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주문을 멈춰 주세요”…폭설 속 배달 노동자들의 호소_포커클럽이 되어라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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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이 꺼려지는 요즘, 편리하고 빠른 배달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제(6일) 폭설 이후 배달 지연과 취소가 잇따르고, 주문이 제한됐습니다. 식당들이 애초에 문을 열지 않거나 배달앱에서 오픈 시간을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배달 노동자들은 이것이 ‘편리함’이 아닌 ‘생사’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 라이더 유니온, “주문 멈춰 주세요.”

그제(6일) 저녁, 배달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쿠팡이츠’ 배달 노동자 위대한 씨는 평소라면 10분도 걸리지 않을 2km 거리를 가는데 40분이나 지나 겨우 도착했습니다. 폭설로 도로가 아수라장이었기 때문입니다.

위 씨 역시 시속 10km 이상 속도를 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두발로 오토바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면을 디뎌가며 이동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배달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하게 되면 음식값을 부담하거나 평점이 내려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피하려면 고객센터를 통해 취소해야 하는데 당시 빗발치는 전화로 고객센터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위 씨는 “애초에 주문을 막았으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7시에 주문한 콜이 8시가 되어 배정되거나 식당에서 주문을 취소했는데 이를 전달받지 못해 문 닫은 식당을 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에서 ‘주문을 멈춰달라’고 호소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폭설을 뚫고 배달한 배달 노동자들(사진: 라이더유니온)
폭설 이후 한파까지 이어지며 도로 곳곳이 얼어버린 지금은 어떨까. ‘배달의민족’ 배달 노동자 이병환 씨는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인근에서 일하는 이 씨는 폭설 이틀째인 오늘(8일) 주문 3건을 받고 오토바이 배달을 포기했습니다.

이른 오전에도 주문 완료 시간이 1시간을 넘어가는 데다가 제설도 안 된 골목길을 오토바이를 끌고 다니면서 사고를 내느니 일을 접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 씨는 “지금까지 3년 무사고 운전 경력”이라며 “회사 단체 보험이 없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보험을 들었는데 보험금이 높아지면 해지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배달 노동자, “위험한 상황에서의 배달은 선택의 문제 아냐”

누군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냐고 묻습니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위험한 상황에도 일을 하고 싶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배달 노동자들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조차 없는데 그것이 어떻게 선택일 수 있느냐고 반문합니다.


배달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배달노동자들도 많아졌지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동자’처럼 일해도 사고가 나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노동자가 부담합니다.

이를 대비해 배달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크게는 2가지 종류입니다.

가정용 오토바이 보험과 영업용 오토바이 보험입니다. 영업용 오토바이 보험은 식당에서 고용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사용할 때 가입하는 무상운송보험과 배달 노동자들처럼 개인사업자가 오토바이로 일할 때 가입하는 유상운송보험으로 나뉩니다.

지난해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유상운송보험 가입률은 전체 배달 노동자의 1%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이렇게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플랫폼 사업자가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거나 보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최근 늘고 있는 전동킥보드나 자전거는 이러한 사고 처리에 있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위험한 상황에서의 배달을 개인의 선택에 맡기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위험하게 일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 사고가 나면 경제적으로 더 어려움 겪는 악순환을 겪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폭설과 관련해 플랫폼 사업자가 배달 노동자들에게 보낸 안내 문자 (사진: 라이더유니온)
또, 폭설 상황에서 배달 노동자들은 아무런 안전 지침이 없습니다.


평소와 똑같이 배달을 수행해야 하고 취소를 위해서는 고객센터를 연결해야 합니다. 지난 6일처럼 제각각인 본사 측 대응이 나올 때까지 배달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박 위원장은 “폭설이나 혹한은 1년에 며칠 안 되는데 이런 날 하루 정도는 플랫폼 사업자가 주문을 막아야 한다”라며 “배달 시장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 재난 상황과 관련해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사업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