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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하려면 일을 잘해도 '지참금'이 필수입니다."

자신을 둘러싼 불공정 수사 의혹에 대한 억울함과 경찰 조직문화의 폐단을 털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광주 경찰 간부가 남긴 글이 파장을 낳고 있다.

특히 인사 부조리 실태를 고발한 내용은 경찰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했다.

"저는 고졸입니다. 그래서인지 시험승진은 길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업적에 따라 진급할 수 있는 특진의 길이 열려 있지만, 심사승진은 그렇지 않대요. '빽'은 필수요, 돈거래가 당연한 것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일 잘해서 심사 승진하는 직원은 단 1명도 없습니다. 일을 잘해도 '지참금'이 필수입니다."

지난 14일 숨진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A(50) 경감이 의혹의 발단이 된 화물차 불법 증차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하는 검사에게 남긴 편지 형식의 글 중 일부다.

◇ 심사 승진에 지휘관 추천 결정적…'줄 서기' 유발

A 경감이 거론한 심사 승진은 통상 1년에 한 차례 이뤄진다.

근속·특별·시험 승진과 함께 경찰이 진급할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의 하나로,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가장 크다.

근속 승진은 순경에서 경감까지 계급별로 5~12년간 근속하면 자동으로 진급하는 방식이다.

특별 승진에서는 수사 부서 소속의 경우 범인 검거 유공, 기획 부서는 행정 발전 유공을 고려하고 시험 승진은 시험 점수라는 객관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심사 승진에서는 지휘관 추천이 승진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해 청탁의 개연성을 키운다.

통상 최근 3년간 인사 고과와 경력 점수를 기초로 하는데 승진 대상자들이 비슷한 점수대에 분포한 상황에서 지휘관 추천 점수가 큰 변별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순경·경장·경사 등은 경감 또는 경정이 맡는 과장이, 경위부터는 서장이 추천하게 된다.

직접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상관의 눈 밖에 났다가는 심사 승진은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경찰관들은 설명했다.

한 경찰관은 "심사 승진을 하려면 몇 년을 상관에게 밥도 사고, 술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최근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일부는 우회적으로 (금품·접대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경찰관은 한때 승진 심사 면접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대서소 직원'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돌았다고 전했다.

이 경찰관은 "과거에는 과장이나 서장의 추천 순위를 그 윗선에서 바꾸도록 압력을 넣거나 심사 전 형광펜으로 내정자를 표시한 채 면접을 진행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며 "위원장이나 간사가 내정자를 넌지시 알려주고 위원들은 요식행위를 할 뿐이니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시험 승진 부작용도 속출

근속 기간을 채우면 자동으로 승진하는 근속 승진을 제외하고 특별 승진이나 시험 승진도 부작용을 낳는다.

특별 승진 과정에서는 특정 경찰관에게 실적을 몰아주는 '밀어주기'가 관행으로 굳어졌으며 자기 추천보다 승진 확률을 높이는 지휘관 추천을 받으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시험 승진은 젊은 경찰관들을 중심으로 현장 근무 부서를 꺼리는 현상을 뚜렷하게 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업무 시간에도 공부할 수 있는 내근 부서나 한가한 업무를 선호하게 한 것이다.

시험 철이 되면 시험을 앞둔 경찰관이 업무를 동료에게 떠맡기고, 휴가를 몰아 쓰고 도서관으로 가는 풍경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경찰관들은 '굵고 짧게 가느냐'(지속적으로 시험이나 심사 승진을 시도하느냐), '가늘고 길게 가느냐'(스트레스 없이 근속 승진하느냐) 등 가치관에 따라 경찰 생활의 장기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업무 성취도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한 전직 경찰관은 "상관에게 잘 보이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면 비애를 느낄 때가 잦고 아부, 로비도 '재주'로 인식될 만큼 상황은 심각하다"며 "인사 부조리가 경찰을 포함한 공직사회 전체로 퍼졌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