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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에서 전산장애가 발생한 지 하루도 안 돼 야간선물시장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자 전산시스템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사고로 한국 증시의 심장부인 거래소의 신뢰성 훼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잇따른 전산 사고 "마음 편히 거래 못 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새벽 거래소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겨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야간선물시장이 예정보다 3시간 먼저 장을 마감했다.

평소 야간선물 거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옵션 거래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뤄진다.

그러나 이날 오전 1시 22분께 시장 운영과 관련한 일부 서버가 멈추자 거래소는 서둘러 야간시장 거래를 중단시켰다.

서버 다운은 전력 공급장치에 붙은 부품 파손으로 전원 공급이 멈춘 데 따른 일인데, 노후 시설 점검을 철저히 하지 못해 벌어진 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11월 개장한 CME 연계 야간선물 시장의 거래가 중단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피200 야간선물 시장은 정규시장 규모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전날에도 거래소는 오전 장에서 1시간여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시세 단말기에 코스피지수를 최대 15분 이상 지연 전송하는 전산 사고를 냈다.

지수산출·분배를 담당하는 메인시스템이 이상을 일으킨 상황에서 백업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려 일어난 일이었다. 코스피지수가 지연 송출된 것 역시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이다.

전산 시스템 장애가 일어난 데 이어 전산 관련 부품 파손에 따른 사고까지 발생하자 거래소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시장이 지속 가능하다고 믿고 거래를 하는 것인데, 이번 사고로 거래소가 엄청난 리스크를 시장에 안겼다"며 "거래소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도 "투자자 피해보다는 연이은 사고로 생긴 거래소의 신뢰성 훼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마음 편하게 거래를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관련 부서장을 소집해 긴급 비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거래소는 전산망을 운영하는 코스콤의 전산부대설비 운용 인력을 확충하고 24시간 비상 대비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 급작스런 거래 중단에 투자자들 분통…거래량도 급감

야간선물 거래가 중단되자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 마감 직전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려던 투자자들은 원치 않는 포지션을 들고 정규 시장으로 넘어와야 했다. 그러면 정규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일반 투자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야간선물시장에서 헤지를 하려던 투자자도 헤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야간선물 시장 중단 후 거래 화면에 관련 공지를 띄웠는데도 고객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증권사들은 "거래소 장애로 전 증권·선물사의 CME 야간선물·EUREX 야간옵션 시세가 갱신되지 않고 있다"면서 "야간선물은 새벽 3시 거래소에서 조기 종료했고, 야간옵션 주문은 정상적으로 되지만 시세가 갱신되지 않는다"고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

야간선물 거래가 조기 중단된 탓에 11일 2만991계약, 12일 1만5천698계약이던 거래량은 1만802계약으로 대폭 줄었다.

거래대금도 11일 2조5억629억원, 12일 1조9천107억원에서 1조3천258억원으로 급감했다.

주식시장 시초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야간 선물은 이날 오전 3시 전날보다 0.06% 하락한 244.75에 마감됐다.

다행히 이날 야간선물 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았고, 시장 중단 직전 지수가 미국 증시를 반영해 정규시장 시초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자들의 혼란은 컸다.

이중호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보통 야간선물 지수를 보고 코스피 시초가를 예상, 어떻게 매매할지를 결정한다"며 "그러나 새벽 3시에 급작스럽게 야간선물 거래가 중단돼 장 초반 혼란을 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