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마비로 돌아가셨어요”…방배동 모자의 비극_페미니스트 빙고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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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앞둔 서울 서초구의 한 다세대 주택. 사회복지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시신은 이불을 덮은 상태였고 이불의 가장자리는 모두 테이프로 바닥에 붙여져 있었습니다. 발달 장애를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60대 여성 김 모 씨였습니다.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던 최 씨
■ 아들은 도움 청할 곳 찾지 못해 노숙 시작…장애인 등록도 안 돼 있어

어머니가 숨진 뒤 아들 최 모 씨는 한동안 집에 머물다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 정미경 씨는 지난달 초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에서 최 씨를 만났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당시 최 씨는 ‘우리 엄마는 5월 3일 돌아가셨다’라고 직접 쓴 메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달쯤 지나 “어머니의 몸은 집에 있다”라는 최 씨의 말을 들은 사회복지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김 씨가 뇌출혈 수술을 받았던 기록과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발달 장애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 아들은 서른이 넘은 현재까지도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청할 곳을 찾기는 더욱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담당 주민센터 측은 “평소 어머니가 아들의 장애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장애인 등록은 당사자 심리 검사를 진행하고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은 뒤 확정되고, 의사 능력이 없거나 혼자 사는 상황이면 본인과 가족 동의로 직권으로 등록할 수 있는데 최 씨의 경우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의 집 앞에 놓인 개봉 안 된 마스크 택배 상자
■ 3월 초 이후 지자체와 접촉한 적 없어…마스크도 택배로 보내

사망한 김 씨는 주민센터의 연 1회 모니터링 대상 가구였습니다. 아들이 장애인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 능력이 있는 2인 가구로 분류돼 있었고, 그에 따른 보호를 받아온 겁니다. 모니터링은 담당 공무원이 직접 방문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직접 주민센터를 오거나 전화 통화를 하는 방식으로도 이뤄집니다.

주민센터 측은 김 씨가 3월 9일 손 소독제 등 방역 물품을 받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고 당시 안부 등을 확인하며 연 1회 모니터링은 이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그 이후 지자체 관계자와 만난 적이 없습니다.

주거 급여를 지급하는 LH 측이 김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지자체에 이를 알렸고, 담당 공무원이 7월 두 차례 찾은 것이 마지막 접촉 시도입니다. 1차 방문 때 놓여있던 우편물이 2차 방문 때도 그대로 있었지만, 재방문은 없었습니다. 지자체는 7월과 11월 두 차례 마스크를 택배로 보냈지만, 당시 김 씨는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 “부양의무자에게 연락 가는 것 원치 않아”…월 28만 원 주거 급여로 생활

김 씨의 고정 수입은 2018년 10월부터 받기 시작한 월 28만 원의 주거 급여가 전부였습니다. 주민센터 측은 김 씨가 ‘아들과 생활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건강보험료는 10년 넘게 밀려있었습니다. 전기와 수도 요금도 올 초부터 내지 못했습니다.

김 씨가 받을 가능성이 높았던 기초생활 수급은 주거 급여 외에도 생계와 의료 급여가 있었습니다. 주민센터 측은 신청을 권유했지만, 김 씨는 거절했습니다. 해당 급여를 받기 위해선 부양의무자의 소득 등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김 씨의 부양의무자는 이혼한 전 남편과 사는 딸이었고, 아들 최 씨의 부양의무자는 이혼한 전 남편이었습니다. 김 씨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상황과 관련된 연락이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도 걸러져

보건복지부는 2015년 말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건보료 체납과 단전, 단수 등 30여 가지 ‘위기 정보’를 토대로 ‘위기 가구’를 분류하는 겁니다. 분류된 위기 가구는 담당 공무원이 대면 조사를 나가 수급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생활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합니다.

건보료와 각종 공과금이 밀려있던 김 씨였지만, 위기 가구로 분류되진 않았습니다. 이미 수급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개인 의사로 최소의 수급만 받고 있었지만,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는 자격이 김 씨를 사각지대에 놓은 겁니다.

주민센터 측은 김 씨의 체납 사실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위기 가구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가구의 체납 정보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민센터 측은 한전 등 기관에서 체납 사실을 따로 통보해주지 않는 한 선제적으로 알 방법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서울 서초구의 한 다세대 주택
2014년 서울 송파구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 모 씨와 두 딸이 생활고로 고생하다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를 계기로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이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방배동 김 씨의 죽음을 막진 못했고, 그녀의 시신이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는 동안 누구도 모자의 안부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