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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흥행 영화의 주연 배우로 활약해온 정우성 씨는 스크린 속에만 머물지 않는 대표적인 배우입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 등 정치·사회문제가 있을 때마다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정 씨가 난민 문제에도 관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명예 사절로 임명되면서부터였습니다. 이듬해 6월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활동을 시작했고, 햇수로 벌써 5년째가 됐습니다. 정 씨는 친선대사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도 난민 문제 해결에 대한 깊은 관심과 진정성을 보여줬는데요. 그동안 네팔과 남수단, 레바논, 이라크, 지부티-말레이시아 등 세계 각국의 난민촌을 직접 방문하며 난민 문제를 알리는 '얼굴'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정 씨는 오늘(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또 한 번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민족'이라 불리는 로힝야 난민들을 만나고 온 정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암스테르담, 동탄과 같은 규모"…'세계 최대' 로힝야 난민촌 찾은 정우성


정우성 씨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의 쿠투팔롱 난민촌입니다.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 때 피신한 로힝야족 74만 명을 비롯해, 모두 91만 명의 난민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난민촌이죠. 정 씨는 이곳이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우리나라로 치면 동탄 신도시 정도의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씨가 이곳에 다녀온 건 2017년 12월에 이어 두 번쨉니다. 급하게 임시 보호소가 지어지던 1년 반 전과는 달리, 훨씬 안정되고 체계적으로 변한 난민촌의 모습에 정 씨는 오히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것 같아섭니다.

정 씨가 세계 각국에서 만난 난민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모두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막연하지만 강력한 희망. 그 희망이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하지만 유독 방글라데시의 로힝야 난민들에게선 그런 희망조차 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 씨는 내 땅, 내 나라에 돌아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그야말로 깊은 체념에 빠진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절박하고 처참했다고 말합니다.

■ "난민 80%는 인접한 저소득 국가가 책임져"…약자만이 약자를 돕는다


최근 방글라데시는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더는 난민 받을 수 없다는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난민을 받아오며 그동안 단 한 번도 국경을 닫은 적 없던 방글라데시지만, 난민 수가 급증하며 이제 정말 포화 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 세계 난민의 8할 이상은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이 아닌 인접국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소득이 높지 않은 국가들입니다. 로힝야 난민들을 돌보고 있는 방글라데시 역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데, 약한 자가 더 약한 자를 돕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정 씨가 직접 만난 난민 가족들은 모두 '아이들 교육'을 가장 절실한 문제로 꼽았다고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부모 마음은 다 똑같았습니다. 정 씨가 시리아의 한 부모에게서 들은 "한 세대의 교육 단절을 회복하기 위해선 100년이 걸린다"는 말처럼, 교육만이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도, 미얀마도 로힝야족 아이들에게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 씨는 난민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역시 침략의 역사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한때 난민으로서의 불행한 삶을 겪었던 만큼, 이번엔 시민의식과 국가 의식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배우니까 말을 아껴라? 차라리 사람이길 포기해야죠"


하지만 난민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지난해에는 제주 예멘 난민 문제와 관련해, 무사증 입국 제도와 난민신청 허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71만 4천여 명이 동의하기도 했습니다.

남녀노소의 사랑을 받는 배우 정우성 씨 역시 난민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악성 댓글' 세례를 피하기 힘들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정 씨는 "배우이기 전에 '시민'이고 '국민'이 아니냐"며 반문했습니다.

"넌 배우니까,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이니까 네 개인적 성향이나 생각, 시민으로서의 말을 아끼라고 하죠. 하지만 우린 모두 어떤 직업의 종사자이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입니다.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많은 책임을 잊고 저만 잘사는 것은 그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것 아닌가요. 배우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려면 차라리 사람이길 포기해야죠."

■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이 말하는 '난민'

정 씨는 프랭크 레무스 한국대표부 대표, 신혜인 공보관과 함께 오늘(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습니다.
정 씨는 다음 달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난민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합니다. 매년 한 차례 이상 해외 난민촌을 직접 방문해온 만큼, 그곳에서 만난 난민들의 이야기를 책 속에 담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내 이웃의 삶을 들여다볼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니 먼 타국에 있는 난민 상황에 대해 들여다볼 이유는 더더욱 없겠죠. 그들을 만나 제가 본 것을 여러분도 본다면 좀 더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지은 제목입니다. 난민 역시 각자의 이름이 있고, 누군가의 자식이고 엄마고 남편이고 아들입니다. 그들 역시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