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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실종된 세 부자를 찾는 전북소방본부 119 구조대
■ '진안 사고다' vs '무주 사고다' 두 지자체의 대립

지난 27일 오후, 전북 진안군과 무주군 경계에 있는 '감동교' 인근 하천에서 가족 3명이 목숨을 잃는 물놀이 사고가 났습니다. 먼저 물에 빠진 막내 아들을 구하려고 아버지와 형이 차례로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고 초기, 여러 언론사들은 사고 발생 장소를 '진안군 용담면'으로 표기했습니다. 감동교가 있는 곳이 진안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가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장소가 바로 옆 무주군 관할로 밝혀지자 '무주군 부남면'으로 바꿔서 보도했습니다. 전북소방본부도 사고 접수 초기에는 진안군 용담면 감동교 인근에서 사고가 났다고 상황을 전했지만, 수습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는 무주군 부남면으로 사고 발생지를 정리했습니다.


사고 사실을 인지한 진안군과 무주군 재난안전담당 부서는 여러 언론사에 유무선으로 연락해 '사고 지역 정정'을 요청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진안군은 무주에서 난 사고라고 주장하고, 무주군은 진안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떠넘겼던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사고 발생 구역'을 놓고 대립하는지 두 지자체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먼저 진안군은 "소방당국이 보고한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지가 무주군이다. 감동교는 진안군 관할이 맞지만 다리 아래 하천 구역은 무주군이 관리하는 곳이다. 무주 익사 사고로 보도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무주군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가족은 진안군 용담면 쪽에서 하천에 걸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곳이 무주일 뿐이니 진안 사고로 바꿔서 보도해달라."고 입장을 말했습니다.

사고 발생 장소를 왜 중요하게 여기느냐는 질문에 한 지자체 재난안전담당자는 "그게 지자체로서는 민감한 부분이라…"라며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았습니다.

■ 물놀이 안전 대책은 뒷전…떠넘기기 급급


사고가 난 장소는 '물놀이 금지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여름이면 일부 피서객들이 종종 입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천 인근에는 진안군과 무주군이 게시한 수영 금지 현수막과 안내판이 있었지만, 위험 요소를 알리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훼손되어 있는 등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안군과 무주군 재난안전담당 담당자한테서 나온 답변은 "우리 지역 사고가 아니다. 옆 지역 사고로 '정확히 정정 보도'해달라."는 부탁뿐이었습니다. 불행한 인명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앞으로 사고 지역을 어떻게 관리할지 등 대책 수립 계획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 사고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무주경찰서 관계자는 "목격자 진술을 종합한 결과, 세 부자는 진안군 용담면에 승용차를 세우고 하차한 뒤 하천에 진입해 자갈밭을 걸었고 경계 지역을 건너 무주군 부남면에서 물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