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맥주 안 마셔도 그만”…국내 맥주시장 판도 바뀌나_빙고를 부르는 운율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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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이틀 잠깐이겠지...'불매운동이라는 게 그렇잖아'

지난주 목요일에 처음 디지털 기사를 쓸 때만 해도 그랬습니다.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이 며칠이나 갈까? 당시 한 대형마트에서는 일본 맥주 매출이 줄었다는 자료를 받았습니다. 2일과 3일 이틀 동안 집계한 결과 일본 맥주 매출이 일주일 전보다 13.5% 줄었다는 거였습니다. 다른 대형마트에도 자료를 요청했지만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사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품은 '맥주'입니다. 술을 마시는 성인들 입장에서 이른바 '만 원에 네 개'는 '2+1' 딱지가 붙은 다른 상품보다 확실히 구미를 당기게 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가끔 거기에 홀린 듯 세계 각국의 맥주를 주섬주섬 골라 담곤 했거든요(물론 성급한 일반화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이 일자 제 주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은 '만 원에 네 개 하는 맥주에서 일본 것 빼는 거'였습니다. 거창하게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하면서 소심히 동참하는 모습이었거든요.


'일본맥주 매출 감소', 주말 지나 보니 '확연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오늘 아침 다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문의했습니다. '역시나'일까? 아니요. '혹시나'가 맞았습니다. 일본 맥주 매출은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 언급 이후로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말을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마트 관계자들의 조언(?)이 맞았습니다.

대형마트부터 보겠습니다. 국내 대형마트의 선두 주자인 이마트에서는 지난 일주일(1~7일) 수입 맥주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일본 맥주의 매출이 일주일 전보다 14.3%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체 수입맥주 매출은 2.9% 늘었으니까 일본 맥주가 외면당한 게 사실인 걸 알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에서는 2~7일까지 집계한 결과, 수입 맥주의 매출이 전체적으로 3.2%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맥주는요? 11.3% 줄었습니다. 감소 폭이 3배 이상 컸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더욱 두드러져

'캔맥주'가 주요 상품인 편의점은 어떨까요? 일본 맥주 매출 감소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GS마트에선 매출 감소가 기록적이었습니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일주일 전보다 무려 23.7%나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가 3.5% 줄긴 했지만, 일본 맥주의 7분의 1 수준입니다.

CU에서도 일본 맥주는 머리를 숙였습니다. 일본 맥주 매출이 11.6%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전체 맥주와 수입 맥주의 매출은 각각 2.6%와 1.5%씩 늘었습니다. 또 지난주 일본 기업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던 세븐일레븐도 마찬가집니다. 전체 맥주 매출이 1.9% 증가하는 동안, 일본 맥주 매출은 9.2% 감소했습니다.

국내 맥주 시장판도 바뀌나?

재미있는 자료는 여기서 나옵니다. GS마트의 맥주 매출 자료(3~7일)입니다. 전체 맥주 매출은 1.2%, 국산 맥주는 8.4%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맥주 매출 비중도 달라졌습니다. 일본 맥주의 비중이 17.7%로 6.1%포인트 줄어든 반면, 국산 맥주는 5%포인트 올라 31%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캔맥주(500mL) 가운데 부동의 1위였던 일본의 '아사히 캔'은 매출 비중이 3.3%포인트 줄며 2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일본 맥주인 '기린이치방 캔'과 '삿포로 캔'도 순위가 내려갔습니다. 그렇다면 1위는 누가 차지했을까요? 국산 맥주인 '카스 캔'이 어부지리로 1위에 올랐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국내 맥주 시장의 판도가 바뀌지 않겠느냐고요? 물론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면 일본 맥주를 누르고 국산 맥주가 '우위'를 차지하겠죠. 그런데 GS마트의 자료만으로 본다면, 여전히 맥주 1위는 '유럽 맥주'입니다.

다른 산업에 큰 영향은 없어…일본 여행은 여전히 '자제' 분위기

지난주부터 일부에서는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일본의 경제 제재에 대해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벌써 3만 명이 넘게 동참했고, 장기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자는 청원 글도 추가됐습니다. 시민단체 '겨레하나' 소속 대학생들의 1인 시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5일부터는 일부 편의점과 슈퍼마켓, 마트에서 일본 제품을 진열대에서 빼고 재고마저 반품 처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불매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양새는 아닙니다. 일본 여행의 경우,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과 주변 시선 등을 고려해 취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주보다는 약해진 분위기입니다. 또 자동차와 사무기기, 카메라 등 일본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나 업체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접는 걸 고려해야 할 상황은 아닙니다. 일본 출신 연예인을 퇴출하자는 일부 강경한 목소리도 '지나치다'는 비판 속에 조용해졌습니다.



우리 국민이 보여주는 '일본제품 불매 움직임'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일반 국민으로서는 최선의 '반격'입니다. 초반처럼 강한 모습은 아니지만, 나름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 그냥 가라앉지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국민들이 제법 매섭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