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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단은 살아만 있어요. 살아만 계시면, 저 같은 활동가나 다른 사람들이 당신들이 말을 할 수 있게끔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내겠습니다. 부디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우선은 살아만 있어요. 그렇게만 하면 뭐든지 해보겠습니다."

'연대자D'가 세상 어딘가에서 이 글을 보고 있을 당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 찾아가는 연대, '연대자D'의 사법부 감시 기록의 시작

'연대자D'는 대표적인 소셜네트워크(SNS) 플랫폼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활동하는 계정입니다. D가 올리는 글 대부분은 성범죄 재판 모니터링인데요. 'n번방 사건'을 포함한 각종 성범죄 재판 일정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또 직접 공판을 보면서 재판장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등의 내용을 트위터에 올립니다.

이렇게 D가 성범죄 재판들을 직접 찾아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D는 자신을 '성폭력 피해 당사자이자 성폭력 피해자와 연대하는 연대자 그리고 사법시스템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D는 2010년에 성폭력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가해자를 고소했고, 이미 물증이 다 사라진 상황에서 혼자서 싸워야만 했죠. 그 싸움은 2014년이 돼서야 가해자가 징역 2년을 선고받는 걸로 끝이 났습니다. D는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사건 이후에 모든 것들을 다 잃었거든요. 한창 일하고 있었던 시기였는데 경력은 단절됐고, 신용불량 상태에 빠졌고,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졌고…. 사실은 사회적으로 거의 매장되다시피 했던 그런 결과가 나왔죠."

D가 기나긴 싸움을 이겨내면서 느낀 점은 하나였습니다.

"어떤 연대나 지지기반이 없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 우리나라 사법시스템 하에서 싸운다는 거 자체가 얼마나 큰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고통과 희생을 치러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가 당사자 입장에서 누구보다 잘 알죠."

그리고 D는 다른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자신이 겪었던 힘든 길을 걷지 않게 하도록 연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 재판 방청과 일반인 교육...그리고 달라진 재판부

D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다른 연대 활동도 많은데 왜 재판 방청을 선택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D는 그 이유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피해자가 기댈 수 있는 건 사실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법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시스템 자체가 사실은 피해자나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서 기능해야 한다고 봐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피해자가 기댈 수 있는 건 사실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스템에 의해서 많이 피해를 보고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그 시스템을 보완하고 감시하면서 피해자가 그 시스템에 의존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을 해서 시작을 했죠."

D도 처음에는 단순히 방청석에 가서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방청석에 가서 재판부가 어떤 발언을 하는지 지켜보고,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줬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D의 활동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다른 일반인들도 방청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사람들은 '재판을 방청하면서 내가 어떤 걸 중점으로 봐야 할까'란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고, D에게 여러 질문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질문이 이어지자, D는 이른바 '방청연대'의 범주를 일반인 대상의 재판 모니터링 교육으로 넓히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교육은 약 5차례. 1회당 2~30명의 사람이 참여했습니다.

"알고 비판하자는 거죠. 재판에 대해서 단순히 이 재판 결과만을 가지고, 판사만을 비난하는 것이 저는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예전에는 법대 위에 올라와 있는 법관만 바라보다가, 이젠 잠깐만 공판 검사는 어떻게 하지? 그다음에 잠깐만 그렇다면 피고인 측은 어떤 식으로 방어하지? 이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이 '재판 방청'을 통해 재판부는 정말 변화했을까. D는 '그렇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가서 문제를 제기하고, 외부로 알리고 그러다 보니까 재판부가 조금씩 그런 부분에서는 눈치를 좀 보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지켜보는 눈이 많아지다 보니, 각 재판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재판에 임하는 것 같고. 공판검사 같은 경우도 안 졸고 재판에 임하더라고요. 일반적으로 흘러가는 속행되는 재판 과정에 일반인 방청객들이 와서 앉아있는 경험을 판사들도 이제는 하는 거죠. 좀 달라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어요

D에게 있어서 연대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내가 연대할 피해자가 이 세상에 없는 것'입니다.

"최근에 손정우 사건도 그렇고 여러 차례 2주 동안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았었죠? 그때 제가 그 계정 운영 약간 중단하고 계속 응급실을 갔어요. 생각했던 거보다 많은 피해자분이 큰 충격을 받으셔서…. 시스템 전반에 대해서 회의와 절망과 체념 쪽으로 많이 가셨거든요. 그래서 그분들 곁으로 달려가서 일단은 살려놓고 그다음에 지금 연대를 지속하는 겁니다."

D에게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성폭력 피해 여성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어봤습니다.

"일단은 피해자분들은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어요.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바꿔볼 거고요. 지금 현재는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고 느끼시겠지만, 그냥 2010년부터의 흐름을 보게 되면 많이 바뀌었고, 그다음에 앞으로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기반을 만들어놓을 테니 제발 살아서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