미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에서 원전보다 더 저렴한 에너지원입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기자 간담회. 컴퓨터에 RESIST (저항) 스티커가 붙어있다. 12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모건 총장은 답변 과정에서 수시로 노트북 컴퓨터를 들여다봅니다. 구체적 수치의 정확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외워둔 통계도 수시로 술술 나옵니다. 환경활동가의 열정이 드러납니다. 모건 사무총장이 인용한 에너지 단가는 유엔환경계획(UNEP)과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 New Energy Finance)의 공동연구 보고서 내용입니다.

초기 발전 시설 건설부터 운용과 최종 폐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비용을 계산한 '균등화발전비용'을 적용했습니다. 이 비용에는 화석 에너지가 끼치는 건강 위험, 기후변화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까지 비교한다면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더 높아집니다. 결론적으로 재생에너지는 "환경과 경제성 사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우월하다."고 말합니다.

어류 남획 방지를 위해 북극 스발바르 제도를 방문한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그린피스 제공.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에너지 효율화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특히 한국은 기술이 현대화돼 있어서 에너지 효율화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거지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3037(2030년까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 목표치를 국제 사회에 제시했지요.

"중간쯤의(moderate) 목표치라고 봅니다. 또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에너지 계획이 필요합니다. 목표 자체도 높여야 합니다. 더구나 일부 감축량을 국제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장 메커니즘이 현재 작동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석탄 화력 발전소가 들어선다면 이 목표도 달성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예리한 지적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감축 목표치인 37% 가운데 25.7%만 국내에서 감축하고 나머지 11.3%는 국제 시장에서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제 시장은 아직 감축량 매매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지 않습니다. 사실상 있지도 않은 시장 감축량을 내세운 거나 마찬가지지요.

더구나 국제 시장이 형성된다더라고 그 비용이 얼마일지는 예측도 어렵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발표한 2030(2020년까지 BAU 대비 30% 감축)보다 사실상 국내 감축 목표치가 후퇴한 겁니다. 모건 사무총장은 이런 점을 지적한 겁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기자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탈 석탄 선언을 했을 때 한국과 좀 더 연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대전환의 시기에 한국은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린피스의 핵심 활동 가운데 하나는 탈원전입니다. 고리 5, 6호기의 중단 여부를 둘러싼 한국 내 공론화 과정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3개월이라는 공론화 기간이 짧지 않으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혀 짧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급성을 인식하고 여러 시각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죠. 원전을 둘러싼 수십 년 간 논의를 함축해서 시민과 사회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게 중요합니다."

모건 사무총장은 독일 사례를 덧붙였습니다. 독일인은 후쿠시마 사고를 겪고 나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가 놀랐다고 합니다. 첨단 기술을 가진 일본에서 그런 사고가 났으니 말이죠. 결국,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3개월 만에 탈원전 계획을 확정했습니다. 이러니 우리나라의 3개월 공론화 과정도 짧지 않다는 겁니다.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최근 미국의 환경운동가인 마이클 쉘렌버거가 한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탈원전이 잘못됐다고 주장했지요. 일부 국내 언론은 이 서한을 크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환경운동가도 원전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모건 사무총장의 답변은 명확합니다.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원전은 실존하는 위험입니다. 쉘렌버거는 원전과 석탄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축소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인의 결정 사항입니다. 원전이 기후변화의 해결책도 아닙니다. 원전 연료를 만들기 위해 우라늄 채광과 운반, 처리 등 전체적 과정을 평가해보면 탄소 배출량이 많습니다."

제니퍼 모건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그린피스 제공.
모건 사무총장은 한국에 대해 남다른 기대감을 보였습니다. 세계적 에너지 대전환을 이루는 데 있어서 핵심은 '피플 파워', 시민의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많은 영감을 주었다는 겁니다. 지난해 말부터 뜨거웠던 '촛불 혁명'을 언급하면서요. 사람들이 뭉치면 어떤 힘을 낼 수 있는지 경험했다는 겁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여기 오고 싶었습니다. 한국인들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정의를 위해서 싸우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연대할 수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