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지우고 고사리 넣자” 뉴질랜드 국기 바뀔까?_복권 게임 당첨을 위한 팁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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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 in a lifetime(평생 한 번뿐인 기회)"

뉴질랜드 정부가 '국기' 교체를 추진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뉴질랜드는 지난 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기존 국기를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국기를 선택할 것이냐를 놓고 우편으로 국민투표를 실시 중이다.

당초 1만 개가 넘는 후보들이 나왔었는데 지난해 1차 국민투표에서 새 국기 후보로 '실버 펀(silver fern)'을 선정했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고사리 문양이다.

현재의 뉴질랜드국기(위)와 새 국기 후보 (아래)

새로운 국기는 유니언잭(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깃발을 조합한 영국 국기)을 없애고, 그 자리에 은색 고사리 문양을 넣은 것이다.

은색 고사리는 뉴질랜드의 토착민인 마오리족 때부터 신성시 여겨온 식물이다. 또 고사리 왼쪽 위의 검은색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어두운 과거를, 오른쪽 파란색은 남태평양을 상징한다.

4개의 빨간 별은 남십자성으로 지정학적 위치를 가리킨다. 인종·문화 간 조화를 그리면서도 영국인들의 도착 이후 이뤄져 온 근현대사도 함께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식민 잔재 지워라" vs "경기도 안 좋은데 무슨…"

뉴질랜드의 원래 국기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 십자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840년 영국에 점령당한 뒤부터 자국 국기를 쓰지 못하고 28년 동안 영국 국기를 그대로 사용해야 했다.

이후에는 일부 변형이 이뤄지긴 했지만 영국 국기, 즉 유니언 잭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뉴질랜드는 지난 190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에도 이 국기를 그대로 써 왔다.

왼쪽부터 1834년부터 1840년까지 사용한 원래 뉴질랜드 국기. 1840년부터 1902년까지 사용된 영국의 유니언 잭. 1902년부터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국기.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국기 교체의 이유로 '식민 잔재 청산'과 '호주 국기와의 차별화'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젊은 층들에게 이런 명분이 먹혀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데 굳이 국기를 바꿀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UMR리서치의 최근 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58%가 현행 국기를 그냥 쓰자고 답했다.

특히 현행 국기를 그냥 쓰자는 18살에서 29살 사이의 젊은 층 유권자는 70%나 됐다. 국기를 교체하자는 의견은 35%에 불과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뉴질랜드의 정체성을 찾자는 구호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 키 뉴질랜드 총리는 “호주 국기와의 차별화”를 국기 교체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기 교체와 관련된 논란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당초 국기교체에는 2천6백만 뉴질랜드 달러(약 212억 원)가 투입되는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지 언론들은 뉴질랜드 정부가 국기 교체 소요 예산마저 명확히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차라리 마오리족과 뉴질랜드, 2개의 국기를 선정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과 국민투표 과정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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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지우자"...피지와 호주도 국기 교체 추진

영국 연방이었던 캐나다는 지난 1965년 국기에서 영국 국기(유니언 잭)를 지우고, 대신 붉은 단풍잎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식민지였던 미국과 인도도 독립하면서 영국 국기를 지우고 그들만의 국기를 새로 제정했다.

아직 국기에 유니언 잭이 남아 있는 호주와 피지 등 남태평양 국가들은 이번 뉴질랜드의 국기 교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캐나다도 지난 1922년부터 유니언 잭이 들어가 있는 국기를 사용하다, 지난 1965년 현재의 단풍잎이 들어간 국기로 교체했다.

지난해 피지 베이니 마라마 총리는 올해 여름 새 국기를 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그는 "현재의 피지 국기에 그려진 영국 국기와 영국 사자, 세인트 조지 십자가 등은 모두 우리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새 국기는 올해 7월 1일 확정된 뒤 피지의 제헌절인 9월 7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영 연방의 흔적이 남은 국기 교체 움직임은 다른 남태평양 국가들에도 일고 있다. 사진은 피지의 국기

호주에서도 "새 국기를 제정하자"는 여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많은 디자이너가 새 국기 도안을 인터넷 등에 공개하고 있다. 새 호주 국기 도안들의 공통점도 역시 왼쪽 위에 자리한 영국 국기가 없다는 점이다. 뉴질랜드의 '국기 교체' 국민투표 결과는 일주일 뒤에 발표된다.

♣ 고사리와 뉴질랜드

은색 고사리는 마오리족의 전설에 따르면 원래 바다에서 자랐는데 마오리족의 길을 안내하기 위해 육지로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한다. 마오리족의 전사들이 밤에 길을 갈 때 은색 고사리의 뒷면에 달빛을 받아 숲 속에서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의 1달러 동전 도안에도 사용되며 뉴질랜드가 자랑하는 럭비 대표팀 올블랙스(All Blacks)의 유니폼에도 은색 고사리 문양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