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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전에 지진까지…"죽음보다 더한 고난"

"차라리 죽는 게 나았을지 몰라요. 잔해에서 빠져나왔지만, 세상의 모든 돌덩어리를 어깨에 짊어진 것 같아요." 지진으로 무너진 집 앞에서 시리아의 지진 생존자 아이샤는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우린 지쳤어요. 12년(의 내전) 동안 포격과 공습의 공포 속에 피난 생활을 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이제는 돌아갈 곳조차 완전히 잃었어요. 보세요, 모든 집이 무너졌어요."

아이샤는 가족과 함께 지진에서 살아남았지만, 절망에 빠졌습니다. 지진 일주일째 물, 전기, 난방은 끊겼고 집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가족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택시도 지진으로 파손됐습니다. 4년 전 아들이 미사일 폭격으로 세상을 떠나며 남긴 두 손자까지, 12명의 대가족은 살길이 막막해졌습니다.

12일 시리아 알레포 주 아타립에서 아이샤가 손녀와 함께 무너진 집을 보는 모습.
AP통신은 현지 시간 12일 시리아 알레포 주 아타립에서 만난 아이샤가 중첩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장기화된 내전 속에 그녀의 가족들은 피란 생활을 거듭했습니다. 전황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대피했다가 몇 달 뒤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지진은 불안한 피난처마저 파괴해버렸습니다.

삶의 터전은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이샤의 이웃인 한 대가족은 일가족이 모두 숨졌습니다. 지진 직전 태어난 아기까지 8식구였습니다. 공동묘지에는 더이상 매장할 곳이 없어, 논밭에 숨진 이들이 집단 매장되고 있습니다.

"시리아에는 가족이 죽거나, 다치거나, 사별하지 않은 가정이 없어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가정이 하나도 없어요. 이제 지진으로 생계를 책임지던 남자들과 과부, 아이들도 건물 잔해에 깔렸어요. 우린 최악의 비극 속에 살고 있어요." 아이샤는 울먹였습니다.

12일 시리아 알레포 주 아타립에서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모습.
■ 콜레라 확산 우려… 재난의 '퍼펙트 스톰'

아이샤처럼 극한 상황에 놓인 시리아인은 수백만 명에 이릅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진이 발생하기 전, 시리아에서 긴 내전으로 국내 실향 상태인 사람들이 이미 680만 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강진까지 발생하면서 시리아에서 530만 명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반카 다나팔라 유엔난민기구 시리아 대표는 "위기 상황 중에 벌어진 또 다른 위기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더욱이 지진 피해가 집중된 시리아 서북부는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지 못하고 고립된 곳입니다. 시리아 정부는 서북부는 반군이 장악한 지역이어서, 튀르키예와 맞닿은 국경을 통해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건 주권 침해라고 국제 원조에 반대해왔습니다. 12년째 장기화된 내전 상황에 국제 사회의 관심도 낮아져, 시리아 내전은 '잊힌 위기' 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입니다.

전염병 확산은 또 다른 위험 요인입니다. 내전으로 시리아에서 식량 공급은 불안하고 의료와 상하수도 시스템은 무너졌습니다. 영양과 위생 문제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가을부터 시리아에는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 인도지원조정국(OCHA)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 시리아의 콜레라 의심 사례 7만 7,500건의 약 절반이 북서부 지역, 특히 실향민 캠프촌을 중심으로 발생했습니다. 콜레라 위험지역에 지진 피해까지 더해졌는데, 지진으로 인해 그나마 있던 의료 시설 50여 곳은 폐쇄되거나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나타샤 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중동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오랫동안 우려됐던 '퍼펙트 스톰' 상황이 닥쳤다"고 설명했습니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해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 재난을 뜻합니다. 지진 피해 지역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자, 시리아 정부는 현지시간 13일 국제사회의 구호물자를 전달할 국경 통로 두 곳을 추가 개방하기로 유엔과 합의했습니다.

9일 시리아 알레포주 진데리스에서 건물들이 무너져 있는 모습.
■ 튀르키예에선 시리아 난민 차별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인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또 있습니다. 그동안 시리아 난민들에게 가장 포용적인 나라는 국경을 맞댄 튀르키예였습니다. 튀르키예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 400만 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지진으로 국내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튀르키예 국민들이 시리아인들에게 반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을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에 "우리는 시리아인을 원하지 않는다", "이민자를 추방하라", "더이상 환영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지진 이재민을 위한 캠프촌에서는 시리아 난민이 쫓겨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인종주의적 차별을 우려해, 튀르키예 메르신에서는 시리아인이 시리아 난민 전용 캠프촌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한 시리아인은 "사람들이 우리가 (튀르키예어가 아니라 ) 아랍어를 하는 것을 듣자, 소리를 지르고 밀쳐냈다."면서 구호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우리가 늘 약탈 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그건 지어낸 말이다."라고 호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