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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령의 만학도들이 뒤늦게 한글을 익혀 시를 썼습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시에 80년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유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한 87살 정귀출 할머니가 이름을 또박또박 읽어 나갑니다.

["정, 귀, 출. (그렇지!)"]

가나다부터 힘겹게 익혀 온 한글 공부.

이제는 긴 문장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름도 제대로 못 썼는데, 집 가는 버스도 몰라서 맨날 물어봤는데... 내 눈으로 보고 버스도 탄다."]

팔십 평생 글을 몰라 힘들었던 지난날을 담은 시는 지난해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최우수상을 가져다 줬습니다.

[정귀출/충북 음성군 삼성면 : "그 전에는 물어봤죠, 이거(버스) 삼성 가는 거예요? 물어보고. 근데 물어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타고. 다 좋아요. 글을 배웠더니."]

몸이 불편해 앉기조차 힘들지만 행여나 까먹을까 쉬지 않고 복습한 덕분입니다.

[이순희/성인문해교실 강사 : "이름을 당당하게 쓰실 수 있게끔만 해드리자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어머님들이 너무 적극적이세요. 너무 즐거워하시고, 행복해하시고... 왜 진즉에 안 했나 이런 얘기를 많이 하세요."]

청각장애를 가진 남편 대신 살림을 꾸리며 4남매를 키운 82살 박옥여 할머니.

'다섯 살 때 부모님을 잃고 이집 저집 떠돌다가 스무 살 되던 해 못된 영감이 나를 팔아먹었지요. 그것이 시집이라지요.'

고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 작품은 올해 충북 성인문해 시화전에서 1등을 차지했습니다.

이름조차 쓸 줄 몰라 받았던 설움이 떠오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박옥여/충북 음성군 대소면 : "잘되든 안 되든, 내가 몇 년이 되든지 한번 (시를) 쓰고 싶어요. 끝까지 한번."]

만학도 할머니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삶의 애환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윤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