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소책(小策) ‘물주머니’ 아시나요?…애틋한 농심_포커 폭탄이 떨어진 조각들_kr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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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안오구…월매나 목이 마를까…쪼매난 물주머니라도 걸어주야지…" 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부 농촌 지역에 '물주머니'가 등장했다. 집에서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에 물을 채운 뒤 작은 구멍을 내 밭에 놓아 두거나 지지대에 묶어 세워 놓고 조금씩 물을 흘려보내기 위한 일종의 '포터블 저수지'다. '가뭄대책(對策)'이라고 하기엔 유치하지만 '우공이수'(愚公移水)도 마다하지 않는 애틋한 농심이 읽힌다. 5년 전 아들 내외와 함께 충청남도 홍성에 귀촌한 M(79) 할머니는 8일 텃밭에 심어 놓은 가지 10여 그루 가운데 키가 안 자라 애를 태우는 가지에 물을 주고 있었다. 그냥 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뭇가지로 만든 삼각 지지대에 매달린 커다란 비닐봉지에 물을 넣어주는 것이다. 한꺼번에 물을 많이 줄 수도 없고 물을 주면 금세 마르거나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조금씩 물을 흘려 계속 땅을 적셔준다. M씨는 "아들이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어 물봉지를 매달아 놨다"며 "하루 한 두 차례 물을 채워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가지 옆에는 옥수수가 심어져 있었고 옥수수대 사이 사이에도 물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지지대 없이 그냥 맨 땅에 놓인 물봉지에서도 작은 구멍으로 물이 조금씩 흘러 나왔다. 김씨네 텃밭에는 가지와 옥수수 외에도 고추와 감자, 상추, 호박, 토마토, 딸기 등 여러 과채류가 자라고 있다. 돈분(豚糞)이나 계분(鷄糞)을 안 써 다른 집에 비해 모든 작물의 키가 작지만 올해는 가뭄 때문에 키가 더 안 자란다. 고추는 벌써 알이 맺혔는데 키는 고작 40㎝ 전후다. 작은 것은 예년의 절반, 커 봐야 3분의 2 수준이다. 감자 잎사귀도 시들시들해 알이 제대로 들지 걱정이다. 노지 딸기 작은 것은 완두콩보다 조금 클까말까하다. 보다 못해 '물봉지' 아이디어까지 짜냈지만 비닐봉지를 활용한 작물 해갈이 생각 만큼 쉽지는 않다. 집에서 구할 수 있는 비닐봉지 대부분이 너무 약해 물을 담다가 찢어지거나 땅에 박힌 작은 나뭇가지나 돌 모서리에 스치기만 해도 쉽게 구멍이 난다. 비닐을 두 세 개를 겹쳐야만 겨우 제 구실을 할 수 있다. 또 바늘이나 나사 못 끝으로 아주 작게 구멍을 뚫어도 수압 때문에 구멍이 커져 물이 쉬 흘러나와 얼마 못 간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에서 물건을 담아 주는 튼튼한 비닐 쇼핑백 정도면 그런대로 쓸 만하다. 서울서 직장에 다니며 주말에만 온다는 K씨는 8일 전화통화에서 "문제는 논농사를 짓거나 대량으로 밭작물을 가꾸는 농가"라며 "튼튼하면서도 물이 조금씩 빠지도록 만든 가정용 또는 농사용 비닐봉지를 정부나 지자체가 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이나 공무원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할 때 물을 대거나 퍼 나를 수 없는 곳에 물주머니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