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다” vs “아니다”…35년 만에 인삼밭에서 벌어진 사건_열세 살부터 얼마나 벌어요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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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에서 35년동안 인삼을 키워온 농민은 밭을 파 인삼의 상태를 비교해주었습니다. 원래 이 밭에서 수확하는 인삼은 위 사진에서 땅에 묻힌 인삼 정도의 크기여야 하는데, 밭이 파헤쳐지면서 잘 자라지 못했다며 작은 크기의 인삼들을 보여주며 농민은 설명했습니다.
평화롭던 경북 영주의 한 인삼밭. 올해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7,000m² 규모가 넘는 밭 곳곳이 파헤쳐져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고, 꼿꼿해야 할 인삼 줄기들은 누군가 지르밟은 듯 누워있습니다.

10월 말, 이곳 밭은 수년을 공들여 키운 인삼 수확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 엉망이 된 밭을 보며 농민은 망연자실합니다.

한상순/ 농민
"인삼을 키우려면 토지를 관리하는 데에만 2년이 걸리고, 심고 수확까지 5년이 걸립니다. 총 6~7년을 가꿔왔는데, 완전히 망친 거죠. 농협 쪽에서도 이 정도 크기의 인삼은 상품 가치가 별로 없다고….
줄기가 꺾이면서 인삼에 영양분 공급이 안 되다 보니까 제대로 자라질 못한 거죠."

농가에서 촬영한 여우의 모습.
농민은 올해 6월 말부터 해 질 무렵이면 여우들이 인삼밭에 자주 나타났다며, 인삼밭을 망친 범인으로 ‘여우떼’를 지목합니다.

"인삼밭엔 풀이 우거지고 비를 막는 시설들을 설치해놔서 여우들이 굴을 파놓고 살기엔 최적이었던 거죠. 여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을 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피해가 점점 커져서 그냥 넘어가기 힘들 정도가 됐습니다.
야생동물을 보존해야 하는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농작물이나 닭을 기르는 주민들한테 피해를 많이 주고 있어요."

방사된 여우들. (출처=KBS 자료화면)
이 여우들의 정체는 멸종위기종 1급 ‘붉은 여우’입니다. 국내에 100마리 미만의 개체가 남아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여우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소백산 일대에 붉은 여우 30마리를 방사했습니다. 공단에 따르면 한 쌍의 여우가 인삼밭 일대에 정착했고, 새끼 6마리를 낳으면서 총 8마리의 여우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인삼밭 내 CCTV에 촬영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붉은 여우, 오소리, 꿩, 고양이.
농민이 피해를 호소하자 국립공원공단은 인삼밭에 CCTV를 설치했습니다.
녹화된 영상을 확인해보니 여우뿐만 아니라 여우는 물론, 오소리와 고양이, 꿩, 생쥐도 이곳을 드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두고 국립공원공단 측은 "다른 야생동물이 CCTV에 촬영되었기 때문에 지금 현재로서는 어떤 동물에 의해서 훼손이 됐는진 명확하게 판명하기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공단의 이러한 입장을 두고 농민은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그는 "35년간 인삼을 재배하면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가 전혀 없었다"며 "이 부근에 여우를 방사한 직후 이러한 피해가 발생했는데, 참고 참다가 피해가 너무 커서 보상을 요구하니까 다른 동물이 그랬을 수도 있지 않냐고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전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은 경북 영주시와 야생동물 전문가, 인삼 전문가, 보험사 손해사정사 등과 함께 현장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후 여우의 소행인 것이 밝혀진다면 마땅한 보상책을 강구하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현장에서 취재 중인 취재진을 보고, 농민들은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더니 인근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넋두리가 이어졌습니다. 멸종위기에 빠진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하겠지만, 농작물 피해를 방관할 수는 없겠지요. 야생동물과 농민들이 공존할 수 있는 보다 더 촘촘한 방안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