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개선 목표에 서민 주택대출 문턱 높아진다_도박에 대해 말하는 성경구절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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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에 근무하는 가계대출 담당자 A씨는 요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과제의 하나로 주택담보대출에서 장기·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 비율을 확대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해 본점 리스크관리 부서로부터 중도금·이주비·전세자금대출 등과 같은 단기 대출을 축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대출은 대출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들 대출은 대출기간이 2∼3년에 불과해 장기대출로 분류되지 않고, 금리도 고정금리가 아닌 변동금리가 대부분이어서 이들 대출 취급이 늘어날수록 정부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다. A씨는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확대가 영업점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도금 대출 등을 많이 하는 영업점의 경우 자체적으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서민들"이라고 말했다. ◇ 은행들 "고정금리 대출목표 맞춰라"…중도금 등 단기대출 축소 조짐 13일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자들에 따르면 일선 영업점에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 재개발 재건축 이주비 대출, 전세자금 대출과 같은 단기·변동금리 대출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금리·상환구조 개선 지침으로 장기·고정금리·비거치식 대출 비율을 올해 말까지 20%, 2017년 말까지는 40%로 늘려야 하는 것이 단기·변동금리 대출 확대에 족쇄로 작용하는 것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일반 주택담보대출, 중도금·이주비 대출, 전세자금대출을 합친 총 금액에서 5년 이상 장기 고정금리로 취급한 대출의 비중을 장기·고정대출 목표 비중으로 산정한다. 그러나 전세자금 대출은 대출기간이 2년, 중도금·이주비 대출은 대출기간이 2∼3년 정도로 짧고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전체 '분모'에는 포함되지만 대출 목표 비중을 따지는 '분자'에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 즉, 이들 단기·변동금리 대출의 실적을 늘리면 전체 주택관련 대출 규모는 커지지만 장기·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도금·이주비·전세자금 대출액은 총 66조5천억원으로 주택 관련 대출의 18.7%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지점 입장에서는 대출 실적 등을 고려할 때 단기대출을 안 할 수 없는데 본점에서 이들 대출을 확대하지 말라는 은근한 압력을 넣고 있어 고민"이라며 "일단 목표 달성이 중요하니 이들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대출을 중단할 수는 없고,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금리를 올려 이들 대출을 자연스럽게 축소하는 방법을 많이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중도금 대출 취급 실적이 높은 한 대형 은행의 경우 대출구조개선 지침이 발표된 지난 2월 말 이후 금리가 소폭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종전까지 연 3%대 중반(3.5∼3.6%)였던 대출이자가 지침 발표 후 3.7%대로 오른 것이다. 대출을 줄이기 위해 은근슬쩍 금리를 인상하는 꼼수를 쓰는 것이다. 이 은행 본점 담당자는 "은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종전에 단기·변동금리 대출이 많았던 은행은 대출비중 축소를 위해 금리를 조금씩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영업점 평균 대출 금리가 종전보다 0.1∼0.15%포인트가량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또 "회의 때마다 중도금·전세대출 축소하라는 주문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영업점도 정부 목표 달성이 경영성과 평가 기준이 되다 보니 본점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결국 피해는 서민 몫…은행들 "제도개선 해달라" 이처럼 시중은행이 중도금·이주비 대출, 전세자금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실제 일부 대형 은행들은 올해 들어 정책적으로 중도금·이주비와 전세자금 대출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모두 이번 지침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 금융당국에 제도개선을 건의한 상태"라며 "은행들이 대출을 축소하기 위해 중도금·전세대출에 대해 우대금리를 적용해주지 않는 방법으로 실질 금리를 올리고, 저렴한 대출 상품을 팔지 않는다면 결국 고객들에게 손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단기·변동금리 대출을 애초에 장기·고정금리 대출 목표에 집어넣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한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중도금·전세자금 대출을 늘리면 정부 목표 비율을 맞기 위해 다른 고정금리 대출 판매실적을 늘려야 하는데 변동금리 이자가 싸고 선호도가 높은 현 상황에서 쉽지가 않다"며 "장기·분할상환대출로 변경이 불가능한 이들 중도금 대출 등은 목표 대상에서 제외해 주거나 정부 목표치(40%)를 하향 조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이런 주장이 고정·장기대출을 늘리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며 못마땅해하는 눈치다. 금융당국은 "과거에도 중도금 대출 등을 포함해 대출비중을 산정했다"며 "변동금리는 이자가 오르면 가계 부담이 커지므로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도 금융당국에 이 문제에 대한 개선을 건의하고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도금·전세대출 축소나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문제가 있고 주택시장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융위원회 등과 고정금리 대출 대상에서 이들 상품을 제외할 수 있는지 협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