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수술받은 딸 이제 걸을 수 있어요”_컵을 이겼다_krvip

“한국서 수술받은 딸 이제 걸을 수 있어요”_월드컵 우승국은 얼마를 벌까_krvip

"유럽이나 미국 병원도 있는데 한국이라니요. 처음엔 반대했죠.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으니까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사는 공무원 압둘라 알켄디씨의 딸은 7살이던 2010년 골반 양쪽에 문제가 생겨 휠체어를 타야 했다.

UAE 병원에선 그에게 "여기선 수술할 수 없으니 다른 나라로 가야 한다"며 사실상 치료를 포기했다.

앞이 깜깜해진 알켄디씨는 UAE 보건부의 해외치료위원회에 딸의 진료기록을 내고 병원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위원회가 추천한 병원은 뜻밖이었다.

"한국 서울에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가라는 겁니다.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고민 끝에 그는 그해 3월 아내, 네 딸과 함께 난생처음 한국에 도착했고 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수술이 10시간이나 걸린다는 말에 '한국의 병원에서 과연 이런 대수술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두려웠다고 한다.

"'닥터 유'(담당의사)가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습니다. 딸이 걸을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이후 알켄디씨 가족은 올해 8월까지 서울대병원에서 4차례 치료를 받아 지금은 거의 완쾌 단계까지 왔다.

28일(현지시간) 아부다비에서 개막된 '한국 관광의료 대전'에 서울대병원이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전시장을 찾아 직원들과 재회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병원 직원의 예의바른 태도와 친절에 반신반의했던 그의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병원에선 무슬림인 그를 위해 꾸란(코란)과 기도용 카펫을 마련해주는 등 섬세한 부문까지 신경 썼다.

딸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그의 여섯 가족은 제주도, 남이섬 등 유명 관광지도 둘러봤다.

작년 1월부터 석달간 서울대병원에서 척추 치료를 받은 무함마드 자다위(33)씨도 UAE 보건부에서 추천받아 온 경우다.

자다위씨는 "서울대병원에서 UAE 병원엔 없는 치료로봇 같은 첨단 의료장비가 있는 게 가장 인상깊었다"며 "주변에 환자가 있다면 한국을 가장 먼저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어 대신 영어를 사용했지만 큰 불편은 느끼지 못했고 인사동의 특급호텔에 머물면서 UAE에선 경험할 수 없는 한국의 겨울을 가족과 함께 마음껏 느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제가 치료받는 석 달간 남동생과 여동생은 신나게 한국을 구경하고 다녔습니다"

이들이 한국에서 큰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은 산유 부국인 UAE 정부가 자국민이 치료 목적으로 외국에 가면 병원 입원비나 수술비는 물론 항공·숙박비 등 모든 비용을 다 내주기 때문이다.

자다위씨는 병원비 외에도 가족 한 사람이 하루 500달러를 정부에서 받았다.

지난해 UAE에서 온 환자의 1인당 진료수입이 1천771만 원으로 외국인 환자 전체평균의 10배에 달하는 것도 정부의 충분한 지원 때문이다.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 국가가 의료관광 시장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자다위씨는 "모든 게 만족스러웠지만 무슬림을 위해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라 제조돼 먹고 쓸 수 있는 음식이나 제품) 가게가 적은 게 불편했다"며 "인사동 같은 관광지구에 할랄 가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국관광공사 이재성 국제관광본부장은 "이슬람권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에 정부가 할랄 음식점을 시범적으로 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입국심사 시 남성 직원이 무슬림 여성에게 신원확인을 위해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려고 두르는 천)을 벗어보라고 하는 결례를 범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문화적 차이를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