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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은 정말 간에 나쁠까?... 7월부터 '혈액검사'로 확인

오래된 속설이 있습니다. '한약은 간에 나쁘다'. 맞는 말일까요?

한약을 복용하고 간이 손상돼 간이식까지 받은 환자를 목격했다는 의사들을 종종 만납니다. 그럼, 언제 있었던 일이냐고 묻습니다. 최근에는 거의 없지만, 십수 년 전엔 가끔 벌어진 일이라고 얘기합니다. 한약이 불법 유통되기도 하고, 검사가 제대로 안 돼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았던 과거의 일로 보입니다. 지금의 한약은 비교적 안전합니다.

이런 의사들의 생각이 각인된 걸까요? 한의원을 찾는 환자마다 이런 질문을 해대니, 한의계도 답답했나 봅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전국 10개 한방병원의 입원 환자를 상대로 한약 복용에 따른 간 손상 정도를 관찰했더니, 1천여 명 가운데 0.6%에 해당하는 6명에게서 간 손상이 발견됐습니다. 이마저도 간 손상의 원인이 '한약' 때문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없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원래 간 질환이 있는 환자일 수도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한약을 먹으면 간이 손상된다'는 건 속설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간단합니다. 피 검사를 해 간 수치를 확인해 보면 됩니다. 한의사가 검사 결과를 보며 해당 환자에게 한약을 처방해도 될지를 결정하고, 한약을 복용하는 중에 간에 이상이 생기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의사의 혈액검사는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습니다. 유권해석 상 한의사가 혈액검사를 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쌉니다. 한의사가 피를 뽑아 혈액의 점도, 이혈 등 한방의학적 해석은 가능하지만, 서양 의학적 이론을 적용한 혈액검사에 대해선 면허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혈액검사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달 21일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한의원을 돌며 22차례에 걸쳐 설명회를 갖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혈액검사를 도입합니다. 1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첩약 투약 시 혈액검사를 당연한 의료행위로 정착시키는 게 한의사들의 목표입니다.


■ "추나요법에 엑스레이(X-ray) 도입... 고발도 감수"

지난 4월부터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됐습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으로 밀고 당겨 비틀린 척추·관절·근육·인대 등을 제자리로 돌려주는 치료법입니다. 그동안은 회당 20만 원 안팎의 고비용이어서 치료를 망설였던 환자들도 이제 부담 없이 추나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의협은 이 추나요법에도 방사선 진단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현재, 한의사의 영상진단기기(X-ray) 사용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한의협의 각오는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엑스레이 장비는 올 하반기부터 선도 사용 운동으로 시작한다. 고발을 감수할 의지를 가진 원장들이 모여서 영상진단기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충돌이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겁니다.

척추가 비틀린 정도가 정상범위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한의사의 손끝'이 아닌 '영상장비의 수치'로 확인하겠다는 것입니다. 한의협은 중국·대만의 중의사, 북한의 고려의사, 미국의 카이로프로텍터(척추 교정사) 등 유사한 치료를 하는 외국에선 엑스레이 장비 사용이 자유로운데, 왜 우리나라에서만 한의사들이 사용하지 못하게 막아놓았냐고 반문했습니다.

한의협은 이 같은 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목표로 '범한의계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한의협은 한의학에 '의료기기'를 접목하는 게, 의사-한의사 간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걸 염려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의학에 양방 의학, 즉 의료기기가 도입되면 논란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의대에서 영상장비에 대한 교육을 이수했다고 해도, 4년간의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쳐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으로 인해 검사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넘어야 할 장애물 중 하나입니다.


■ 같은 목표, 다른 해법....동상이몽 '의료 일원화'

한방이냐, 양방이냐, 이 해묵은 논쟁이 거듭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의료 일원화'입니다.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적 측면에서 한의사-의사가 갖는 시각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보건복지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료 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한의학과 양의학의 입장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과대학으로의 단일 의학교육제도 도입을 위해 현 한의대를 폐지하고, 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을 전제로 해야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의료 일원화 시행 이후에도 기존의 면허자는 변함없이 기존의 면허와 면허 범위를 유지하고, 상호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한의사 폐지를 통한 일원화'를 주장한 반면, 한의사들은 '공통 영역확대를 통한 일원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조병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대가 학부 수준, 한의대는 전문대학원 형태로 전환해 한방 전문의 과정을 운영하는 식으로 그림이 그려진다”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추나요법에 이어 오는 10월부터는 치료용 첩약에 대해서도 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이 추진됩니다. 첩약은 여러 가지 한약 제재를 섞어 탕약으로 만든 것을 말합니다.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 동안 첩약의 치료 효과성 등을 검증한 뒤 급여화 전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의사·약사·한의사 등 직역 간의 생각이 다른 만큼 조율이 쉽지는 않은 눈치입니다.

의료 일원화를 추진하기 위해 의료발전협의체도 구성됩니다. 2년간 그 방향과 내용을 논의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 예고됩니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한방이든, 양방이든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그저 '빨리 낫고 잘 낫는 치료'가 최고입니다. 이 가치를 잊지 않는다면 가시밭길도 웃으며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