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적 행위” 책임 물을 방법은?…‘양승태 사건’ 판결 영향?_전통적인 빙고 규칙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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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사법농단' 재판을 취재해 온 김채린 기자와 좀 더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일단 '재판 개입'은 있었다는 거잖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임성근 판사가 개입했다고 확인된 재판은 모두 세 개입니다.

이중 가장 유명한 '가토 다쓰야' 사건을 예로 들면요.

판결이 선고되기도 전에 미리 판결 요약본 일부를 보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한 뒤, 직접 내용을 첨삭해줬습니다.

[앵커]

자기 이름으로 나가는 판결도 아닌데 사전에 손을 댄 건가요?

[기자]

네, 판결문 자체가 아닌 판결 요약본을 수정한 거긴 하지만, 결국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을 피해자로 하는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함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청와대에서 서운해할 것 같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했고요.

판결 이유도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결론을 뒤집은 건 아니지만 재판 개입으로 인정된 거죠.

[앵커]

그런데도 형법상으론 죄가 되지 않는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검찰은 임 판사가 직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했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애초에 남용할 직권, 그러니까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는 게 재판부 판단입니다.

권한이 없으니 남용할 수도 없다는 거죠.

재판부는 누구에게도 재판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래도 행위 자체는 위헌적이다, 이런 표현을 썼잖아요?

현직 판사가 헌법을 위반했는데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겁니까?

[기자]

재판부는 재판 개입이 징계 사유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임성근 판사 사건은 이미 징계 시효인 3년이 지나 이조차 불가능합니다.

결국 이 판결이 확정되면 법관 탄핵 외에는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는 상태입니다.

[앵커]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 이번이 첫 무죄는 아니잖아요.

벌써 세 번째 무죄인데,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까, 이것 때문 아닙니까?

[기자]

네, 앞서 대법원 재판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던 유해용 전 판사, 영장재판에서 알게 된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던 판사 세 명도 모두 1심에서 무죄를 받았습니다.

여기까진 양 전 대법원장 사건에 주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는데요.

하지만 오늘(14일) 임성근 판사의 무죄는 사법농단 사건의 가장 본질적 영역이어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사법농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있잖아요.

재판 개입.

[앵커]

그렇죠.

[기자]

이 재판 개입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공소장을 보면 직·간접적인 재판 개입이 10건이 넘거든요.

모두 임성근 판사 사건과 그 구조가 매우 유사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다른 행정처 간부들이 일선 재판부에 의견이나 참고자료를 전달해 진행 중인 재판에 개입했다는 거죠.

각 사건의 재판부가 다르기 때문에 꼭 오늘(14일)같은 판단이 나오리라는 법은 없지만 사법농단 사건에서 검찰이 세운 '직권남용'의 틀을 부정한 판결이 오늘(14일) 나온 이상, 양 전 대법원장 측이 유리해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앵커]

검찰은 궁지에 몰린 셈인데, 항소 입장을 밝혔죠?

[기자]

네, 오늘(14일) 판결이 무죄 쪽으로 무게가 기울자, 법정에 나온 일부 검사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검찰은 입장문을 내고, 이런 식의 판결이라면 인사권자나 상급자의 어떠한 재판 관여도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법조계에서는 헌법과 법관 윤리를 어긴 판사의 책임을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는 형사재판으로 묻기는 어렵다는 게 이번 판결로 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