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 지난해 세계 경쟁서 ‘선전’_관상어로 돈 버는 방법_krvip

국내 대표기업, 지난해 세계 경쟁서 ‘선전’_시가총액으로 돈을 벌다_krvip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지난해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메이저 업체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앞을 내다본 선제적 투자와 그에 따른 기술력에 힘입어 '넘버1'에 한 발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종에선 그동안 경쟁에 뒤처졌던 기존 업체들의 강한 반격이 예상되고 있고 IT 분야는 시장트렌드가 급변하고 있어 국내 대표기업들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 원가경쟁력 우위로 국내 반도체 '치킨게임' 최후승자 국내 업체가 지난해 반도체업종의 '치킨게임'에서 승자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원가경쟁력 덕분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미세공정에서 40나노급에 들어갔으나 일본과 대만업체는 여전히 50~60나노급에 머물고 있다. 출혈경쟁으로 반도체 가격이 2008~2009년 사이 10분의1 이하로 급락했지만, 미세공정에서 앞선 국내 기업은 경쟁사 대비 낮은 원가 수준에서 반도체를 만들어 낼 수 있어 불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 IBK투자증권 이가근 애널리스트는 "10나노 차이가 날 때마다 원가가 웨이퍼 수준에서 30~40%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업체는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 원가 수준이 최대 50% 낮다"고 말했다. 이익 회복에서의 시차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산업은 꾸준한 설비투자가 필요한 업종인데, 대만과 일본업체가 그간 영업적자로 투자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PC수요 회복과 반도체 가격 강세로 뒤늦게 흑자를 낸 경쟁사들이 최근 공정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반도체 제조장비업체들이 물량을 받쳐주지 못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증권 김장렬 애널리스트는 "국내 업체가 이른 턴어라운드로 돈을 빨리 벌고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어 앞으로 시장점유율이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설비투자를 하면 그만큼 생산력이 늘어나 업황이 좋아질 때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 휴대전화부문 성장속도 최고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는 글로벌 톱 5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실적 증가율을 기록했다. 제품 경쟁력 개선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 상승에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9억100만달러와 8억4천7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0.7%와 724.6% 급증했다. 이 기간 시장점유율도 17.3%에서 20.9%로 늘어났다. 세계 1위인 노키아도 선전하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이 각각 78.4%와 1.5% 증가했지만 삼성전자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반면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은 전년 동기는 물론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지속됐고 시장점유율 또한 하락했다. 신한금융투자의 하준두 연구원은 "전세계 10명 중 2명이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쓴다는 의미"라며 "삼성전자는 이제 명실 공히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올해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휴대전화업체의 향방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스마트폰 대세 속에서 어느 업체가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특히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이 사업 전략을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하면서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하 연구원은 "상승세만 보면 삼성전자가 노키아도 금방 따라잡을 것 같지만 다른 회사들이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다"며 "모든 업체가 뛰어들어 스마트폰 만들기에 나섰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도 올해 평가에 따라 시장 내 순위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선제적 투자와 무(無)파업에 승승장구 현대차는 경기 침체에 따른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잇따른 구조조정 속에 오히려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며 글로벌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분기 42억7천300만달러였던 현대차의 매출액은 4분기에 82억5천300만달러로 2배 가까이 올랐으며 이에 맞춰 영업이익도 1분기 1억900만달러에서 4분기 7억1천600만 달러로 7배가량 뛰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같은 기간 경쟁사인 일본의 도요타는 1분기와 2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3분기에야 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이 같은 현대차의 선전은 우선 현대차가 2005∼2009년 미국과 체코 등에 선제적으로 공장을 설립했던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환율이 비교적 유리했던 당시 설립한 공장에서 제품 개발 시차에 따라 지난해부터 신제품이 출하되고 가동률이 오르는 것. 특히 당시 환율에 맞춰 1달러당 800원대에서도 이윤이 날 수 있도록 설계된 차량이 지난해 달러가 강세인 환경에서 출시되면서 수익 극대화에 도움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포화 상태인 미국.유럽 시장보단 인도와 중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성공한 점도 현대차 실적을 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도요타 리콜 사태'의 수혜가 현대차보다는 미국 자동차업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리스크(위험) 요소'다. 침체기에 있던 미국 업체들이 도요타 사태를 계기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서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현대차는 지난해 실적에도 미국 시장 점유율은 1분기 4.35%에서 4분기 3.55%로 하락한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공정호 연구원은 "지난해 재고 감소와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신차 효과 등으로 올해도 국내 자동차업체의 선전이 예상되지만 도요타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시장점유율을 빼앗긴 미국 업체들이 반격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