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다이버 죽음 막지 못한 ‘스크루망’…“규격 도입 추진”_베토 가스 뉴 함부르크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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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레저기구에 달린 스크루망. (해당 다이버들과 선박은 사고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지난달 제주 서귀포 해상에서 발생한 스쿠버 다이빙 사망사고를 두고, 현지 다이빙 업계에서는 "예견된 사고였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다이버가 선박 스크루에 치이는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망'을 씌우도록 하는 법이 마련됐지만, 모호한 설치 규정 탓에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수중레저기구에 설치된 스크루망의 모습. 성인 남성 주먹 정도가 들어갈 크기로, 머리가 빨려 들어가는 인명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해당 선박은 사고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중레저활동의 안전 및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약칭 수중레저법)에 따라 스쿠버 다이버와 같은 수중레저활동자를 태우는 선박은 '스크루망'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스크루망은 선박 스크루(프로펠러)를 감싸는 철창 형태의 구조물로, 다이버가 스크루에 치이는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 2017년부터 설치가 의무화됐습니다. 지난해 9월엔 수중레저법 안전관리규정이 개정돼 '스크루 끝단과 인체의 접촉을 방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세부 규정까지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레저 선박에도 스크루망은 설치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고는 왜 발생한 걸까요?

■ 스크루망 기준 '모호'…명확한 규격 없어

현재 스크루망에 대한 기준은 모호한 상황입니다. 스크루망을 어느 정도의 크기와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격이 없는 겁니다.

제주시내 한 조선소에서 최근 보강 작업을 마친 수중레저기구의 ‘스크루망’. (해당 선박은 사고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스크루망을 설치하는 실정입니다.

제주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백성찬 씨는 "스크루망 보강 의뢰를 자주 받는데, 규격이 없다 보니 조선소 차원에서 '빨려 들어가지 않도록'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수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백 씨는 "지금 조선소에 세워둔 선박도 육지에서 처음 건조돼 제주로 왔을 때, 가느다란 철사로 스크루를 감싸고 있는 정도였다"면서 "철사가 너무 약하고 자꾸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최근 선주로부터 보강 의뢰를 받아 새롭게 작업했다"고 말했습니다.

서귀포에서 다이빙 선박을 운항하는 이태훈 제주도 수중핀수영협회장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습니다. 이 회장은 "주먹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면 다이버가 머리를 다치지 않아 인명 사고를 막을 수 있으니, (다이버를 태우는 선장들이) 그 정도 크기에 맞춰 스크루망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어떻게 설치?"…모호한 법령에 민원도 잇따라

스크루 끝 부분과 신체가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세부 규정은 존재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스크루망을 어떻게 설치해야 하느냐'며 묻는 민원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계자는 "'이렇게 스크루를 만들어도 되는지' 하는 문의가 많았는데 '신체가 닿으면 안 된다'는 답변밖에 하지 못했다"며 "스크루망을 촘촘하게 설치하면 출력 때문에 선박 운항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고가 난 레저 선박의 선장 역시 KBS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소에서 제작해 준 배와 스크루망 그대로 인수한 것"이라며 "안전망을 몇 센티미터 간격으로 만들라는 법규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 해수부 "스크루망 설치 규정 마련할 것"

관련 안전 사고가 이어지자 해양수산부에서도 뒤늦게 스크루망 규격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수부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선박 출력 등 성능에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스크루망 설치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중 연구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 사고를 수사 중인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사고 선박에 설치된 스크루망에 안전상 문제는 없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해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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