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죠”라더니…소상공인 울리는 홍보 대행 사기_포커의 로고와 이름_krvip

“코로나 때문에 힘드시죠”라더니…소상공인 울리는 홍보 대행 사기_라얀 슬로타도 구출_krvip


경기도 부천에 사는 김장훈 씨 부부는 지난 3월 필라테스 학원을 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긴 고민 끝에 큰 마음을 먹고 열기로 결정한 것이었죠. 학원을 연 지 한달도 안 돼 김 씨의 아내가 전화 한통을 받았습니다. 1년에 132만 원을 내면 홈페이지도 만들어주고 페이스북과 네이버에 광고도 해준다는 거였습니다. 김 씨는 당연히 인스타그램 팔로워와 좋아요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아예 늘지 않았죠. 제가 연락해서 ‘왜 안 됐냐’ 물어보니까 프로그램이 뭐가 안 됐대요. 원래는 되는데 그날은 안 됐대요.”

이상하다고 느낀 김 씨 부부, 인터넷에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는지 찾아봤습니다. 역시나, 같은 피해를 입었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지만, 업체에서는 처음 계약한 금액의 절반 가량인 65만 원을 위약금으로 제외하고 돌려줄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 ‘코로나 프로모션’이라면서 사기…“어디에 홍보했는지 몰라요”

그로부터 오늘(5일)까지, 비슷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소상공인만 150명이 넘습니다. 피해자 모임에서 파악한 업체가 5~6개에 달했는데, 업체명을 계속 바꾸다보니 피해자들도 파악이 어렵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수법은 비슷합니다. 1년 동안 가게를 인터넷에서 홍보해주고 홈페이지도 만들어주겠다며 130만 원에서 190만 원 가량을 받은 뒤, 실제로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겁니다. 어디에 어떻게 홍보를 했는지, 실제로 실적이 있는지 업주들이 물으면 업체들은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최초 계약후 인플루언서와 기자단 명단을 매달 주기로 했지만 4월 계약한 뒤 제가 5월까지 먼저 연락할 때까지도 명단이 준비돼 있지 않았습니다. (...)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 반려동물 수제간식업체 운영 A씨

A 씨는 대행 업체를 통해 좋아요 수가 늘어나길 기대했지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업주들이 물어보다 지쳐 계약 해지를 요구하면, ‘이미 홍보글을 올렸다’며 이를 제외한 금액만 돌려줄 수 있다고 업체는 주장했다고 합니다.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대략 3만 원에서 8만 원 사이, 아예 못 준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패턴들이 처음에 계약하고 난 다음에 (홍보) 해주겠다 해주겠다 한 다음에 연락이 잘 안되고 끊어지고 이런 식으로 하면서 소상공인들을 지치게 만드는 이런 형태인 거죠.” - 김장훈 씨

A 씨와 김 씨가 계약을 체결한 회사도 이름은 다르지만, 상호명을 바꾼 같은 회사였습니다. 이들은 소상공인들을 ‘지원’한다며 광고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개월 더 보장해주겠다고 홍보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라는 문구까지 썼습니다.

■ 30만 원 짜리 간판을 200만 원 넘게 주고 달았다?

오프라인에서의 피해 사례도 있었습니다. LED 간판을 비싸게 주고 산 사례인데요. 이 업체는 야외에 다는 LED 간판을 316만 원에 설치해주겠다고 한 뒤 36개월 할부, 그러니까 한 달에 8만 8천 원 씩 납부하면 그 가운데 매달 7만 7천 원을 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현금을 실제로 돌려받은 기간은 2~3개월, 그 뒤에는 ‘회사 형편이 어렵다’, ‘광고가 잘 들어오지 않는다’며 현금이 아닌 영화 쿠폰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그 마저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 모 씨가 36개월 할부로 300만 원 넘게 주고 구매한 LED 간판
경기도 성남에서 체육시설을 운영 중인 김미리 씨는 “페이백이 매달 들어와야 하는데 2~3개월만 들어오고 연락이 안 됐다”, “콜센터에 전화해도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습니다. 약속대로라면 김 씨는 316만 원 중에 270만 원 가량을 돌려받아야 했지만, 지금까지 돌려받은 건 50만 원 가량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북 전주에서 영어 학원을 운영하는 강 모 씨도 지난해 6월 LED 간판을 설치했습니다. 역시 강 모 씨도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했고, 지금까지 6번 환급을 받았지만 마지막에 받을 때는 일방적으로 환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환급이 될지 미지수”라는 강 씨, 최근 300만 원 넘게 주고 계약한 LED 간판의 가격이 30만 원 가량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같이 간판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김 씨와 강 씨를 포함해 50여 명으로 파악됩니다.

■ 소상공인은 ‘소비자’ 아닌가요?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 사례는 거의 모두, 전화가 걸려와 계약을 맺자는 권유를 받은, 이른바 ‘전화 권유 판매’로 이뤄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법에는 이 같이 전화 권유 판매에서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으면 피해를 구제하도록 하고, 보호하는 ‘방문판매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상공인들은 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판매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한 이유입니다.

방문판매법 제3조(적용 범위) 이 법은 다음 각 호의 거래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1. 사업자(다단계판매원, 후원방문판매원 또는 사업권유거래의 상대방은 제외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가 상행위를 목적으로 재화등을 구입하는 거래. 다만, 사업자가 사실상 소비자와 같은 지위에서 다른 소비자와 같은 거래조건으로 거래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이번에 피해를 입은 업주들은 본인 사업의 번창을 위한 목적으로, 그러니까 상행위를 목적으로 거래를 한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방문판매법에 따라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피해 구제뿐 아니라,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청약 철회 요건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굳이 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뭘까요? 현재 상황에서 이들이 피해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형사 소송을 통해 사기 피해를 인정받은 뒤, 민사 소송을 벌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피해 금액은 13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 정도로, 다른 사기 사건에 비해 비교적 적은 금액입니다. 앞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다가 홍보 대행 사기를 당했다는 김장훈 씨는 “알아보니까 변호사비까지 따져보니 소송비에만 600만 원 넘게 들어가더라”라며, “그래서 포기하는 소상공인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럴 수록 사기 업체들이 더 활개를 칠 거란 게 소상공인들 주장입니다.

일부 학계에선 약자의 위치에 놓인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를 살려 사업자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관련 논의는 없습니다. 피해 소상공인들은 법 개정을 계속 요구하는 한편, 피해 증거를 수집해 가까운 시일 내 집단 소송을 벌일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