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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교차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달빛철도 특별법 통과를 해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내가 해냈다"

차량이 제법 많이 다니는 광주광역시의 한 교차로입니다.

설을 앞두고 빨간 현수막과 파란 현수막 두 개가 나란히 내걸렸습니다.

색깔은 다른데, 내용은 똑같습니다. 왼쪽에는 "국민의힘이 해냈습니다", 오른쪽에는 "민주당이 해냈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뭘 해냈다는 걸까요? 목적어도 동일합니다. 광주-대구 달빛철도 특별법 통과를 이뤄냈다는 겁니다.

여당과 야당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현실을 뛰어넘고,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여야 협치가 드디어 이뤄진 걸까요? 아쉽지만, 조목조목 짚어 보면 그건 아닌 듯합니다.

달빛철도 노선 예상도. 광주광역시 제공.
■ 국회의원 87% 공동 발의한 '달빛철도 특별법'

'달빛철도'는 대구를 의미하는 '달구벌'과 광주를 의미하는 '빛고을'을 따서 만든 이름입니다.

광주와 대구를 잇는 200㎞ 길이의 철도를 만들어, 고속도로로 2시간 반 넘게 걸리는 두 도시를 1시간 반 만에 오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계획이 나왔지만, 오랫동안 추진되지 않아 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대형 SOC 사업의 최대 관문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달빛철도 사업에 한해서 면제하도록 하는 내용의 달빛철도 특별법이 지난해 8월 발의된 이유입니다.

달빛철도 경유지로 예정돼 기대가 높은 광주역.
영호남의 화합과 지역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에 전체 국회의원의 87%에 이르는 261명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습니다. 헌정 사상 최다 인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까지 대표 발의에 나서 법안 통과 기대를 높였습니다.

■ 공동 발의 의원도 '반대'…"'포퓰리즘'·필요성 의문'"

막상 법안 심사에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무엇보다 기획재정부가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달빛철도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허용해 주면 제도가 무력화될 거라는 우려였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의에서는 법안 발의에 동참한 여야 의원들마저 입장을 바꿨습니다.

"동서 화합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10조가 들어가야 하느냐", "특정 노선의 특별법을 만드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었습니다.

[연관 기사] 국회서 막힌 달빛철도법…발의 의원이 반대, 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63098

이 때문에 국토위 교통소위에서 두 차례 의결이 보류됐던 특별법안은, 결국 '고속철도'와 '복선화' 조항이 빠지고 나서야 1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1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달빛철도 특별법.
광주시와 대구시는 즉각 환영 입장을 냈지만, 여전히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여야가 합심해 '포퓰리즘'을 펼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나온 여러 공약과 묶여 비난받기도 합니다.

대구와 광주를 연결하는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영호남 교류'라는 무형의 가치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논리입니다.

■ '산업동맹' 나선 광주·대구…"달빛철도 효과 극대화"

'달빛동맹'을 맺은 광주와 대구가 달빛철도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산업동맹'을 맺기로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방소멸 위기에 놓인 영호남을 살리는 기반시설이 되도록, SOC 건설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겁니다.

달구벌과 빛고을의 구상은 '남부 거대 경제권' 조성이라는 말로 압축됩니다. 철도를 통해 물류와 여객 수송을 크게 늘리고 공동으로 산업 벨트도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달빛철도의 시·종점인 대구와 광주를 포함해, 철도가 지나는 영호남 10개 지역이 참여하는 '메가 프로젝트'입니다.

광주에서 열린 달빛철도 특별법 통과 축하 행사에 참석한 홍준표·강기정 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경제권을 만들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게 물류나 여객 수송의 교통로"라며 "영호남 혈맥을 뚫는 것을 넘어 양 시도가 중심이 돼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기정 광주시장도 "달빛철도를 중심으로 한 달빛동맹은 '국가 질병'인 수도권 집중을 막는 투쟁"이라며 "달빛동맹이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산업동맹으로 구체화하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 구상은 '장밋빛 미래'지만…구체화 어떻게?

'달빛'이라는 낭만적인 명칭처럼 광주와 대구의 구상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남북축보다 취약한 동서축 교통망을 확충했을 때 경제적인 효과가 크다는 선례도 있습니다. 2015년 일본 나가노시와 가나자와시를 잇는 '호쿠리쿠 신칸센'이 개통한 이후 주요 기업이 철도 경유지로 본사를 이전했고, 관광객도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대표적입니다.

광주광역시가 기념 제작한 ‘달빛철도 승차권’.
그러나 아직은 막연한 청사진일 뿐입니다. 아이디어는 나오고 있지만, 구체적 방안이 세워진 상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달빛첨단산단, AI·디지털 혁신지구 구축 등의 방안이 논의되는데 '브레인 스토밍' 수준입니다.

강기정·홍준표 두 시장은 광주와 대구의 중간 지점인 전북 장수, 경남 함양 등에 산단을 만드는 구상을 거론했습니다. 수도권보다 땅값이 '헐값'인 장점을 이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그림입니다. 역시 계획이 실현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겁니다.

[연관 기사] 달빛철도 뚫리는 광주·대구…“산업동맹 도약”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85821

하지만 여태껏 추진됐다가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수많은 지방 산업단지와 '달빛 산단'이 차별화되는 지점이 어떤 것인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습니다.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만들기 위한 구체화 작업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구, 광주, 담양, 순창, 남원, 장수, 함양, 거창, 합천, 고령이 동참한 ‘남부거대경제권 조성 협약’.
■ 갈 길 먼 달빛철도…"생색내긴 일러"

다시 색깔만 다르고 내용은 같았던 두 개의 현수막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달빛철도 특별법의 제정 과정과 활용 방안 논의를 쭉 들여다보면, 두 현수막 다 '틀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심지어 달빛철도 건설 자체도 기획재정부의 예타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부터 넘어야 합니다.

그리고 늦지 않게 철도 공사를 진행하고, 무엇보다 철도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합니다.

아직은, 여야 모두 달빛철도를 놓고 서로 "내가 해냈다"며 생색낼 때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