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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박현정.
배달 음식, 얼마나 시켜 드시나요? 최근엔 배달 안 되는 음식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배달 시장이 커졌습니다. 족발, 순댓국 등은 물론, 아이스크림까지 배달되는 시대인데요. 다시 말하면 그만큼 배달 노동자가 늘어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배달 노동자가 늘어나면서 배달 노동자이 곤욕을 치르는 일부 아파트들도 생겼다고 합니다. 어떤 곳이길래 배달 노동자들이 힘들어 하는 걸까요?

■"화물 엘리베이터 탑승하세요"..."말 안 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한 배달업체에서 배달 노동을 하고 있는 A 씨. A 씨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에서 갑질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KBS 취재진에게 털어놨습니다.

우선 "배달을 갔을 때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경비원들도 배달 노동자들을 낮춰 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요. "반말로 '배달? 음식물은 화물칸으로 타'라고 말하는 경우도 꽤 있다"라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측에서 왜 A 씨에게 화물칸을 이용하라고 했을까.

A 씨는 "입주민들과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 한다는 답을 종종 들었다"라며 "음식 냄새를 입주민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화물칸을 이용하라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아파트 주민과의 사고를 우려해 무조건 아파트 입구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200m가량을 걸어서 들어가라고 지시한 곳도 많다고 A 씨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배달은 시간이 생명인데, 왕복 400m를 걸어서 왔다 갔다 하면 많은 시간을 잡아먹어 그만큼 배달 콜을 못 잡는 등 경제적 손해를 본다. 이럴 경우 아파트 앞에 배달 음식을 보관하는 곳을 만들어 거기에 음식을 두면 주민이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다른 배달 노동자 B 씨도 비슷한 일 종종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50대인 B 씨는 "나도 나이가 있는데, 아파트 경비원들이 다짜고짜 반말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워낙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신분증, 오토바이 키, 휴대전화 등을 맡기고 화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라는 아파트들도 있다"라며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건 아닌지 기분이 좋지 않다"라고 토로했습니다.

B 씨는 모욕적인 일도 당했다고 KBS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B 씨는 "10년 전쯤 일이지만, 당시 한 고급 아파트에서 시간이 급해 화물칸 대신 일반 입주민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적이 있다"라며 "어떤 아주머니가 자녀를 혼내면서 '너 엄마 말 안 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고 대놓고 말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황당해서 아무 말도 안 나왔다"라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오토바이 출입을 금지하고 도보 배달을 요구한 아파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제공.
■"배달 노동자 무시는 그만!"

민주노총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은 자체 조사 결과 곳곳에서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갑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자체 조사한 결과 76곳 중 50곳이 넘는 아파트 등이 도보 배달을 요구하고 있다"라며 "또, 조사 대상 중 8곳은 화물 엘리베이터 탑승만 허용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신분증 등 소지품을 요구하는 곳도 7곳, 헬멧 탈모를 강요하는 곳도 4곳이나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은 "일부가 거주자의 안전, 음식냄새 등을 이유로 본인들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배달 노동자를 무시하고 불편함과 경제적 손실을 강요한다"라며 "화물 엘리베이터 탑승 요구, 신분증 보관 요구 등을 멈춰 달라"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내일(2일) 배달 노동자에 대한 인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