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읽어주는 조종사 _내기를 인쇄하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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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아름다운 노을, 어둠이 내리면 엄습하는 공허, 공허한 세상을 빛나게 하는 사랑..” 기내방송을 통해 짧은 인사와 날씨.고도 등을 알려주는 딱딱한 멘트 대신 서정시를 낭송하는 `시 읽어주는 조종사`가 있어 화제입니다. 주인공은 아시아나항공 임성남 기장(54). 공사 졸업 후 26년간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던 임 기장은 지난 1997년 대령으로 예편한 뒤 아시아나에 입사했습니다. 평소 시를 읽고 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고객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의 특기를 살린 `서정시 낭송`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사 재학 시절부터 취미로 시를 썼다는 그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서정적인 소재의 시를 낭송한다”며 “특히 중년 남성들의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습니다. 임 기장은 한 승객으로부터 `매일 바쁘게 살아가다가 기장님이 읽어준 시를 듣고 계절이 바뀐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맙다'는 편지도 받기도 했다는 것. 서정시를 많이 발표하는 정호승 시인을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시집을 뒤적이면서 좋은 문구를 수첩에 적어놓고 틈틈이 자작시도 써 놓습니다. 임 기장은 B737 기종을 몰고 1주일에 5일 가량 국내선과 단거리 국제선(중국.일본)을 운항합니다. 그는 "조종석 앞 통유리로 보는 세상은 땅에서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을 여러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싶어서 시를 쓴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 회사 울산지점의 이경식 지점장은 올 5월부터 고객들에게 유명 한시(漢詩)가 한수씩 적힌 운항시간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이라는 명구가 들어간 이백의 `망노산폭포(望廬山瀑布)' 등 6종이 현재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 지점장은 "울산지점의 경우 비즈니스 고객이 승객의 90% 이상을 차지한다"며 "업무에 지친 고객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다며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